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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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 동문탐방 39호 /작가의 길을 걷다,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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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45 조회2,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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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볕도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어느덧 쌀쌀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 87학번 이유진 선배님의 작업실이 위치한 경기도 양평으로 향했습니다. 다들 전철을 타고 교외로 나가 설레기도 했지만, 초행길인 탓에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 만난 선배님께서는 찾아오느라 고생했다며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 직접 작업실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작업실은 한적한 교외의 낭만 그 자체였습니다. 오른쪽 건물에는 완성된 작품들이 모여있었고, 왼쪽 건물은 직접 작업을 진행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늘 좁은 공용 실기실을 사용하는 우리에게는 널찍한 작업실이 어린 마음에 그저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먼저 선배님의 작품을 둘러보고, 옆방에 모여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선배님이 손수 준비하신 따뜻한 차와 간식이 함께해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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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께서는 으레 첫 질문으로 드리는 진로 결정의 계기에 대한 질문에 떨린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학부를 졸업한 이후 대학원을 다니던 중 기회가 생겨 유학을 떠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 대학원은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재학 정원은 150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전공이 다양하고 학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시설 지원이 좋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우셨다고 회상하셨습니다. 기숙사나 냉난방 시스템 등 우리와는 많이 다른 작업 환경에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이 학교는 작업할 때는 물론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전공의 학생과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전공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작업 자체가 즐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미국의 학부를 체험해 보고자 FIT에서 장신구 관련 계절 학기를 듣기도 하고 GIA 수업도 듣는 등, 언제나 공부와 작업을 병행하셨다니 새삼 그 열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다음, 작품을 제작할 때에는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시는지에 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대학원 과정 중 허황하고 근사하고 보기 좋은 것을 만들지 말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라는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은 마침내 '나는 사람이고, 여성이고, 여성이다 보니 장신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신구가 가지는 외형의 장식적 측면보다 억압과 폭력, 계급을 보여주는 또 다른 측면 - 즉 욕망과 관련된 면을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인체가 필요했고, 라이브 캐스팅 등 조소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기법을 직접 공부하게 되셨답니다. 다양한 재료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익혀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능력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전공을 구분 짓는 방향으로 작업하는 것 보다 다양한 것을 보고 익히고 해보는 과정을 장려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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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질문을 드리자 선배님께서는 장난스러운 한숨과 함께, 힘들었던 점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같은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놓고 "와, 어떻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지?"하는 희망과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걸 만들었지?"하는 절망이 반복되는 생활이 힘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덜 팔리는 것,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것은 평범한 관점에서 보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배님께서는 작가란 '세상을 변혁할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첨단의 직업'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거쳐야 하는 수많은 과정, 그리고 가족들의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 등 작업에 몰두하기 힘든 현실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선배님의 학부 시절에 했던 작업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우리의 전공인 금속을 배우게 된 것에 대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금속을 다루는 것은 특수할 뿐만 아니라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타 전공보다 입체를 다룰 때의 두려움이 적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하셨습니다. 보통 금속을 처음 다루게 되면 흔히들 '이런 걸 지금 내가 왜 하고 있지? 예술이 아니라 노동 같아. 나는 이런 걸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기초적인 작업은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므로 긍정적으로 작업할 것을 권하셨습니다. 우리는 대학이라는 제도 안에 속해 있고, 그 제도 안에서 해 나가야 할 것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기초 기술들이 바로 그런 일에 해당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후에 작업하다 보면 자신이 이런 기술을 익혔다는 것에 분명히 자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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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티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선배님께서 아트와 디자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저희의 하소연을 듣고, 그 고민은 작업할 때 모두가 겪었던 일이라며 공감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작업 궁극의 목적은 디자인과 아트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점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맞지 않는 수업을 견디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지만, 불평하기보다는 그 시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다 얻어내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그때 얻어낸 것이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작업을 하면서 반대의 것들을 경험하는 일은 굉장히 유익하다며, 디자인과 예술의 끝은 어찌 보면 이어져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이번 동문탐방은 교수님이나 과제 같은 학부 관련 이야기도 많이 듣고, 유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수줍어하시면서도 작업에 대한 전문가다운 확고한 소신과 작업 자세에 대한 충고 등, 아직 작업 초보자인 저희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온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저녁 식사도 따뜻하게 챙겨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듬뿍 들려주신 이유진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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