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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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디자인 - 박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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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5:47 조회1,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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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아름다움을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아름다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컨셉을 만들고 아름다운 방법과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름다워지게 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마을과 국가, 아름다운 지구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전문가임에도, 정작 아름다움이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분은 아름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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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물건,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의 반대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아름다움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집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 증거로는 나는 왜 항상 입을 옷이 없는지, 신고 나갈 신발과 가지고 나갈 가방이 없는지, 그리고 왜 나에겐 항상 이성친구가 없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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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은 물건, 아름답지 않은 사람, 아름답지 않은 세상>

 

 그리고 청소하지 않은 자신의 방이나 쓰레기가 넘치고 고성방가가 난무하는 무질서한 거리를 상상해 보십시오. 또는 비빔밥을 먹고 난 뒤 양치를 하지 않은 입도 아름답지 못합니다. 아니면 사기를 치거나 뇌물을 받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나쁜 사람들의 얼굴도 아름답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것이 많은 현실이 왜 우리에겐 다행스러운 일일까요? 모든 것이 아름답다면 우리들은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지기 위해 아름다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름다움의 세 가지 조건으로 완전성, 조화, 밝음을 제시하였습니다. 완전성은 배경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입니다. 조화는 각 부분이 전체와 어떻게 어울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밝음은 우리가 기쁜 일을 경험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돋보이는 독창성과 함께, 유기적인 효율성, 나아가 심리적인 만족을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대상을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과정을 통합한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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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멀리서 보았을 때 더욱 돋보입니다>

 

 미국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는 자신의 디자인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외형적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작업을 마쳤을 때 해결책이 아름답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이란 완벽한 해답입니다. 디자인을 통한 문제의 해답이 아름답지 않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디자인 결과물은 당연히 아름답습니다. 아름답지 못한 디자인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은 디자인 또는 예술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는 고등학생의 노트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그 학생이 수학문제를 칠판에다 자신 있게 푸는 모습을 보노라면 해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해답은커녕 공식도 외우지 못하는 우리들은 소심하게 아름답지 않은 지렁이를 그릴 뿐입니다. 주위에 디자인을 잘 하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을 보십시오. 디자인 작업을 하는 전문가적인 모습이 보기에도 우아합니다. 디자인을 과제 수준에서 만족해야 하는 학생들인 우리들의 작업은 보기에도 엉성하고 불안합니다. 심미적 우아함만으로도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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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필기만 아름답게 해도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원천은 모두 자연에서 온 것들입니다. 그런데 자연의 아름다움은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건축가 모쉬 세프디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기능의 부산물이다."라고 말합니다. 꽃의 색상과 형태와 향기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곤충의 구조와 형태는 배경으로부터 자신을 위장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장 최적화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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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처럼 아름다운 기업은 자연의 이유 있는 아름다움을 존중합니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학적으로 규명하여 피보나치수열을 만들었으며, 우리가 흔히 황금비례로 알고 있는 종이 규격의 바탕이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연의 발명품은 어느 것도 부족하지 않고 어느 것도 필요한 만큼 있으면 넘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모두 자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은 자연스럽다는 말과 거의 일치합니다.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은 자연을 닮고자 하는 노력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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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A4용지도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주는 혜택을 높이 평가하는 자신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멋진 몸매는 건강이 좋다는 신호이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애플 아이폰은 와이파이 환경에서의 효율성을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의 무궁무진한 자유로운 가능성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심오한 간결함을 주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의 이유를 우리가 동경하는 것으로 돌리고, 그 다음에 그와 같은 아름다움을 보이는 것을 동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경하는 아름다움을 가질 때 만족합니다. 물론 사람의 욕망이란 것이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아름다움을 통한 감동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열정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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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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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우리는 학자가 되려고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적인 공부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왜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남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지식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에 대한 지식, 즉 미학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해야 합니다.

 흔히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시각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보기 좋은 것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던 과학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만족이라는 심리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호기심, 관심, 용기, 재치, 협력, 정직 등 도덕적인 행동을 요구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으며, 기쁨, 감동, 행복,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반대는 이기심, 기만, 공포, 게으름, 무책임 등 결코 아름답지 않은 행동을 통해 무감동, 혼란, 어리석음, 낭비, 증오 등의 나쁜 디자인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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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으면 나쁘고 위험합니다>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는 “토털풋볼은 기술보다는 머리를 쓰는 축구다.”라고 말했습니다. 토털풋볼이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 전수한 체력 기반의 협력을 통한 축구를 말합니다. 축구를 바둑과 비유하자면 바둑알의 위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보다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루이프는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이겨야 한다.” 실제로 1970년대 당시 토탈풋볼을 창조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이 시전하는 유기적 소용돌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극히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선수는 하나의 입자입니다. 이 입자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름답게 이겨야 한다는 크루이프의 말은 그의 미적 취향과는 상관없는 말입니다. 이는 토털풋볼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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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이겨야 하느니라>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적 지식,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숙련,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는 도덕적 애정, 이런 요소들이 모두 모여야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우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지식과 기술과 애정이 소용돌이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시간 때문에,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 변명으로 아름답지 않은 디자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요?  

우리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아름다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컨셉을 만들고 아름다운 방법과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름다워지게 합니다. 아름다운 마음과 자세는 디자이너의 기본입니다. 
 

 박자일

2010년 1월 31일
 

<참고자료>

-필독, 축구문화사, 딴지일보, 2010. 
-마티 뉴마이어, 디자인풀 컴퍼니, 시그마북스, 2009.
-존 마에다, 단순함의 법칙, 럭스미디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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