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연기 속에서 - 안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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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5 조회2,57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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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비트박스의
주인공은 바로 홍익대학교 대학로 캠퍼스에서 <연기>
수업을 하고 계신 안경희
교수님입니다.
요즘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연기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는데요,
연기가 쉽사리 도전해 볼
수 없는 분야인 만큼 연기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학우들이 많아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인터뷰 내내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셨는데요,
덕분에 재미있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연극도
하고 웅변도 하고 치어리더도 하고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목소리를 완전히 잃게 되었고,
그래서 항상 허스키한
목소리의 노역과 같은 역할만 받게 되어 연기의 캐릭터가 딱 정해져 버려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지 못해 배우로서 매우
속상했어요.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서울
연극제에서 시실리 베리라는 보이스 워크숍에 참여했었어요.
그곳에서
RSC
(Royal Shakespeare Company)의 Voice
Director를 하셨던 분이 한국에
와서 워크숍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가르쳐 주는
보이스 훈련법과 상황에 따른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접근법이 너무 재미있었고 ‘영국으로 가서 훈련을
받으면 나의 목소리도 고칠 수 있고 제한되어 있던 나의 캐릭터도 다양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러시아 연출가 유리부드소프의 ‘보이첵’으로 데뷔한 뒤에 활동을
하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2005년에
Royal
Holloway 런던대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거치고 Exeter
대학교에서
MFA
Theatre Practice 코스를 밟은 뒤 졸업을
했어요.
졸업 후에는
신체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이를테면
약간의 핸디캡이 있는 아이들,
어른들과 함께 드라마
워크숍을 진행하는 Drama
Session Leader로
활동했었고,
그
후 본격적으로 런던으로 가서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처음엔 저 스스로 프로필도 찍고 액팅 에이전트들을 찾아다녔다가 결국 Spotlight의 Actress
book에도 올라가면서 저만의
에이전트들을 가지면서 다양한 장르에 프로페셔널한 배우로 생활하다가 2012년에 한국에
돌아왔죠.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단막극
연작-깃털의
유혹’이라는 컴백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Q.
교수님께서 특별히 연기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가장 큰 계기는 제가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버스에 타서 노래하고
춤춰서 어른들이 저에게 용돈을 주시기도 하고(웃음)
그
정도로 굉장히 외향적이었어요.
그
후에 제가 초등학생 때 우연히 교사 연극제에 학교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연극을 처음 접하고
흥미를 느껴서 ‘아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구나.’를 어린 시절부터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Q.
연기를 직접
하시거나,
연기 수업을 하실 때 가장
보람차거나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A.
아무래도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변화되었을 때가 가장 기쁜 것 같아요.
홍대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최근에
1학년 때부터 저한테 연기를
배웠던 친구가 있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고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친구였는데 나중에 젊은 연극제 오디션을 딱 보는데 저랑 1년을 하고도 그 뒤에
훈련을 너무 열심히 잘해 주어서 처음 봤던 그때보다 너무 많이 는 거예요.
선생님의 입장에서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연기 수업을 듣는
홍대생들은 진짜 꿈이 연기자인 친구들이 많나요?)
제가 요즘 면담주간이라
많은 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다양한 과에서
와요.
영문과,
금속조형디자인과,
회화과 등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각자
다른 과에서 오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조금은 연기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했던 아이들이었어요.
크게
‘나 이거
해야지.’,
‘난 계속 배우의 길을
걷겠어.’라기 보다는 조금은
예전부터 흥미롭게 생각했던 분야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Q.
연기 수업을 하는 교수님의
직업이 무척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활동 외에도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영국으로 가기 전에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겪었어요.
‘배우는 그냥
딴따라다.’,
‘머리가
비어있다.’
같이 폄하하는 발언이 매우
많아요.
‘배우를 하는 데에 무언가의
철학이 있겠느냐.’,
‘이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표현만 하는
사람이다.’
저는 그런 선입견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배우가 작품을 할
때 똑똑하지 않으면 절대 그 작품을 해석할 수도 없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거든요.
여러분들도 본인이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아이디어가 없으면 혹은 본인만의 철학이 없으면 제대로 작품 활동을 할 수가 없잖아요.
