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탐방 | 동문탐방 49호 /세계로 향하는 열린 디자인, 김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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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52 조회3,4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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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새 1학기가 지나가고 어느덧 태양 볕이 내리쬐는 여름방학이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모두 방학의 즐거움을 맛보고 계신가요? 이번 동문탐방에서 저희가 모시게 된 분은 00학번 김황 선배님입니다. 영국 RCA에서 유학을 마치시고 현재 네덜란드에서 거주하시며 필립스에서 UX 디자인을 하고 계시는데요, 휴가를 맞아 한국에 오신 선배님과의 만남은 저희 모두에게 무척이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00학번 김황입니다. 2000년 학교를 들어갔고 2006년 졸업했어요.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하다 2008년 영국 RCA에서 유학하고 지금은 필립스 헬스케어에서 일하고 있지요. 휴가차 한국에 왔지만, 다음 주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요. 그와 동시에 개인적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와이프, 아기랑 네덜란드에서 셋이 살고 있어요. 이 정도입니다, 자기소개는 (하하).
Q. 우리 과를 졸업하시고, UX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는데 특별히 UX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일단은 저는 15년 전에 학교에 입학했잖아요. 고등학교 때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거지 금속조형 디자인이 뭔지도 몰랐고,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이 하고 싶어서 학교에 오게 되었지요. 금디과에 오게 되었는데, 일단 들어와서 수업을 들으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선생님들께 공예 정신이나 기초조형 등을 배우면서 깊이 심취했었지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은 생각도 없었고 완전 우리 과에 몰입했죠. 너무 열심히 다닌 것이 좀 후회도 되고 그런데. 근데 그때는 때마침 웹이 유행했어요. 우리 과에도 그래픽/웹디자인 동아리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이 웹에 대한 기본적인 스킬만 가지고 있어도 나중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죠. 또 닷컴이 이름을 드날리던 시절이라서 굳이 진로를 이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배워둬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한 거죠. 유학은 2학년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3학년부터 유학을 가보겠다는 꿈이 조금 생겼어요. 왜냐면 여러분한테도 적용이 되겠지만, 석사과정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되어버렸잖아요. 만약 ‘학문적인(academic 한) 방향이 아니라, 완전히 산업 쪽으로, 기술과 스킬로서의 디자인의 능력을 강화해서 승부를 보겠다.’ 이런 생각이라면 학위가 크게 필요가 없을 수 있지만. 제 스타일이 약간은 머리를 많이 쓰고, 고민을 많이 하고 리서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커리어와 상관없이 석사과정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이리저리 지원을 했는데, 원하던 학교에 admission을 받지 못했어요. 석사 재수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현업에 가서 일하고 경력도 쌓을 생각으로 취업 자리를 알아봤어요. 처음에는 더즈 인터렉티브라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안그라픽스에서 일하게 되면서 UX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웠어요.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도 계속 작업과 석사과정에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으로 가게 된 거죠.
Q. 안그라픽스에서 일하다가 영국 유학을 가셨다고 했는데, 유학을 가셔서 한국에서와 다른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여러 나라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많은 영향을 서로 받았죠. 워낙 다른 친구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경쟁하는 분위기라기보다 서로의 자아를 분출하는 집단이었어요. 본인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커리큘럼이 짜여있고, 2년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학점 같은 게 없어요. 홍대보다 심하다고 할 정도로 선생님들 말도 굉장히 험하게 하시고, 타이트하고 힘들어요. 힘든데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시간을 보내죠. 그게 제일 다른 점인 것 같아요.
