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탐방 | 동문탐방 06호 /Steam과 같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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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0:37 조회2,3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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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호 /Steam과 같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이상준
우리가 선배님을 찾아간 날은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은, 유난히도 추운 초겨울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신림역에서 선배님이 계신 사무실까지 가는 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차라리 보라매역에서 왔다면 더 가깝지 않았을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는, 찬바람에 발그레진 볼을 부비며 생각했다. 그렇게 초행길을 헤매다 도착한 선배님의 사무실. 작은 사무실 안엔 근무하는 곳을 비롯해 취사 시설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무실이 있다는 빌딩을 발견했을 때 이제 곧 선배님을 뵙겠구나 하는 기대감 보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았다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 죄송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상준 선배님은 뜻밖에도 작년에 '금디人의 밤'을 찾아주신 선배였다. 먼저 알아본 은영 선배가 반색하며 이야기를 주도해서 시작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에게 기념으로 선물을 주시겠다며 미리 준비 해두신 봉지를 하나씩 건네셨다. 머그컵과 다이어리였다. 한층 더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로 인터뷰가 차차 진행되었다.
97학번이신 이상준 선배님, 선배님은 먼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셨다. [steam]과 [Golden Bell]이라는 두 업체에서 일하고 계셨다.
그날 우리가 찾아간 사무실이 바로 [steam]이라는 곳이었는데 디자인 문구와 소품 전문 회사였다. 2002년 5월 15일이 회사 창립일인 [steam]은 친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회사였는데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선발 선배를 보고 동생과 함께 뛰어들게 되었다는 선배님. 2002년은 지금처럼 봇물 터진 듯 디자인회사가 쏟아져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그 때문에 타사와의 경쟁이 가능했고, 지금까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하셨다.
[Golden Bell]은 주방용품 전문회사였는데 직접 운영하시고 계신 회사는 아니고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계신 곳이라고 하셨다. 주방용품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알레시 Alessi사의 제품을 보고 나서였다고 하셨다. 선배님은 처음 그 제품들을 보시고는 한국의 디자인 수준이 낮다는 것을 새삼 체감하셨다고 하셨는데 뒤에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고는 정말 놀랐다. 선배님이 처음 접하신 때가 벌써 십 년도 넘었으니 그때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주방용품 얘기를 하면서 들은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바로 일반 소비자와 디자이너들의 눈의 차이였다. 일반인이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 변화의 최소 범위는 0.1mm, 한편 디자이너들은 고작 0.03mm의 미묘한 차이도 바로 느껴버린다고.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디자이너들은 0.03mm의 차이와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자동차나 TV처럼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제품보다 냄비나 식기 같은 소규모 디자인에서는 0.03mm의 차이도 크다고. 특히나 일상생활에서 매일 이용하는 주방용품은 이미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큰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섬세한 디자인을 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시며 디자이너의 길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셨다.선배님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넌지시 물어보니 간단 명료히 말씀해 주셨다. 외국 디자인과 국내 디자인의 수준차를 딱 지금의 반으로 줄이는 것. 이 한 마디에는 생각보다 많은 말이 담겨 있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갈 대로 올라가 있다. 외국에서 다녀오면서 직접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보았다든지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그런 제품들을 보았다든지 하면서 눈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 디자인은 솔직히 말해 소비자들의 안목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그 커다란 수준의 차이를 반이라도 줄여 놓으면 국내에서만큼은 일인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선배님의 눈빛은 자못 진지했다.
선배님은 직접 Field에서 활동 중에 겪은 경험담과 함께 학교생활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으셨다. 모든 것을 학교에서 얻으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 주된 주제였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에도 멀리 보고 크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작가를 꿈꾸는 후배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며 특히 디자이너가 되려는 후배라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하셨다. Field에서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배워야 경쟁력을 기를 수 있으며 그런 것은 학교가 아닌 선배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또 반드시 동경하는 Role Model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하지만, 절대 그 동경의 대상에 결과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Role Model이 그 위치에 있기까지의 과정. 즉, 노력을 잊지 말고 그 노력을 닮으려 노력하라고 하셨다.
또 유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후배에게도 몇 마디 전해주셨다. 결론은 너무 서둘지 말라는 것. 취직을 해서 직접 발로 뛰어보며 어려움을 한번 겪어 봐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어려움을 겪어 봐야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어느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 탁월한지 알 수 있다고. 즉, 이렇게 업무 중에 체득한 것을 토대로 필요한 때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이해도 빠르다는 말이었다. 등록금이 아까워 다니는 것과 내가 필요해서 다니는 것. 어느 것이 더 건져갈 게 많겠냐는 선배님의 질문에 다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또 유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후배에게도 몇 마디 전해주셨다. 결론은 너무 서둘지 말라는 것. 취직을 해서 직접 발로 뛰어보며 어려움을 한번 겪어 봐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어려움을 겪어 봐야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어느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 탁월한지 알 수 있다고. 즉, 이렇게 업무 중에 체득한 것을 토대로 필요한 때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이해도 빠르다는 말이었다. 등록금이 아까워 다니는 것과 내가 필요해서 다니는 것. 어느 것이 더 건져갈 게 많겠냐는 선배님의 질문에 다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작가와 디자이너 갈림길에 놓여 있는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셨다. 현대 Global 시대에는 디자인과 작품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요즘 제품들의 디자인을 보면 십여 년 전과는 달리 점점 독창성이 강해지고 있으며 개인의 성향이 브랜드로 자리 잡혀간다고 하셨다. 한편, 작가들은 점점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즉, 작가의 궁극적 목표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의 궁극적 목표는 작가가 되어가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는 것. 하지만, Young Designer가 50세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시며, 나중에 작가가 되든 디자이너가 되든 젊은 시절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허상을 쫓지 말고, 꿈을 바르게 꾸라는 거지. 순간순간에 충실하란 말입니다. 그럼 끝-"
'끝'이라는 말과 함께 선배님은 모든 말씀을 마치셨다. 마치 뒷이야기가 더 길게 있을 것만 같이 여운이 깊게 남은 마무리였다.
언제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있다. Black과 White, 영화와 팝콘, 커피와 담배……그리고 steam과 이상준이 그랬다. 단순히 증기 외에도 '활력, 추진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steam은 선배님의 이미지와 매우 닮아있었다. 그날 선배님께서 주신 것이 선물만은 아니었는지 돌아가는 길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
97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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