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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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자인’이란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 김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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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26 조회1,2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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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자인’이란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미술대학 학생이라면 당연히 하루에도 수없이 ‘디자인’이란 단어를 접하겠지만,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디자인’은 결코 생소한 개념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디자인'이란 말이 각종 분야에 쉽게 접목되어 예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헤어 디자이너', '네일 디자이너', '플라워 디자이너'라는 말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었다. 또한, 잡지나 텔레비전 같은 매체에서도 쉽게 다루어지는 화두로 등장하여 일반 대중도 쉽게 논하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평범한 논제가 되어버렸다.

그럼 사람들은 어째서 '헤어 엔지니어', '웨딩 건축사'라는 말 대신에 이렇게 '디자인'이란 말을 쉽게 사용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디자이너는 법, 의학, 건축과 같은 직종의 사람들처럼 일관된 규칙을 가지고 일정한 수련을 거쳐 법적인 자격증을 따고 일정 조직의 관리를 받는 조직적인 직업이 아니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이란 화제가 자본주의 생산 체제와 맞물려 대중들의 유행과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매체에 쉽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 또한 디자인은 의학이나 공학과 달리 대중의 특정한 교육 수준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쉽게 공감대를 조성할 수 있는 재미나 엔터테인먼트 수준으로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자인'이란 단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쓰이고 있으나 그 의미와 가치는 수많은 선언과 경계의 부재 속에서, 근본적인 체계 없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디자인에 대해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흥미를 느끼지만, 그에 대한 개개인의 이해나 개념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본인은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주로 ‘사랑’이란 단어와 비슷하다고 예를 들곤 한다. 우리가 ‘사랑’이란 단어를 너무나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고 또한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의 척도가 다른 것처럼....

대부분 사람은 디자인이란 패션이나 인테리어 같은 분야에 따라서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선호하는 다양한 형태와 스타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부는 기술적인 면이나 공예적인 미에 좀 더 중점을 두는 관점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다양한 관점이 디자인이란 거대한 개념 전체를 이루어내는 부분요소들이기 때문에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섣불리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글을 참을성 있게 지금까지 읽었다면 일단 이쯤에서 제의해보고 싶다. 그럼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나 스스로 믿고 있는 ‘디자인’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질 때 디자인의 의미를 '오브젝트', '커뮤니케이션', '환경', '사용자' 등의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살펴보고 그 영향으로 말미암은 디자이너가 당면한 문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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