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가공기법에 대하여 - 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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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46 조회2,7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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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과사전에서 금속공예의 가공기법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금속재료를
가공하는 기법을 크게 나누면 주금(鑄金)·단금(鍛金)·조금(彫金)
등이
있다.
이것은
금속에 열을 가하면 물러져 늘어나거나 펴지거나 구부러지거나 할 수 있는 성질과 아주 높은 열을 가하면 녹아서 유동적인 액체가 되었다가 식으면
다시 굳어져서 원래의 상태로 되는 성질,
그리고
더 단단한 도구로 뚫거나 자르거나 파낼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해서 가공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이 중에서 조금 기법에 대해서 이렇게
명시되어있다.
‘조금(彫金)은
금속 표면을 깎거나 파거나 다른 금속이나 돌을 파 넣는 기법이다.
이것은
금속제품을 아름답게 보일 목적에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금속판을
파내어 여러 무늬를 만드는 투조(透彫),
여러
금속을 박아 넣어서 장식하는 상감(象嵌),
선을
파서 무늬를 그리는 선조(線彫),
아름다운
무늬가 두드러져 나오게 하는 부조(양각),
금속의
가는 입자나 선을 붙여서 정교한 무늬를 내는 누금세공(鏤金細工)
등이
옛날부터 발달하였던 방법이다.
그러나
기계가 발달해서 오늘과 같이 정밀한 가공이 필요하게 되자 주금이나 단금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그대로 만들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것은 선반(旋盤)으로
깎게 되었으며,
이것도
조금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
구멍을 뚫는 보르반(盤)도
조금 방법의 하나이다.‘
이처럼 조금 기법에
선반과 보르반(drilling
machine)을
사용한 기계 가공기법을 포함해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 가공기법을 조금 기법의
일부로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정밀한
조금을 위해 기계를 활용한 것이지 기계 가공의 특징을 아우르기에는 조금이 정의하는 범위가 좁다.
조금이 금속의 표면
일부를 파내어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라면,
기계 가공기법은
금속 덩어리를 깎아 외형을 변형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계 가공기법은
결과물을 놓고 보면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주금 기법에 가깝지만,
가공방식은 조금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전혀 다른 기법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
가공기법이 주금,
단금,
조금과 함께
금속공예의 가공기법에 정의되지 않은 이유는 이 기법이 다른 기법에 비해 다소 늦게 나타났으며,
그 시기가 산업혁명
전후여서 산업과 공업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많이 활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2.
금속공예에 있어서 도구의 발달은 금속을
다루는 범위를 확장해주었고,
이는 작가의
상상력을 금속이라는 재료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약되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도구에 대한
연구는 쉬지 않고 계속되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18세기 절삭가공 기계의 출현은 이러한 도구의
발달과정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절삭가공 기계의
출현 전에는 금속 덩어리를 가공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고,
주금 기법과 조금
기법의 조합으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절삭가공
기계의 출현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나아가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었던 방적기계와 증기기관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된다.
이렇듯 절삭가공
기계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기에 금속공예의 기법과 도구의 발달과정 일부로 인식되기보다 새롭게 나타난 산업시스템의
주된 기술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큰 영향력을 가진
절삭가공 기계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조금 기법에 쓰이는
도구의 발달 과정에서 절삭가공 기계의 원류를 찾아볼 수 있다.
정밀한 원을 그리고
조각하기 위해 선반이라는 도구가 사용되었고,
이 도구가 발전하여
동력의 효율이 높아지고 조각 날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살짝 겉을 파내는 조각의 범위를 넘어 금속을 깎는 절삭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모터의
발명으로 선반의 기능은 한층 더 진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선반을
H.모즐리가 공구대와 이송나사를 장착하여
자동이송이 되도록 고안하였고,
이것이 오늘날의
선반의 원형이 되었다.
3.
산업혁명으로 인해 절삭가공기법이 산업시스템의 주된 기술로 인식되기 전 기계 가공을 이용한 금속공예작품에는 대표적인 예로 회중시계가 있다.
<Breguet N.160(좌) 과 N.1160(우)>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만든 N.160은 퍼페츄얼캘린더, 미닛 리피터, 크로노그래프, 온도계 등 당시로써는 가장 복잡한 기능을 구현한 시계로 마리앙투아네트를 위해 만들어진 시계였다. 오른쪽의 N.1160은 1983년에 도난당한 N.160을 21세기에 복원한 작품이다. 이 시계를 복원하는데 50여 명의 시계제작자, 엔지니어, 역사학자가 투입되었고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대의 기술로도 제작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만큼 복잡하고 정밀한 작품이다. 이러한 시계를 브레게는 18세기에 제작을 한 것이다.
<18th
watchmaker's lathe>
위 기계는 당시 시계제작자들이
사용하던 선반이다.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동력을 발생시키고,
그 동력으로
공작물을 회전시켜 조각 날을 이용해 절삭가공을 하던 절삭가공 기계이다.
당시 시계제작자들의
세밀하고 정교한 시계 부품을 만들기 위한 금속 작업에 선반은 필수적인 도구였으며 기법이었다.
이러한 선반은 시계제작자들에 의해
개선되어 다양한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정밀한 부품을 만드는데 특화된 선반으로 발전하였고 watchmaker's
lathe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한,
시계 못지않게 작고
세밀한 금속 가공을 해야 하는 장신구를 제작하는 금속 작가들에게도 많이 사용되어 Jeweler's
lathe 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장신구에 기계 가공기법이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르가 키네틱 장신구이다.
기계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내부 장치 부속은 선반,
밀링,
드릴링 등 기계
가공을 통해 정밀하게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키네틱 장신구의 창시자인 프리드리히 베커가 있다.
그의 장신구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계적인 움직임과 결합한 기하학적 순수 형태미이다.
현대 금속공예작가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장신구와 기 외에도
조명,
가구,
제품 등 다양한
형태와 기능에 대해서 연구하고 발전하고 있다.
더욱이 조명과 가구
제품 등의 제작에는 기계적인 구조와 장치와 부속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대부분
기계 가공기법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4.
이렇듯 절삭가공 기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금속공예 작품 제작에 있어 많이 사용됐다.
이것은 산업의
기술을 빌려 와서 금속공예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절삭가공기법은 금속공예에서 시작되었고 꾸준히 발전되고 사용되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절삭가공기법은 금속공예의 기법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마땅하다.
산업의 기술을 부정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기술은 급속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그 안에서 기계 가공기술은 산업기술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고 발전되어 지금은 첨단기술에
이르렀고,
금속공예기법은 그
나름대로 기법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기법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의 문화 키워드는 융합과
통합이다.
첨단 산업기술의
원류와 금속공예의 기법에서 공통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융합과 통합의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디자인의
프로세스와 금속공예의 제작기법이 어우러져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
금속 조형 디자이너들이 이뤄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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