Q. 디자이너로서 해외에서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좋은 점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일하면서 좋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하하). 일단은 무조건 칼퇴근이라는 점. 다섯 시 반 이후에는 거의 일 안 해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정말 좋죠. 필립스 같은 경우는 프로젝트를 경쟁하며 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진행합니다. 일이 떨어지면 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일단 사내 정치, 사내 라인 이런 게 없죠. 그래서 좀 더 협력적이에요. 그리고 필립스 같은 회사는 또 개인 작업을 장려해줘요. 내가 예를 들어서 전시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 휴가를 내고 전시를 할 수 있고, 팀원들과 공유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작품에 욕심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밀라노 페어 기간에 휴가를 내어 전시하러 간다거나, 1년에 25일 있는 휴가를 다 쓰고도 덧붙여 무급 휴가를 쓰고 그런 거죠. 그런 점들과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좋고. 여러분들이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할 수만 있다면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Q. Silence Booth, CCTV Chandelier 등 개인 프로젝트 또한 진행하고 계시는데,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또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삶에서 지속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작업을 하는 건데, 일은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니까 병행하고 있는 것이죠. 둘 중 하나를 그만둔다면 당연히 일을 그만두겠죠. 사회적인 디자인이나 디자이너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인 소명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거를 보여주고 싶고. 예를 들면 세월호 사건,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있을 때 내가 아무 말 없이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디자이너, 예술가로서 한마디 던져야 하는데 말로서가 아니라 작품으로서 하는 거죠. 영감은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오는 거니까, 자연스레 멈추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요.
(출처 :디자이너 김황 http://www.hwangkim.com/)
Q. 선배님이 하셨던 작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 웹사이트에 있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애정이 깊은 작업인데 그중에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제가 졸업 작품으로 했던 노숙자를 위한 침대가 있어요. 그때 작업을 위해 서울역에서 노숙하곤 했죠. 리서치하기 위해서 노숙자들 옆에서 자보면서 박스가 정말 노숙자들에게 필요한지 알아봤어요. 그런데 작업을 시작하면서 비판도 많이 받았죠. 변건호 선생님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네가 섣불리 작업하는 게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땐 아무것도 안 들렸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런 비판이 있었어요. ‘노숙자를 이용해서 네가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게 아니냐.’, ‘네가 진심으로 노숙자에게 관심이 있긴 하냐.’ 그런데 이게 모든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듣는 일반적인 비판이긴 해요. 그 이후로는 서울시나 각종 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콜라보레이션이라던지, 영국에서도 침대 무상 배포를 진행했었고, 꽤 오랫동안 작업했어요. 그런데 노숙자 문제가 워낙 어려운 숙제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이 문제가 도와줄 수도 없고 안 도와줄 수도 없는 문제에요. 왜냐면 도와주면 왜 도와주냐, 도와주면 더 생길 거라고, 안 도와주면 국가 인권에 문제가 생기고요. 어렸을 때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시하고 진행했는데, 지금은 여러 방면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작품이죠.
(출처 :디자이너 김황 http://www.hwangkim.com/)
Q. 학교에서 배운 것 중 선배님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한 선배님께서 생각하기에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한 분야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학교를 다닐 때 당시에는 공예 정신, 스피릿을 위한 디자인 뭐 그런 게 있었어요(하하). 시각디자인과에 권혁수 교수님 수업이 인기가 있었어요. 디자인사 수업을 하셨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하신 게 뭐냐면 “영혼이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당시 감동을 받았고, 그런 수업에서 스스로에게 자리 잡은 공예/디자인 정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개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선배님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알고 싶습니다.
A. 여러분들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한국은 거기에서 너무 멀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위한 인생을 살고 그런 디자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어렵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아요. 홍대 졸업해서 취업도 못 하고. 그럴 때 고향에 내려가면 온갖 눈총이 따갑고 그렇죠. 그때 가족분들을 만족하게 해드릴지, 아니면 가슴이 아프지만, 귀 막고 내 갈 길 갈 것인가 그런 고민도 해봐야 하고. 역설적으로 남을 위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나를 위하지 않고 남만 위하나, 그런 고민은 마더 테레사 같은 분이 하시는 거고, 결국에 남을 위한 거 자체도 나를 위한 것이죠.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자신감을 가지고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미 여러분이 우리 과에 왔다는 거는 일단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아닌가(하하). 본인을 믿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면 안 될 거는 없지 않나 생각하고, 이제 그런 도전들이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어요. 뭔가 홍대에 들어왔고, 홍대 미대의 타이틀이 있는데, 작업을 하고 나면 내가 이 길이 맞나 싶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때로는 무대뽀 정신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필요해요. 너무 주변의 시선이나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무척이나 털털하고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황 선배님 덕분에 저희는 많은 것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외 유학, 해외 취업 뿐만 아니라 개인 작업과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시원하게 들려주신 선배님 덕분에 저희는 더운 여름에도 즐거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김황 선배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금속조형디자인과 00학번 김황
http://www.hwang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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