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밀기 - 양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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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5:45 조회1,5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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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업무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선진국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한번 보기로 해요. 이런 된장,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을 이미 어떤 인간들이 다 해놨어요. 진작 책 좀 볼 걸 하고 엄청 후회를 했지만, 어쨌든 나의 디자인 실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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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전화가 걸려 와요. 다른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예요. 진행이 잘되느냐고
물어요. 사실 지난 달 미팅 이후 거의 잊어버리고 있던 일이예요. 하지만 우리 회사의 사활을 걸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클라이언트를 안심시킨 후
전화를 끊어요. 직장 생활 3년에 느는 건 연기력밖에 없어요. 여기서 짤리면 정말 연기자로 전향을 해 볼까 심각하게 생각해봐요. 주연여배우는
아니더라도 성격파 배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심감이 생겨요. |
이제 점심시간까지는 한 시간 남았어요. 이쯤 되면 디자인시안을 자세히
보여주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 이예요. 예전에 한번 써서 반응이 괜찮았던 세련된 이미지 컷과 보는 이가 녹녹해 질만한
감동어린 텍스트로 화면을 채워요. 어차피 프레젠테이션은 실장님이 할 거니까 나머지는 그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
언빌리버블! 그 짧은 시간에 꽤 괜찮은 작업이 나왔어요. 나니까 가능한
일이예요. 역시 이 회사는 나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나의 능력이 저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시간 맞춰 디자인시안을 보내느라 먹지 못한 불어터진 자장면을 한 젓가락 뜨려는데 사장님이 들어와요. 지난번 현장설명회 건이
궁금한데 해외 출장을 가야하니 지금 간략히 브리핑 해 달래요. 브리핑 받다가 관련된 이 사람 저 사람을 부르는 바람에 갑자기 장시간 회의가
되고 말았어요. 비행기 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곧 끝나겠지 하는 희망으로 앉아있는데, 비서를 불러 비행기 시간을
변경하래요. |
회의를 마치고 책상으로 돌아오니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동료들이 보여요. 실장님
들어오시기 전에 얼른 가방을 챙겨들고 나가려는 데 입사한지 2개월 된 인턴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요. 현장에 문제가 생겼는데 모두들
담당자(나)를 찾는대요. |
갑자기 피곤함이 등 뒤로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이상은 3년차 어느 여성 디자이너의 하루를 살펴본 것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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