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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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디자인 - 박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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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24 조회2,9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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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설리번의 유명한 명제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 디자인이 추구해야 하는 기능과 형태의 상관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철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에 너무나 많은 기능주의, 형식주의를 불러옴으로 인해 관료화된 디자인 프로세스 속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다양성을 무시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여 사용자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재미있는 디자인 ‘Fun Design'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디자인을 일상적 환경에 노출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재미있는 공공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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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기능을 아니, ‘재미’를 따른다, 덴마크 Aiaiai>

디자인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기능주의를 극복하는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알레시, 독일이 호그리와 같은 생활용품 기업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디자인을 재미있고 활기차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활용함으로써 기능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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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용품 기업 Hogri의 디자인 제품 사례>

기능뿐만 아니라 재미를 따르는 형태들은 제품의 형태를 의인화, 동물화하거나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활용한 색채, 조형요소들을 적용한 특징을 보입니다. 즉 디자인에 아이러니, 유머, 해학의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즐거움과 따듯한 감성, 나아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의 철학적인 메시지란 무미건조한 환경, 경직된 관계 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여유로움과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 주는 활력을 재충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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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용품 기업 Alessi의 디자인 제품 사례>

공공디자인에 재미있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여유롭고 활기차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행복지수를 향상하는 적극적인 공공행정 서비스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였듯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쌀밥과 고깃국만이 아니라 웃음이기도 합니다. 시민이 즐겁게 웃음으로서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와 새롭게 출발하는 활력을 충전시키는 공공디자인이 재미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기대효과입니다.

요즘은 살기 좋은 도시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시민이 행복하고 사업하기 편리하고 특히 외국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살기 좋은 도시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시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행복지수를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당연한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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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 옷 갈아입으시는 중>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으로 생산성, 효율성만을 추구한 결과 상대적으로 시민의 도시생활은 권위적이고 몰개성적인 면만 드러난 부분이 큽니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생산성과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효용성을 중요시함으로써 시민의 도시생활도 더욱 쾌적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도 고도성장을 통한 기적보다는 그것을 찬란한 문화로 승화시키는 미래지향적이고 감성적인 성과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상황과 사회적 갈등의 고조라는 부정적 부분을 감내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유와 갈등을 포용하는 감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민에게 여유로움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재미있는 디자인이 이런 문제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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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의 생산성의 비밀은 바로 재미있게 일하는 조직문화>


재미있는 디자인을 공공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이라고 하여 무조건 재미있는 요소를 강조해서는 아니한 것만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은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지 재미만을 남발하게 되면 의미가 퇴색됩니다. 결국, 재미있는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우수한 공공디자인의 기준에 맞을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좋은 공공디자인이란 좋은 디자인의 정의에 비추어 기능이 우수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공공디자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디자인도 상기 굿디자인의 조건에 맞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디자인이 심미적으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요소라고 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즐거움 이전에 혐오감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사용성과 기능성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즐거움이란 눈으로 보는 것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생산성과 시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작과 공급에 문제가 발생해서는 사용자에게 디자인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넷째 혁신성과 창의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도시만의 독창적 이미지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공공성을 띠어야 합니다. 공공디자인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품질과 안전성이라는 디자인의 기본을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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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시민의 건강과 재미를 위한 Odenplan 지하철역 피아노 계단>


상기와 같은 좋은 공공디자인의 구성 요소를 먼저 갖추어야만 재미있는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시민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시민의 생활 속에 여유와 행복을 높여주기 위한 진정성을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공공공간, 도시갤러리 등 도시에서 추진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들에 재미있는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재미있는 디자인에서 ‘재미’라는 요소를 의식하지 않고 기존의 좋은 디자인의 요소를 충실히 적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공공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정에 해당 지역과 시민의 이야기가 가미될 때 재미있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을 마련한 튼튼한 바탕 위에서 시민과 호흡할 때 가능한 것이지 번뜩이는 순간적 재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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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삼청동 세탁소다>


공공디자인에 재미있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대상은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공공시각매체 등 어는 대상이나 가능합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디자인을 통해 시민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이 관 주도로 우후죽순처럼 드러난다면 또 다른 과잉디자인이 될 뿐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이 원하는 재미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재미란 시민의 생활과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시민의 생활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굴해야 합니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발굴된 이야기 속에서 공공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선별하는 작업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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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노센트 드링크는 왜 니트모자를 씌웠을까?>

그리고 공공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성과 공간특성을 우선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재미를 구성하는 유추, 대비, 상징, 아이러니, 패턴 등의 여러 가지 요소들은 생활 속의 맥락과 함께할 때 드러납니다. 제때를 맞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찾아가는 Fun Design, 발견하는 Fun Design, 느끼는 Fun Design, 몰입하는 Fun Design 등 공공디자인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재미있는 디자인의 유형을 구분하여 시민의 생활 속에서 살아서 숨 쉬는 재미있는 디자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공공디자인의 매체별 구분이 기준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있는 디자인의 의미구분을 먼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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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Fun‘을 아느냐?>


결국, 재미있는 디자인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의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것을 고려할 때 지역 내 핵심거점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랜드마크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재미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이슈화하면서 추진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디자인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자체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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