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동문카페

동문탐방 | 동문탐방 10호 /소녀, 밀라노로 떠나다, 최지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0:40 조회2,782회 댓글0건

본문

61675923.jpg

 

10호 /소녀, 밀라노로 떠나다, 최지혜

 

이다, 봄. 사람을 사계절 중의 하나로 나타낼 수 있을 줄이야. 이렇게 봄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한다. 만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수다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던 최 지 혜 선배님에 대한 동문탐방 이야기.

 “원래 97이어야 했는데 00학번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학교를 조금 늦게 들어오셨다고 한다. 지난 동문탐방 08호 바운다우코의 정영지, 한민 선배님과 동기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다. 선배님은 이 말을 꺼내시며 우리와 신나게 ‘수다’떨기 시작했다. 

새빨간 명함.

 

동문탐방 10호 (2).jpg

 

"migliore servetto의 최지혜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건축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발표도 하고 클라이언트랑 이야기도 나누는 매니저 같은 개념의 일을 해요. 도쿄, 베이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죠. 요즘 세상에는 기술이 너무 발전을 많이 해서 화상 회의도 가능해요. 그래서 여기 한국에서도 그곳에서처럼 똑같이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참 편해요. 그래서 시차 때문에 한국에서 오전에 미팅하고 오후에 자료를 정리해서 넘기고 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보통은 지금 클라이언트인 브랜드에게서 프로젝트를 의뢰받아서 일하는데 다른 회사와 협력해서 일하기도 해요. 특히 Urban Design인 공공디자인을 많이 했어요. 토리노 동계 올림픽 기간에 배너나 올림픽과 관련된 외부 설치작업들을 저희 스튜디오에서 맡아서 했죠. 그러면서 상도 받게 되면서 공공 디자인 쪽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어요.

 

 

“전공인 금속조형을 100% 활용하진 않았어요.”

1, 2학년에는 우리 과 전공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신없이 지냈지만 3학년이 될 때 공부가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전공으로 최고가 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죠. 공예는 자신과의 내면과의 싸움이지만, 디자인은 100% 외부와의 소통이죠. 제 성격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 혼자서 끙끙대는 게 싫어서 제게는 디자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나 고민하다가 공간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뭐든 관련된 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래 타과생 수강신청이 금지된 건축대학 수업도 교수님께 사정을 얘기해서 듣고, 타과 수업인 목조형가구디자인과의 공간 수업도 듣고 했어요. 그리고 실내 건축기사 자격증 공부도 따로 해서 시험도 치고 했죠. 제 나름대로 공간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했죠. 그러다가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르바이트는 늘 했어요.”

한가롭게 학교를 놀면서 다니거나 한 건 절대 아니에요. 학원 아르바이트를 늘 했어요. 돈도 벌고 자격증도 따고 우리 과 과제도 하느라 바쁘게 살았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을 헛되이 쓰지 않았어요. 방학이 될 때마다 배우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3D MAX나 CAD 등등에 다 투자해서 썼어요.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헛되이 쓰지 않고 바람직하게 썼다고 생각했죠. 돈을 함부로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방학 때는 학원을 계속 다니고 학기 중엔 과제도 하고 돈도 벌고 무척 바빴었죠. 하지만 기본적인 거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투자했어요.

 

“처음부터 유학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졸업하고 나서 처음에 작은 인테리어 회사에 다녔어요. 이력서에 전공은 금속조형디자인이라서 인테리어의 조형적 감각도 있을 것이고, 건축 수업도 들었다는 내용과 자격증도 있어서 도면을 읽을 줄 안다고 적혀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서 뽑혔던 것 같아요. 일단 가장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학과의 장점이 있었으니까요. 그곳에서 돈을 많이 벌지 못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일하다보니 학교에서 조금 공부했던 것만으로는 정말로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예전에 수업을 들었던 건축학과 교수님께도 찾아뵙고, 내가 원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도 하면서 공부할 방법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기가 다소 많이 늦었지만 유학 가는 것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동문탐방 10호 (1).jpg

 

“왜 밀라노로 갔느냐고요? 볼 게 너무 많거든요.”

