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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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 미술에서의 장르구분과 공예계의 지형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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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0:16 조회2,8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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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경화 / 삼성미술관 리움 선임학예연구원


현대미술에서 소재 중심의 장르 구분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이후 건축에서 독립한 회화와 조각이 독자적인 분야로 스스로를 구축한 이후 서양 미술의 장르 구분은 세월의 변화에 따라 더욱 굳건해 졌으며, 기존 조형활동의 큰 부분을 이루었던 금속, 도자, 목칠, 섬유 등 다양한 공예 전통을 주변화시키고 미술제도의 중심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20세기에이르면미술과공예, 회화와조각같은기존의장르들은 의미를 달리하기 시작하였다. 미술장르간의 위계를 거부하고 통합된 시각예술의장을 원했던 아르누보의 개혁에서 부터 시작된 장르파괴의 기조는 공예 전통을살려서 건축의 기치 아래 미술과 디자인을 통합하자는 바우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분리된 경험들을 합치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과학적인 발견으로의 최신 기술에서 어느새 미술의 영역으로 진입한 사진이나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에 이르면, 소재에 따라 장르를 가르는 기존의 관습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게된다. 장르의 구성은 원래 기술적 숙련과 역사를 중시하는 전통에 따른 것이지만 21세기의 시각예술에서 재료에 따른 구분들은 작품을 평가하는데 더 이상 지배적인요인이 아니다. 

한국처럼 전통미술과 서양미술사의 관습이 뒤섞인 경우에 이런 구분은 더 보수적인성향을 보인다. 서구를 모방한 일본의 방식을 다시 따른 조선미술전람회나 그를 이어받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같은 공모전이 중요한 제도로 자리한 우리나라에서 장르의 경계는 넘을 수 없는 선으로 여겨졌다. 한국현대미술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추가나 삭제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와의 통합이나 분리는 현장의 현화가확고해진 이후에도 제도에 반영되기 어려웠다. 그 사이에 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같은 분야가 애매모호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장르로 정의 되었으며, 서예나 건축같은 장르들은 제도의 언저리에서 자신들의 몫을 내세우거나 독립하여 스스로의 자리를 찾으려고 애썼다. 기존 분야들은 점점 더 영향력을 더해가는 대학의전공구분과 그에 따른 특권과도 떼놓 을 수 없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결국 현대미술의 변화들은 궁극적으 로는 장르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작가나 관객 모두 소재에 따른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장르에도 종속되지않는 공유된 가치를 추구하려했다. 그러나 유독 공예분야에서는 이런 소재를 벗어난 선택이 현재까지도 금기시 되고있다. 기술의 숙달과 재료의 활용이 작가의 능력에 대한 지표가되는 공예의 특성상, 다른 소재와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술이나 디자인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유달리 공예의 순수성에 집착한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재료별 구분 방식은 미술문화 전반에서도 소수인 공예 내에서 다시 소재에 따라 서브장르로 여러가지 분야를 나누도록 하였으며, 그 결과 계속되는 공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였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애정이 타 분야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런 방어의 전략이 현대사회와 문화에서 먹히지 않 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재료에 충실한 공예가의 성실한 활동이 그 소재와 전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손과 머리가 분리된 현대사회에서 분열된 인간상을 통합하는 노력임을 인식하고, 미술과 디자인까지 통합할 수 있는 공예의 능력으로 외부를 막는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함을 다시 깨달아야한다. 

2009년 가을에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모전에서는 이전의방식에서벗어나실용성, 심미성, 사회성, 윤리성 등 다양한 공예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심사를 한다고 하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자기만의 분야를벗어나보다넓은눈으로공예의의미를따져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도자나 유리같은 개별 재료가 아니라 공예라는 주제 자체를 주창하는 비엔날레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번 행사가 공예 내부의편 가르기와 외부와의 격리를 지양하고 새롭게 내세워야 할 공예의 의미들을 추구하는 자리가 되어야하는 것처럼, 공모전 역시 공예와 자연, 공예와 사회, 전통과 현대같은 공예의 중요한 이슈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출처  http://www.daljin.com/02.730.62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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