제가 영국으로 갔던 이유도
저의 문제점을 고치러 간 이유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가져야 할
학문적인 소양도 배우고 싶었어요.
그것을 배워왔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연영과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간단한 예로 교습법이 좀
달라요.
초창기의 연기를 가르치는
방법은 대본을 주고 ‘읽어봐.’
였는데,
그건 단순한 읽기에서
끝이거든요.
하지만 배우는 대사를
외워서 그걸 얼마나 잘 말하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도 중요하거든요.
저는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소양을 키워주고 싶어요.
한국사회 자체가 강압적인
교육이잖아요.
그런데 배우가 그렇게 되면
표현하는 것이 똑같아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배우들을 위한
창조적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Q.
교수님께서 보신 작품들
중에 교수님의 인생이나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또
최근 관람한 작품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배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아직도 그 감동이
큰데,
리투아니아 햄릿이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보통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사색에 잠겨있고 그냥 그 모습으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그 작품에서는
햄릿을 표현했던 사람이 락커였어요.
그
배우가 고뇌하면서 락커 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제까지와는 다른 햄릿이어서 인상 깊었고,
무대 디자인도 기억에
남아요.
거대한 바퀴가
있었는데,
제가 해석하기로는 햄릿이
무슨 일을 하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설치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폴란드에 갔을
때 그곳에서도 햄릿 공연을 봤는데,
그
햄릿도 재미있었어요.
그
공연장이 실험극장이었는데 제일 첫 번째 장면이 자기의 엄마인 거투르드가 삼촌인 클라우디우스 왕이랑 결혼하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결혼을 한 상황인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앞쪽으로 엄마와 삼촌이 지나가면 큰 쥐 세 마리가 나와서 함께 걸어가도록 했더라고요.
그
쥐들도 물론 훈련받은 쥐였어요.
그
장면을 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악의 모습을 쥐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극 중에 오필리어가
햄릿에게 상처를 받고 자살하는 장면이 있는데,
무대에 정말로 깊은 물이
있었어요.
배우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그 깊은 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상력을 무대 위에서 재현했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어요.
Q.
매체 연기가 아닌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경우 자신의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라고 하면 정말 슬프고 기쁜 감정만 연기하려고 해요.
하지만 배우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몸의 변화를 인지해야 해요.
예를 들어 감정이라는 것이
호흡부터 달라지거든요.
화나는 연기를 할 때
갑자기 나도 모르게 뒷목이 당기고 심장박동도 빨라지거든요.
그런 것을 호흡으로 조절할
수 있어요.
만약 제가 간단하게 화남을
표현해봐 했을 때 보통 다 비슷하게 씩씩 거릴 거예요.
하지만 그때 주먹을 쥐고
호흡을 주면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라면
평상시 본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있어야 본인이 연기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고,
그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돼요.
Q.
저희 같은
미술,
디자인 전공자에게 추천하는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에디 레드메인 이라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스 연기를
해서 2014년도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최근에 나왔던 작품인 <대니쉬
걸>을
추천해요.
이
사람의 연기가 너무 좋은 게 매우 섬세해요.
스티븐 호킹스처럼 철저하게
육체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대니쉬걸에서는 여성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보통 남자들에게 여자의
모습을 연기해 보라고 하면 예쁜 척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은 예쁜
척이 아니라 정말 여자처럼 살아요.
그
모습을 잘 표현한 장면이 처음으로 여자의 옷을 만지고 여자의 스타킹을 신고 그 잠재적 여성성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이 무언가를 많이 보여주고 ‘여자가
되었다.’가 아니라 천천히 옷을
만지면서 그 전율을 전해주는데,
아무 대사 없이도 그
감동이 전해지고 그 모습을 연기한 배우의 섬세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작품을 보고 에디 레드메인 같은 배우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렇다면 한국 배우
중에서는 어떤 분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박완규 씨라고 하는
연극배우가 있어요.
남자배우 중에 소리의
영역을 다양하게 쓰는 배우가 없어요.
예를 들면 중후한 목소리
하면 유동근 씨가 떠오르는 것처럼 남자분들은 한번 보이스톤이 정해지면 거기에 머무르는데,
이
분 같은 경우에는 소리가 다양하고 몸도 굉장히 잘 쓰시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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