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탐방 | 동문탐방 48호 /토요일과 같이 편안한 디자인으로,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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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51 조회3,4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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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건물들 사이, 혹은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저희는 양재에 위치한 세러데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세러데이 디자인은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95학번 최원석 선배님이 대표로 계신 가구, 공간디자인 회사인데요. 잘 정돈된 스튜디오에서 공예와 디자인에 대한 선배님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95학번이고 제가 입학할 때만 해도 우리 과가 금속공예과였어요. 그런데 제대하고 복학했더니 금속조형디자인과로 개명이 되어있더라고요. (웃음)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금속공예과였기 때문에 핸드메이드적인 것이 수업의 주요한 부분이었는데 복학하고 나니까 명칭이 바뀜과 동시에 커리큘럼도 조금 바뀌었더라고요. 디자인에 대한 것이 추가되고 교수님들도 ‘이제 굳이 너희가 직접 만들 필요 없다. 디자인해서 아웃소싱을 맡기는 게 더 발전적일 수도 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자기소개인데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처음엔 금속공예과를 접할 땐 아티스트에 가까웠는데 금속조형디자인과로 바뀌면서 디자이너로 역할이 바뀌는 시기를 겪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작가냐 디자이너냐.’ 고민이 많았죠.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냐.’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20년이 지나고 보니까 결국에는 작가라는 역할보다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많이 하고 지내온 것 같아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현재 제가 하는 일은 가구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Q. 학교에서 배웠던 것 중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실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저는 졸업을 하자마자 창업을 한 건 아니고요. <월간 디자인>이라는 잡지 아시죠? 아직도 정기구독 많이 하죠? <월간 디자인>이랑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디자인 하우스’라는 회사에 전시기획이랑 마케터로 처음 취업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는 뭔가 작업에 대한 것 외에도 마케팅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았어요. 또 그 회사 자체가 디자인에 전문화된 회사라서 디자인과 관련된 마케팅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후 5년 뒤에 제 브랜드를 창업 했고요.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정확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디자인과로 바뀌면서 예전에는 없던 캐드 수업이 생겼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만 해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저희 스스로 디자인과 학생으로서 이런 것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을 다녔던 것들이 뒤돌아보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공간디자인의 경우 금디과에선 구체적인 커리큘럼으로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공간디자인을 배우셨고 디자인하시나요?
A.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제가 디자인하우스라는 회사에서 전시기획을 했어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같은 행사를 연출하는 회사였거든요. 거기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배웠던 것은 오브제와 공간 연출이 완전히 별개가 아니라는 거예요. 금속조형디자인과의 커리큘럼은 아무래도 세공이라든지 오브제 위주잖아요. 그렇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해야 잘 보일지 연구하는 것과 제품을 돋보이도록 전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뜻이 통한다고 봐요. 금디과에서 우리가 배우는 오브제나 소품들도 공간에서 어떻게 표현이 될지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하면서 접근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산업디자인과에서 하는 것처럼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커리큘럼을 저희가 배우고 있지는 않지만 저희가 소품이나 이런 오브제 같은 것을 하는 입장에서 감각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필요한 것 같아요.
(가장 처음으로 공간디자인을 접한 경험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였나요?)
그렇죠. 거기 보면 디자이너 초이스나 기획전시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런 것을 연출하다 보면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나 리빙 소품 같은 것을 갖다놓더라도 연출이 돼야 하잖아요. 그걸 어깨너머로 보면서 공간디자인을 배운 것 같아요.
Q. 처음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지금의 세러데이 디자인이 되기까지 어떤 가치관으로 디자인을 하셨나요? 또한, 가구디자이너들은 특히 그들만의 철학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가구 (혹은 공간) 디자인 철학 또는 신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주된 타겟으로 생각하는 사용자)
A. 저만의 철학, 가치관 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지금도 사실 완성했다기보다는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세러데이 디자인은 11년 정도 됐는데, 11년 동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희가 내고자 하는 저희만의 색깔, 디자인적인 컨셉을 잘 내비쳤다고 만족스럽게 생각하진 않아요. 클라이언트하고 일을 하다 보면 그들의 요구에 저희에 순응해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서 이렇게 가자고 제안할 때가 있어요. 그 때 디자인적인 가치관을 어필 하게 되는데. 저희가 금속조형디자인과잖아요? 과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금속이라는 재료예요. 저는 항상 어떤 재료와 물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성 자체가 좋으면 결과도 잘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라고 하면, ‘그렇게 지금 하고 있다’라는 결과적인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본질에 충실하게 하자,’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하셨던 세러데이 디자인의 작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이 무엇이었나요?
