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그리고 남겨지는 것 -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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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34 조회1,8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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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맘쯤이 되면 여러 과에서 4년 동안 배움의 결과물들을 졸업 전시라는 명목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학교를 졸업하면 이제부터 자신의 커리어가 시작되는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자신 스스로를 발견하는 기회가 됨과 동시에,
또한 작업의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에게 선보여서 냉정하게 평가받게 되는 자리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4학년이 되면 실기실에서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정도와 과정은 다른 학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이 됩니다. 물론 졸업을 맞은 학생들이 넘어야할 문턱과 과정은 전공에 따라 사뭇
다르겠지만, 자신의 색을 잘 표현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과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현 졸업전시가 대부분 정형화된
한계를 갖고 있고 ‘졸업을 위한 관습적인 절차’로 인식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년전이나 수년이 흐른 뒤라
할지라도 그 형태적 혹은 절차적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개개인의 열정만큼은 졸업 전시가 갖는 변하지 않는 가치일
것입니다.
금년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졸업 전시를 통해 4학년 학생들의 노력의 결과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4학년
수업을 진행한 저로서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전시 기획에서부터 편집 디자인, 홍보, 공간 계획 등 모든 과정을 4학년 스스로 해 나가는 걸
지켜보았고, 보다 완벽하고 밀도 있는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 수개월간의 밤샘작업도 마다않으며 오프닝 당일까지 눈이 충혈 되어 있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의 후배들이자 제자들이 준비하는 졸업전시를 매번 보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만 보다가 이번에는 잠깐이나마 그들과 같이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노력의 과정들이 단순하게 일회성인 전시의 결과물로 비춰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보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야 어쩔 수 없겠지만, 선후배들에게 있어서만큼은 말이죠.
다시 말해 졸업전시는 일회성일지라도 진행했던 과정과 노하우가 당장은
3학년, 더 나아가서는 후배들에게 전수가 되고 반복되는 실수나 행정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현명한 지혜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정적인 문제들은 문서상으로 전달이 가능하겠지만, 단 2~3일 안에 이뤄지는 공간 구성과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얻어지는 경험은 문서나 전해들은 얘기들로 얻을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그
계획이 전시를 끝낸 후 절차까지 고려하여 세워져야 하며, 여러 방법들을 통해 이 과정들이 공개되고 전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과
절차를 고민하는 몫은 한 두 사람의 의견이나 당장 맞이하게 될 3학년만의 몫이 아닌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모색해 봤으면 합니다. 저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과정과 경험, 행정상의 결과물들을 4학년과 머리를 맞대고 한번 모아 볼 생각입니다. 비록 미흡할지라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배려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지만, 졸업전시의 특성상 전시를 준비하다보면 짧은 시간동안 뜻하지 않게 희생을 치뤄야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결국 그 희생으로 반사이익을 받는 이들이 생기기는 것 어쩜 당연지사이겠죠. 하지만 그로 인해 사소한 질투와 시기가 생기고, 전체의 과정을
보려하지 않고 좁은 식견으로 일을 그르치거나, 스스로 감정의 상처를 받는 것을 수 없이 봐왔습니다. 같은 상황과 입장이 되다 보면 감정을
추스려가며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남을 조금 더 배려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자리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질 않을 까요?
졸업전시가 ‘졸업’을 위한 전시가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보다 남과 다름을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순수한 ‘전시’ 의 순기능적인 역할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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