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과에서 금속조형디자인과로 개칭된 지 10여 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늘 좋은 일들을 뒤로하고 존재해왔던 문제는 달라진 것은 학과의
명칭뿐이라는 불만 혹은 모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식은 부모 형제를 닮아가고, 부모가 눈앞에 없는 후손을 위하여 앞에 있는 가족을 외면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하여간,
금속조형디자인과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문서로 만드는 일이나 이를 토대로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을 포함한 학과 업무의 지침을 마련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학과 소개와는 다른, 학과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나아갈 길을 정하는 자신과 용기를 요구하는 현실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서로 생각에 차이가 있어도 학과의 방침을 결정하고 공적으로 따르는 일은 교육 전반에 걸쳐 마땅히 필요한 일관성을 갖게
한다.
금속조형디자인과가
공예를 모체로 시작되었다는 점을 내세우거나 외면할 이유는 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 나의 모습과 앞으로의 일이다. 1958년 미술학부에
공예과가 설치되었고, 대학에서의 공예교육은 전통과는 다르게 시작되었다. 대학공예, 순수와 응용미술이 혼합된 모체는 오랜 시간과 여러 과정을
거치며 또다시 변모하였다. 이것은 처음과는 다르게 나타난 변종이 아닌, 변종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도 변종을 튀기라며 샘하여 미워했던 사회는 이제 하이브리드로 말을 바꾸어 그것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상황인가? 그러나 조형, 디자인, 공예를 모두 포함한다는 말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를 규정하는 일은 학과의 정체성을 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금속조형디자인과는
사물의
구조를 이해하고 조형 기술을 습득하여 공예의 기능성에 충실하고,
제품에
예술적 요소를 끌어들이는 형태와 사고에 대한 하이브리드적 교육을 지향한다.
즉,
예술과 결합한 제품디자인에서 금속조형디자인과의 하이브리드적 성향과 정체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내용은 논의를 거치지 않은 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