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교강사비트박스

나를 찾고 시야를 넓혀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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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2 조회2,3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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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의 주인공은 바로 이명주 교수님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듯 산미대학원 금속디자인전공 교수님이시며, 오랜 선배이시기도 합니다. 언제나 단호하시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교수님이신데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특히 희망하는 학생들 몇 명과 소규모 스터디까지 하고 계셔서, 운영팀에서는 금속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이명주 교수님을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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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 이번 여름방학에 진행하는 스터디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고, 어떻게 계획하시게 되었나요?

A. 따로 짜인 커리큘럼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전부터 내가 모여서 공부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스터디를 많이 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거죠. 방학 때 뭐 좀 해봐라, 하면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니까. 도와줄게, 이렇게 된 거에요. 지금 스터디 내용은 재료학도 배우고, 그 후에 실례를 들면서 실질적인 활용법까지 좀 더 얘기하는 방식이에요. 그때그때 궁금했던 거, 못해봤던 거 서로 이야기하고 그때마다 관련된 테크닉이나 작가 설명을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돼요.


Q. 방학 때나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학생들이 공부했으면 하는 기법이나 재료를 추천하신다면?

A. 기법이나 재료를 추천한다기보다는... 일단 학기 중에는 수업과정대로 따라가야만 하죠? 방학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만 바로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거에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스터디를 하자고 권했던 거고. 공부를 안 했으니 작품이나 재료나 기법에 관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지. 하지만 특별히 배우고 싶다하는 게 있으면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스터디를 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배울 수도 있으니까. 시작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면 교수님들께 물어봐도 되죠.

작업할 때 마냥 스케치북 붙잡고 몇 시간이고 있죠? 그러고 있다 보면 하늘에서 좋은 생각이 뚝 떨어질 것 같고.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아이디어도 다 경험이 쌓여서 나오는 것이거든. 내가 이때까지 보아온 모든 것에 의해서 좋은 형태가, 좋은 생각이 나오는 거에요. 내가 학생들에게 제일 못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료 조사할 때 네이버에서 찾는 거에요. 네이버 이미지 다 똑같아. 거기서 조금 선 하나 옮겨서 그려봤자 그건 그냥 카피에요. 하지만 전시를 많이 보고, 작품을 많이 보고 나에게 쌓여온 색채나 조형이 나만의 방식으로 요리되는 것은 카피와는 달라요.

그래서 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전시구경을 많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꼭 금속전시가 아니더라도 타 전공 타 재료, 회화랑 조각부터 해서 일단 전시를 많이 봐야 하는데 학생들은 잘 안보잖아요.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건데, 데이트할 때 다른 데 말고 갤러리 데이트하면 얼마나 좋아. 돈 안 들지, 교양도 쌓지, 편하지. 그리고 미술품 전시같이 인심 좋은 데가 없거든. 학생들이 가서 '이거 어떤 기법을 사용한 거에요?'하고 묻는다고 대답 안 해줄 작가분들은 없을 거예요. 운이 좋으면 팸플릿이나 책자도 공짜로 얻기도 하고. 인사동 전시는 보통 다 수요일 저녁에 오픈해요. 알고 있었어요? 몰랐다면 정말 전시 안 보고 다닌 건데. (웃음) 그래서 화요일에는 거의 다 짐을 싸기 때문에 전시관람이 불편해요. 그리고 주말은 혼잡해서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가는 것이 좋죠. 전시관도 한가할 때 가면 작가님에게 이것저것 질문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그런 거 물어보는 데에 스스럼없었으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금속 작품에 관한 눈을 키우기 위해 참고할만한 전공 서적이나 금속 작가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A. 전공서적을 본다고 그러면 기본적으로 기법에 대한 책이 있죠. 우리나라 책은 별로 없지만... 전용일 선생님이 쓰신 금속공예기법 책도 좋고, 서울시립대에서 나온 금속재료학 책도 있고, 금속재료 사전은 공대 쪽 것도 내용이 많아요. 그래도 전공서적이라면 원서가 대부분인데, 사실 원서를 읽어보기도 전에 겁을 많이 먹어서 그렇지 읽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공에서 쓰는 단어들은 몇 가지 틀만 알면 쉽거든. 그러니까 원서도 주저하지 말고 접해봤으면 해요. 그리고 미술 관련 서적은 우리 학교가 제일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료 찾을 때 컴퓨터 말고 도서관 가는 것을 추천해요. 컴퓨터는 내가 찾으려는 것밖에 못 찾잖아요? 도서관에서는 의외의 것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작가연구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내 전공인데, 이 전공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지. 그래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연계가 되지 않겠어요? 하다못해 우리 학교가 미대로는 제일 유명한 곳이고, 교수님들이 다들 본인의 작품 세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지나가도 누군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한 번 그런 것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미대 사이트를 열어서, 전공별로 교수님들 이름을 클릭하면 작업을 볼 수 있는 거. 재작년에 여기 홍문관 앞에 거대한 인체 조형 작업 전시했던 거 본 적 있어요? 우리 학교 조소과 김영원 교수님 정년퇴임 전시였는데, 그분이 바로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 만드신 분이에요. 이런 이야기들도 전혀 모르죠? 그니까 외부에서 작가 찾지 말고,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만, 여기서 하는 전시만 알아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갈 수 있어요. 훨씬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주변에서도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어요.

