게시판 | 예술계 학생들의 취업률과 대학평가 특집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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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39 조회3,7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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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2013년 5월21일
조: 조은정(미술사학자)
최: 최열(미술사학자)
정: 정준모(전시기획자)
윤: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만큼이나 미술계에도 다양한 문제와 사건들이 있다. 사회의 문제는 구성원들의 함의를 통해 법률적 개선이나 다양한 제도를 통한 수정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간다. 여기에 미술계에서 실감하는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그 심각성을 확인하고, 개선해나가는 방책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 주제로 최근 미술계에서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예술계 대학생들의 취업문제와 대학 평가에 반영되는 취업률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았다.
조 지난 몇 년 동안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문제가 시작됐어요. 대학 내부에서 예술계 대학 때문에 대학평가지수가 낮아졌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추계대학교 경우가 대학평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 경우였고, 재학생 중 50% 이상이 예술계일 경우에는 별도로 평가하는 대학평가지표 개선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종합대학인 경우 예술계 학생의 비율이 50% 미만이므로 여기서 제외됐어요.
윤 일반회사 같으면 떼어내서 자회사를 만드는 식으로 해결했겠죠.
정 예전에 비해 미대 지망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미대 정원을 줄이자는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80년대 졸업정원제 도입으로 많이 뽑고 덜 졸업시킨다는 것이 결국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효과를 얻게 됐어요. 그 이후에도 대학 입학정원을 많이 늘렸구요. 지방의 미대는 입학생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조 정원이 늘고 인구가 줄어든 것은 예체능계 대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16년이 되면 입학대상자가 역대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또 예체능계 지원자의 감소 이유 중 하나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예능교육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고3까지 예능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특별히 예술계 고등학교가 아니고서는 음악, 미술의 경우 굉장히 특화되어 버렸어요.
정 고등학교의 경우 음악 미술 중 한 학기만 선택해서 듣게 되었더라구요. 개정된 7차 교육과정부터죠. 미술대학 지원 수가 감소한 1차 원인은 학생들의 절대 수가 줄어든 것이고 2차 원인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중학교 1학년 이후 거의 없다는 것, 3차 원인은 나와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입니다.
윤 악순환의 고리가 있네요. 아이들이 처음부터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미술관심이 줄어들어 활동 영역은 줄어들고.
조 대학을 평가할 때 예술계 단과대학 때문에 대학평가가 낮아진다는 이유로 예술대학에 있는 대학교수들이 받고 있는 압박이 큰 것이 문제입니다. 사립대학에서는 외부에서 연구 용역을 받아오도록 독려하는데, 예술대의 경우 연구용역의 수주 대신 다른 것들을 하죠. 음대의 경우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사정이 좀 더 나은데 미대의 경우는 학교를 위한 기금마련전 등이 이뤄져야 해요. 그런데 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 미대는 또 대학 내부에서 공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문제도 있어요. 음악대학의 실기실은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용할 수 있지만 미술대학은 사실상 학생이 한 공간을 아예 점거해 버리죠. 일반 대학들보다 예술계 학생들이 등록금을 많이 내기는 하지만 공간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학교에서는 생각하게 됩니다.
최 대학 내에서의 예술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가 많은데, 현재 제안되고 있는 해결책은 없나요?
조 예술대학의 가치를 공유하면 되는데, 대학 내 구성원들이 인정하지 못하고 있죠.
정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학 평가를 획일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양약과 한약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두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너무 근시안적인, 획일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거죠.
최 만약 종합대학 차원에서의 평가가 문제가 되면, 예술대학을 분리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각 대학을 분리해서 예술대를 지역별로 연합을 한다거나 해서 말이에요. 예술계 정원을 줄이는 것은 안타깝지만 시대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미술대학을 분리하고 각각을 개별적으로 제대로 평가하고 투자해야 해요.
정 대학 구조조정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방의 모 대학의 경우 문제가 있어 폐교하려 했지만 지역에서 살려내려는 노력을 하여 결국 의대 정도만 정리하고 대학이 존속하고 있어요. 이처럼 지역적 문제나 여러 정황이 복합적이어서 어렵죠.
조 미술대학으로 초점을 맞추면. 종합대학 평가를 단순히 취업률로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여져요. 예술가는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실업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윤 미협에 가입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직업적 미술인임을 증명하면 될 것 같은데요.
조 예교협에서 예술대학의 평가개선안을 냈는데 전업예술인의 경우 가입확인서, 소속사 계약서 등이 있으면 취업으로 인정되도록 제안하고 있죠.
윤 정작 문제는 실질적인 전업 작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양한 길로 나가는 것이 사실이죠. 국문과든 영문과든 4년 졸업을 하고나서 다양한 직장을 가잖아요? 미술대학도 같은 시각으로 봐서 다양한 영역으로 직업을 확대하고 찾아나가야 될 거 같아요.
정 전업 작가에 대한 규정도 문제예요. 적어도 일 년에 종합소득세 면세점 이상을 올려야 화가가 직업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웃음)
최 이전에 화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기도 하죠. 미대 정원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 가운데서 사실상의 작가가 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대학 특강 같은 곳에서 부전공 제도 등을 통해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정 미술대학을 나온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좀더 넓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미대 나와서 이거(?) 하고 있거든요(웃음). 문화마케터, 큐레이터, 레지스트러, 에듀케이터, 경영자 등 수없이 많아요. 노동부의 직업분류 보면 좀 단순해서 미술계와 그 주변을 자세히 서술하진 못하죠.
