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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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 동문탐방 36호 /빛을 담는 작가, 최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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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43 조회3,4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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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부유’, 이번에 조명 전시를 진행하셨던 91학번 최은원 선배님의 전시 타이틀입니다. 보통 ‘부유’라는 단어는 물 속이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을 의미하는데, 빛의 부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새롭기도 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호기심과 함께 운영팀에서는 조명∙공간디자이너이신 최은원 선배님을 인터뷰하고자 했고, 선배님께서는 전시 일정 중 바쁘신 시간을 내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도착한 전시장이었지만, 레드 컬러를 기조로 한 아늑한 전시장에 들어서서 찰랑거리며 빛나는 수백 개의 빛을 보자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하는 동안 선배님께서는 활기찬 목소리로 전시의 의미와 내용 등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작품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을 동안 기다려 주셨고, 이후 반짝이는 조명들과 함께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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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공간에 담는 디자이너, 최은원 선배님께서는 현재 작업뿐 아니라 ‘데스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시며, 얼마 전까지 우리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생들을 가르치신 분입니다. 선배님께서는 대학 시절부터 금속의 반짝이는 속성과 구조적인 형태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당시 이미 확고한 작업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장신구보다는 큰 작업을 즐기셨고, 기하학적 형태를 좋아하여 2학년 때는 주로 선재 작업을 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백색 금속(알루미늄, 스테인리스)을 자주 다루셨으며, 그때부터 자신의 작업스타일을 굳혀나가셨다고 합니다. 즐겁고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나가다 보니 대학원에 진학하여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조명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건축분야에도 관심이 많으셨는데, ‘루이스 칸(Louis Kahn)’이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이후부터 그의 스타일에 매료되어 그것을 근간으로 작업을 이어나가셨다고 합니다. 선배님께서는 빛이란 일상생활과 굉장히 인접할뿐더러 금속이라는 재료와 잘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조명은 정말 아름답지만,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빛이라는 에너지가 공학적으로 느껴져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그런 고민을 듣더니 자신의 경우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배님 또한 전기작업이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겁이 없는 성격 덕분에 남들보다는 시작이 쉬웠다고 하셨습니다. 전기작업은 조금만 잘못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작업이라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반대로 작업 과정에서 얻는 희열 또한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케치 과정에서 이미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긴 하지만, 그것을 실현했을 때 처음 계획과 들어맞아 완벽히 불이 들어온 조명을 보면, 그때마다 참을 수 없는 감동을 받으신다고 합니다. 그 감동 때문에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좋아한다고도 하셨습니다. 더불어 에너지를 쓰는 기술적인 면은 스스로 노력해서 넘어서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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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께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브랜드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작가를 할 생각은 없었고, 제품디자인을 해서 판매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일을 계속 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합니다. “내가 만든 조명들은 다 테이블 위의 작은 조명들이었는데, 건축가들이 만든 큰 조명을 보자 생각이 바뀌게 된 거야.”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작업관이 바뀌게 된 계기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대형 조명 작업을 많이 하시다 보니 작가로서의 입지가 생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디자이너와 작가의 차이점은 자기만족도와 목적의 차이라 하셨습니다. 제품디자인을 하면 목적을 이윤창출에 맞추어야 하고, 작품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작업에 목적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제 선배님께서는 이윤창출보다 개인 작업으로서의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앞으로 라이트 아티스트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조명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선배님께서는 우리나라가 조명분야에 굉장히 영세하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조명이 예산 계획에 일정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명 비용이 가장 낮게 책정되어 있고, 실내장식이 다 끝난 마지막에 남는 돈으로 조명을 맞춰 끼우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조명만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가 극히 드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디자인에 중점을 두어 제작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직 그 분야에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며, “이런 만큼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조명산업이 부흥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적인 질문도 던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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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특성상 공간과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간과 조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선배님은 물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공간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독의 움직임이 아니라 빛, 구조, 공간이 세 가지가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조가 없이는 빛이 투사될 수 없고, 구조의 역할은 빛을 다른 빛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라는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이렇듯 조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형태를 다 만든 후 “여기에 조명을 넣어 볼까?”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매우 안 좋게 보신다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온 빛은 질적으로 아름다운 빛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은원 선배님께서는 빛이란 깊이감이 있어야 하고, 공간을 무시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빛이라고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굳게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떠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덧붙여 우리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 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주관을 간직하면서 그것을 작품으로 객관화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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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관한 이야기가 무르익자, 우리는 금속조형디자인과의 많은 학생이 수업 커리큘럼을 따르고는 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몰라서 진로와 작업스타일을 찾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선배님께서는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든지, 어떤 작품에 감동하였다든지, 자신의 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확실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여학생들은 큰 작업을 다루기보다 주로 장신구를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감히 큰 작업을 많이 해 보라는 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한 예로 ‘요시오카 토쿠진’이라는 일본 작가를 들며, 그가 만든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광학유리 벤치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이야기의 본질은 개념 자체를 크게 가지자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대형 작업이 힘들다면 목업 스케일을 키우는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하셨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은 다 경험해보고, 사람을 많이 만나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성적만 잘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길게 생각하여 자신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마치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자 작품들이 좀 더 새롭게 보였습니다. ‘빛의 부유’는 정말 선배님의 모든 탐구정신과 집념이 고스란히 담긴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을 나서기 직전에도 우리가 작품 사진을 찍기 바쁘자, 선배님께서는 어떤 자세로 어디서 찍어야 가장 예쁘게 나오는지 설정까지 도와주시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문 앞으로 따라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던 선배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많은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해주신 최은원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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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최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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