내가 또 하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쉬우면서도 막상 어렵게 느껴지는 일인데, 신문에서 금속 관련된 기사를 모아봤으면 해요. 우리가 일단 금속을 전공하니까 우리 주위에 금속이 어떤 게 있는지를 찾아야 하잖아요. 신문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아요. 금속에 관한 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은 대학생이잖아요. 대학생은 언어 수준을 충분히 다져놔야 해요. 밖에서 누군가 사람을 만나면 어떤 기준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요? 억양, 사용하는 단어, 그게 그 사람의 위치나 수준을 딱 알 수 있게 하잖아요. 대학생이라고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의 말과 행동을 가져야 하는데, 그걸 배울 수 있는 좋은 매체가 바로 신문이에요. 보통 현대 사람들, 지식은 있는데 교양은 없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신문은 그런 부분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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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계 가공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금속기법을 배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기계 울렁증을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A. 기계 가공도 필요하긴 하죠. 하지만 금속을 갖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기계를 이용한 표현은 그 일부분이에요. 기법에는 표현하고 조형이 겹쳐져 있죠? 콜드조인트는 좀 더 기계적인 기법이고, 표현적인 방법은 부식이나 착색, 그런 건 기계를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2학년들 같은 경우엔 2학기 때 알루미늄 착색을 배워볼까 하는데, 뭐든지 표현에 중점을 맞춘 거지 기계 가공은 표현을 위한 수단, 어느 한 분야일 뿐인 거죠.


Q. 작품에서 작가의 테크닉이 바로 그 작품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나요? 그렇다면 테크닉을 꾸준히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A. 테크닉이 작품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테크닉이 필요한 거죠. 회화에서도 붓을 잘 써야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잖아요. 특히 금속은 다루기가 어려운 재료죠? 1학년 때 톱질 망치질을 하는 게, 그림을 처음 배울 때 선 긋기부터 하는 거랑 똑같은 거에요. 땜을 할 줄 알고, 톱질할 줄 알아야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말 그대로 '필요한' 거죠. 하지만 기본적인 테크닉만 알아도 훌륭한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우진순 선생님이라고 계시는데, 작품을 다 투각을 이용해서 만들어요. 100% 톱질인 거죠. 사실 기법이란 것은 여러 가지 기법 중 내가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을 위해 하나를 갖다 쓰는 거지. 작업하는 사람 중에는 테크닉 위주로 작업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면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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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제로서 점수를 잘 받는 작품과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 사이에는 괴리가 큰 것 같아요. 어떤 금속 작품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물론 미술을 전공한 사람하고 일반 사람들 사이에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특히 1, 2학년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작품 전체를 보지 못하죠. 와, 이거 땜 어떻게 이렇게 잘했을까. 이런 것에만 집중해서 보고. (웃음) 그래서 전체적인 걸 보는 안목을 키우라 하는 거고, 금속만 아니고 다른 전공 것도 많이 봐야 하는 거에요. 판매될 수 있는 것, 정말 중요해요. 일단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한다는 건 보여주기 위한 거잖아요. 일반 관람객의 반응이 있어야 하고, 작가에 따라서는 이번 작업에서 낸 성과로 다음 작업도 이어가야 하고. 그 정도는 돼야죠.