개인적으로 작업하거나 공부를 할 때 발상을 기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유학을 생각하면서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건축의 기원과 건축이 가장 많은 곳이 이탈리아잖아요. 흥미로운 건축물도 많고 세계 문화유산의 70%가 있다고 할 정도로 풍성한 볼거리도 많은 곳이죠. 또, 밀라노에는 중요한 디자인 브랜드들이 다 모여 있고, 패션의 거리이기도 했죠. 물론 학교도 중요했는데 시기가 다소 늦었던 만큼 석사를 1년 안에 방학 없이 딸 수 있다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학교의 수업방식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정해진 교수가 없고 어떤 산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분야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를 수업에 섭외해서 진행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때 필립 스탁의 수업을 듣기도 했었죠.

정말로 가보니 볼 것, 들을 것 너~~~~~무 많더라고요. 디자인 관련, 건축 관련 원서 책들, 자료가 너무 많은데 언어가 안되니까 마치 눈이 먼 것처럼 읽을 수가 없는 거죠. 너무 갑갑하더라고요. 그래서 밀라노에 가서 6개월 동안 언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서서히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죠. 이탈리아어는 무척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이 많은데 그게 그 나라의 문화가 언어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서 에요. 언어 공부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게 되니 더더욱 좋았죠.

 

“밀라노 가구 페어에서 어떤 작품을 보게 되었어요.”

재미있게 배우고 즐기면서 학교에 다녔죠. 학교에서 졸업하고 나서 여기저기 일자리를 연결해줬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밀라노 가구 디자인 페어를 갔을 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를 찾게 되었어요. 그분은 심지어 중학교를 중퇴한 이후로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도 강의하러 나오고 하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천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그분을 직접 찾아가서 여기서 너무 일해보고 싶다고 돈을 4개월간 받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해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스튜디오를 들어가게 되었죠.

 

 동문탐방 10호 (4).jpg

 

“성공하면 좋겠지만 성공은 정말 물질적인 건 아닌 거 같아요.”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대가는 정확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한국이나 아시아계의 디자이너들은 무척 소극적이에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거나 회사의 일을 하게 될 때 일을 많이 하면서도 부당한 대우나 돈을 적게 받아도 괜찮다고 말해요. 그게 이해할 수 없어요. 그쪽의 디자이너들처럼 우리도 많이 투자하고 공부했고 어떤 건 부족할 수 있지만 어떤 건 더 나을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그들보다 무조건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 안돼요. 당장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더라도 내가 일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당당한 대우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을 잘해야 해요.

 

“인생의 목표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보통 결혼하거나 졸업하고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내가 하려는 것이 너무 당연한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 안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그 밖에 어떤 가능성이 숨겨져 있는 것이 많은데 잘 못 보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인생의 목표는 늘 바뀌는 거 같아요. 유학을 빨리 다녀와서 뽀대나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어서 그런 쪽의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유학을 가보니 배워야 할 게 많고 당장 크고 대단한 것을 하는 것보다 정말 많이 쓰이거나 편안한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지금 일은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지만 인생의 목표나 나의 일에 대한 생각을 이렇다고 말하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끊임없이 고민하고 싶어요.

여유로운 일요일 낮에 선배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마치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대화하듯이 즐거운 시간으로 수다를 떨었다. 사흘 뒤 수요일 날 다시 출국하신다는 바쁜 선배님은 바쁘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다. 저런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일을 아끼고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이 아닐까? 선배님과 만났던 짧고도 굵은 두 시간의 대화내용들은 서로 재잘 재잘거리면서 서로 부딪히고 상충하면서 주위를 맴도는 것만 같다.

 

“인생의 목표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동문탐방 10호 (3).jpg

 

 

34804889.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