A. 저희가 2005년도에 창업을 했는데 그때 네이버에서 그린윈도우라는 플랫폼을 처음 런칭 했어요. 그 후 2006년 12월인가 네이버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죠. 네이버는 서비스회사지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 네이버 디자이너들과 저희 직원들이 같이 ‘그럼 어떻게 네이버의 그린윈도우를 오프라인에서 보여줄 것이냐,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이냐’ 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네이버에서 하는 서비스들을 오프라인 오브제를 통해 그린윈도우의 형태를 이용해서 벤치도 만들고 부스의 형태도 만들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죠. 그 때 인연이 닿아 네이버와 지금까지 파트너로 일하고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 네이버가 공식 후원을 하는데 거기에 관객을 위한 프로모션 카페를 만들 때 같이 참여하기도 했죠.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하고도 일을 해봤지만, 단발성이 많았는데 네이버 같은 경우에는 그 때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같이 함께합니다. 네이버에서 요즘 주력하는 프로젝트가 라인이거든요. (라인 프렌즈와 협업을 한다는 것은 라인스토어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스토어 인테리어를 하는 건 아니고요. 그 부분은 인테리어 회사가 따로 있어요. 저희는 어떤 역할을 하냐면 거기에 들어가는 VMD 집기들 있죠. 그런 장식적인 소품들을 제작해요. 라인 같은 경우엔 협력하는 브랜드가 많아요. 아마 몇 십 군데 정도 될 거예요. 저희는 그중에 하나인 거죠. 저희는 홍대에 있는 라인스토어에서도 협업을 했고 1300k에서도 협업을 진행했었어요. 사실 저희가 내세워지는 건 아니니까 세러데이 디자인이 그런 스토어에서 보이진 않죠.
(출처: 세러데이 디자인 http://www.saturdaydesign.co.kr/)
Q.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실 때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나 갈등이 있었던 부분이 있나요?
A. 이거는 다 마찬가지일 텐데 일단 디자인스튜디오는 크리에이티브하고 독특한 저희만의 색깔을 어필해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잖아요. 근데 현실은 어떤 용역회사처럼 주어진 스펙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걸 물어보는 클라이언트가 훨씬 많아요. 그것이 과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는 그 뒤에 클라이언트들과 컨셉을 정하고 재작업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고 싶은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현실과 이상에 대한 격차가 무척 크고, 실제로 저도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창업을 한 것이지만 막상 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접근해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디자인의 가치를 클라이언트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서 갈등이 발생해요. 디자이너의 길과 일을 받아서 하는 업자의 길이 동전의 양면처럼 상충하는 건데 그걸 지금도 느낄 때가 많죠.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건가? 하는 이상과 현실의 갭 같은걸 느끼고 앞으로도 계속 느낄 것 같아요.
Q. 공예적 감성을 모티브로 디자인한다고 할 때, 공예와 디자인을 나눠서 생각하는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공예랑 디자인의 기준을 어떻게 볼 거냐가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고민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처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금속공예과를 입학했을 땐 공예에 대한 장인정신으로 이 길을 시작을 했는데, 공예는 아니고 디자인이 대세로 올라서면서 ‘디자이너는 도대체 뭐고 공예가는 무엇인가?’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단어는 UX, UI인 것 같아요. 디자인을 규정하는 말로 UX와 UI를 많이 쓰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공예는 UX고 디자인은 UI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공예적 감성은 즉 경험하는 총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UX는 전반적으로 컨셉, 철학적인 것, 공예가 가진 핵심인 정신인 것 같고, 디자인이 갖고 있는 핵심은 어떤 스타일,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UI라는 인터페이스가 표면인 것처럼 디자인이라는 건 제 기준에서 공예적인 영혼을 담는 표면적인 결과물,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눈으로 직접 보이는 것이고 공예는 정신적으로, 내면적으로, 영혼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해석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공예적 디자인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공예도 배웠고 디자인도 배웠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생각 속에는 두 가지에 대한 개념이 같이 존재하죠.
Q. 세러데이 디자인에서는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재를 사용한 디자인을 할 때 학교에서 금속을 다루었던 경험이 도움되기도 했나요?
A. 목재를 주재료로 한다는 건 가구를 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금속도 많이 쓰기도 해요. 재료는 하나의 소스일 뿐이지 그 재료가 그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목재를 많이 썼던 것일 뿐이지, 꼭 목재가 메인이고 금속이 서브다 이런 개념은 시야를 좁게 보는 것 같고요. 재료는 어떨 때는 돌을 쓸 수도 있는 거고 가죽을 쓸 수도 있고 패브릭을 쓸 수도 있고, 유리를 쓸 수도 있고…. 어떤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엔 금속조형디자인과라고해서 금속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Q.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는 과정에서 멘토로 삼은 사람이나 회사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오사카에 ‘트럭퍼니쳐’라는 회사가 있어요. 잘 모르시죠. (웃음) 가구회사인데 목조형가구학과 학생들은 다 알 거에요.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젊은 스튜디오 공방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준 회사거든요. 트럭퍼니쳐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 칼라, 즉 자기만의 색깔이 강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자기네 컬러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작품의 색깔을 끌고 가는 회사가 흔치 않거든요. 아마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대적할만한 회사가 없을 거예요. 그래서 트럭퍼니쳐가 굉장히 인상 깊었고 또 그들이 생각하는 재료에 대한 철학도 굉장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렇게 명확한 컨셉을 가진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트럭퍼니쳐는 스타일리쉬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굉장히 투박하면서 고집스러운, 옹기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좋아하는 색깔을 갖고 가고, 오히려 사람들이 쫓아오게 하는, 그렇기 때문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따라 굉장히 빨리 변화되는 곳이 많은데, 트럭퍼니쳐는 자신 있게 고집스러운 묵묵함을 계속 끌고 가는 힘이 무척 강해요. 우리나라에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있을까 살펴봤을 때, 특히 이런 가구나 리빙 소품들 쪽에선 딱히 생각이 안 나죠.
(출처: Truck Furniture https://truck-furniture.co.jp/)
Q. 요즘 학생들은 점차 심해지는 취업난에 학점뿐만 아니라 토익, 자격증, 공모전 등 다양한 스펙을 쌓으려 노력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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