내가 대학원생들한테 많이 하는 얘긴데, 우리 과가 대부분 여자잖아요. 어떤 일이 생기냐면, 작품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충 취미 삼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작품을 해도 판매에 진척은 없고, 남편이나 부모님께 돈 받아서 다시 하고. 그게 작업일까요? 프로페셔널의 원래 의미는 영어식으로 하면 내 기술로 빵과 잼을 살 수 있어야 프로인 거에요. 초반에야 도움받을 수 있지만, 누구한테 돈을 받아가면서 작업하면 그건 그저 비싼 취미활동이죠. 지금 많은 여학생이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가 남자는 잘했든 못했든 졸업하고 나면 다들 뭔가를 해요. 자기 먹고살아야 하거든. 프로 정신을 갖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여자들은 그게 안 되는 사람이 많아요. 아, 그냥 뭐 예쁜 거나 만들어가면서... 이런 정신으로는 안 돼요. 악착같이 판매가 되는 길을 찾아야지. 먹고 사는 것 이전에 백번 양보해서, 작업실 유지하고 재료비는 살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만큼은 해야죠.


Q. 하지만 과제에만 얽매여 작업하다 보면 정체성은 잃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만 커지는데, 그런 감정이나 억압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자기 스타일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A. 그게 요새 학생들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취직해야 하고, 결국 점수화를 해야 하는.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다들 학점에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아니, 신경을 쓰긴 했지만 자기 정체성에, 자기 작업에 더 비중을 뒀지.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강했어요. 미대생이랑 공대생이 지나가면 누가 미대생인지 확 표시가 났어요. 요샌 그런 게 없죠. 평준화가 되어 가고, 서로 눈치 보는 작품을 하고. 나 때는 다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안 했어요. 학생들 마음도 이해 가지만 선생 입장에서 얘기하면 시험이란 게, 창의성도 창의성이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에 맞는 답을 내야 하잖아요? 과제도 그런 면이 어느 정도 있는 거죠. 과제에 대해 맞는 답을 내놓아야만 하는. 그래서 내가 더욱더 방학 때만큼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관을 뚜렷하게 가져야 해요. 흔히 말해서 미대생들은 또라이라고 하잖아요? 누가 뭐라 해도 내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그게 있어야 작업을 할 수 있지. 특히 디자이너가 아닌 작품을 하겠다는 사람한텐 더욱 그게 필요해요. 디자이너라는 건 상대방의 취향을 맞춰나가는 거지만, 작가는 자기 좋은 걸 만들어도 되죠. 그래서 내가 어디와 잘 맞는지, 내가 나아갈 바가 어딘지도 학생 때 정해두어야 해요. 디자이너인지, 작가인지.

'나'스러운 걸 찾는 얘기를 하자면, 가끔 보면 그런 학생들이 있어요. 갑자기 새로운 걸 하겠다고 하는. 여태까지 해 온 방식이 있고 그 학생 스타일을 잘 아는데, 갑자기 이게 좋아 보인다고 다른 걸 하는 거야. 내가 아닌 것. 그러면 99% 실패해요. '나'스럽지 않기 때문에. 내 스타일이 이상하다고, 다른 게 좋아 보인다고 막 돌아다니면 안 돼요. '나'를 찾는 것은 '나'를 잘 아는 거니까.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그냥 좋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왜 좋은지 나름대로 곱씹어 봐요. 왜 마음에 드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내 시각도 생기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그걸 생각만 하지 않고 써서 정리하는 연습도 필요해요. 그래서 전시를 보면 감상을 적어서 기록하는 것도 좋죠. '나'를 찾고 시야를 넓히는 것, 그게 지금 학생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명주 교수님과의 이야기는 금속을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은 굉장히 바쁘신 분이었는데, 인터뷰를 진행한 날짜에도 계속 여러 스케쥴이 겹치셨지만 우리에게 조언 하나라도 더 해주려고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해주신 좋은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이번 방학에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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