조 하지만 순수 아티스트를 생산시키는 게 미술대학 본연의 임무에 가깝지 않나요? 수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순수학문을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기반 산업을 발달시키는 기반이 됩니다. 미술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창의성. 창조성 등을 생각할 때 일반적인 직업군과 다르게 봐야죠.
정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웃음). 미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다른 직업군도 많아요. 의사들의 경우 경영만 하는 의사도 있게 되는데, 한 때 의사를 해 보지 않고서는 종합병원을 경영할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심리 환경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겁니다. 왜 세계적인 작가가 안 나오느냐도 실력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 그를 매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최 만들어질 당시의 한예종 취지가 바람직했어요. 지금은 한예종은 예술사 4년 전문사 2년의 제도를 갖추어 대학과 같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문화부 소속의 전문예술학교 개념이었죠. 초기에 이를 만들었던 이어령 씨 등은 설립취지가 변색되서 화를 냈다고 해요. 예술쪽은 대학이 아닌 school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전체적인 문제지만 미대 정원 증가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제 축소해야 할 시점이에요. 대학에 빌붙어 사는 나같은 사람들도 줄어들어야 해요(웃음).
조 예술계 숫자가 많은 게 문제일까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것이 창조적 산업의 특성입니다.
최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창업하는 수도 폐업하는 수도 많죠. 이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미술인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하게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한 인간의 대안 없는 미래에 대해 주목해 보세요. 지난 20여 년 간 과도하게 많은 창조적인 인간을 배출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요?
윤 근대가 이식된 사회의 슬픔인 것 같습니다. 문화적 콤플렉스 아래서 무작정 박물관의 수를 늘린다든지 하는 경우가 그런 거죠. 근대를 한꺼번에 억지로 들여 놓느라고 미술대학 또한 양적인 팽창만을 해서 문제가 되어버렸던 겁니다.
정 창조 소비구조가 아직 없는데 배출만.
조 창조성이 키워드가 되고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미술대학에서 취업의 키워드는 경제 논리일 뿐이에요. 디자인 등의 현대 산업적인 미술 분야로 변신하는 대학도 많은데 이 경우 디자인 인력들로 교수도 교체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과 미술을 동일시하지만 창의력 수준은 같지 않습니다. fine art라는 것이 원천 소스가 되어 디자인을 북돋울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순수예술이 위축되면 원천소스가 없어져 위기가 초래되죠.
정 사실 예체능 대학생 비율이 제일 큰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인구비율 대로 보면 프랑스보다도 2.5배 많고, 창조적 산업의 최고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현재 영국도 우리의 1/10수준이거든요. 예술대 정원을 조금 줄인다고 순수예술이 위축된다고 보는 건 무리예요.
조 미술계의 위축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죠.
최 오히려 정원을 줄임으로써 더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선택적 집중이 그것이죠. 정부가 이를 방임하는 것보다는 정책을 통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학 구조조정을 정부가 해내기 쉽지 않은 게 문제죠. 병원이나 교회에 손 못대듯이(웃음).
정 대한민국 정부가 대학에 많은 일을 해 온 탓에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대학이 운영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됐어요.
조 미술 인구가 많다고 해도 결국 그들이 미술인으로 활동을 하거나 미술인으로 밥을 먹고 산다면 괜찮은데, 미술로 밥을 못먹으니까 취업률에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로 드러난 것 같네요.
정 원래 미술이란 직업은 그런 것일 수 있죠. 자칭 미술인, 많아요. 그런데 실업자 기준 이상으로 생애의 시간을 할애하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 중 몇 퍼센트나 될까요? 명목상 미술인이 훨씬 많죠. 창조산업의 원천자로서 수적으로 많아야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아요.
조 일정 양이 되어야 무엇인가 다른 것을 해볼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미술대학이 생긴 지 아직 100년이 안되었으니 좀 기다려보면 어떨까 싶네요.
최 교육이라는 것은, 또 제도라는 것은 목표가 마구잡이로 배출하기만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죠. 좀더 책임있는 모습이 되어야 해요.
조 실기 위주가 그동안의 미술대학 교육이었다면, 그러한 미술을 기초로 미술을 잘 아는 사람들이 2차적인 미술의 영역인 (미술치료 등)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학과나 교과를 다양하게 분화되도록 할 수도 있겠습니다.
최 교수구성도 다양해져야 하구요.
윤 대학평가에서 미술대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때문에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들이네요. 대증요법 차원의 해결이 되지 않게, 근본적으로는 정원을 줄이고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조 미술대학 자체의 정원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다양하게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정 서울과학기술대학에 미술대학이 생길 때 커리큘럼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세부전공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필요한 교수의 수가 많아져 어려움이 많았어요. 대학마다 특성화되지 않으면 전공의 분화는 어려워지는 거죠. 예를 들어 국민대 조형대학은 성공한 경우였어요. 기초미술인 동양화나 서양화를 안하고 바우하우스 개념으로 운영하고 교육했었는데 그 때가 더 좋았어요.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전공의 세분화 / 학교별 특화 / 정원 축소가 필요하다고 하겠네요.
조 그렇다면 예술대학의 독립이 궁극적으로 필요한데, 그랬을 때 그 예술대학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보증 받아야 하겠죠.
최 프랑스처럼 파리 1대학 2대학 식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대전의 경우도 종합대학이 5개라면 미대를 연합하여 독립시켜 특성화된 대학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윤 생각보다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미술대학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전체적인 미술계가 합리적인 수준의 교육제도를 만들어가야만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하겠네요. 오늘 말씀 모두 감사드립니다.
http://koreanart21.com/news/artKeyword/view?id=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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