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교강사비트박스

오늘을 만드는 과거의 이야기 - 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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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5 조회3,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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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에서 모시게 될 분은 바로 1학년 2학기 한국미술사 수업을 담당하고 계시는 예술학과 지민경 교수님입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2년 간 연구원으로 있으시다 이번 년 3월에 홍익대학교에 오시게 된 지민경 교수님은 수업 때도 재치 넘치는 설명으로 한국미술사에 흥미를 더해주셨는데요. 교수님의 연구실로 찾아뵌 운영팀을 평소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맞아주신 덕분에 웃으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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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하게 교수님 소개 부탁합니다.
 
A. 저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조교수로 있는 지민경이라고 하고요. 미술사 여러 분야 중에서도 시대적으로는 전근대 동아시아 미술사를 담당하고 있고 세부전공은 고분벽화였어요. 올해 3월에 들어왔어요. 여러분도 새내기잖아요. 저도 새내기 예비대학 때 바들바들 떨면서. (웃음) 어떤 면에서는 여러분과 저는 같은 운명을 하고 있는 거죠! 그전까지는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와서 1주일 만에 학교에 나오게 되었어요. 2년 정도 일하다가 왔는데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연구원으로 2년 있었어요. 특별전시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게 된건데 주요하게 한 일은 2014년에 조선 미술 대전이라는 전시를 했어요. 미국에서 한국 미술품 전시로는 역대 2번째로 큰 전시였어요. 제일 컸던 규모의 최초 전시는 50년대 전후에 있었던 우리나라를 알리려는 전시였죠. 이번 전시는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공동으로 한 전시였고, 말하자면 순회공연같이 LA, 휴스턴 박물관 등에 차례로 전시가 되었어요. 그 전시를 위해 4년을 준비했어요. 원래 전시라는 게 그전의 준비과정이 오래 걸려요.
 
 
Q. 한국 미술의 다양한 분야 중 어떤 쪽을 전공하셨고, 그 분야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사실 저의 전공은 한국 미술사가 아니라 중국 미술사인데 둘을 비교하는 연구를 같이했어요. 논문연구는 한국미술 중에서도 고려 시대 벽화. 고분벽화에 관해 얘기를 하면 굉장히 그게 복잡한 일인데... 대학원수업은 장의예술에 대해 하고 있는데 주제보다도 장의예술에 들어가는 매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은 어느 시점까지 박물관에 있는 모든 것들도 그렇고 무덤에서 나오지 않은 게 없어요. 이것을 순수하게 예술이다 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장의예술이 중요하다 말해요. 특히 벽화는 사람들은 회화라고 쉽게 얘기하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벽화라고는 말하지 않잖아요? 유물이 없는 시대만 그때의 회화예술을 짐작하기 위해서 쓰이는 정도잖아요. 하지만 사실상 회화예술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회화는 감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장엄을 하기 위한 것이었죠. 꾸미기 위한 목적으로 미술이라는 게 탄생이 되었고 감상의 시대와 장엄의 시대를 나눈다면 벽화라는 게 장엄의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고대시대 회화의 모습을 담고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고분 벽화에 매력을 갖게 되죠. 벽화 자체는 회화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공예 적이에요. 공예랑 순수미술이랑 구분을 짓는 특징을 여러분은 뭐라고 생각해요? (쓸모가 있어야 공예 아닐까요) 쓸모가 있다는 건 그만큼 목적이나 의도가 확실하다는 거잖아요? 고분벽화나 그 일부 건축물을 장식하는... 당시 사람들은 예술이 단지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이 있었죠. 그래서 벽화라고 하는 게 다양한 매체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엄이라는 건 무엇인가요?) 꾸미는 거죠. 말하자면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쓰이고 건물 외벽에도 쓰이고...
벽화 발굴 작업은 중국에 주로 있었는데 중국은 참여하기 힘들었어요. 중국인이 아니니까. 무덤 현장에는 갔었어요. 중국인들은 웬만한 무덤유적 같은 경우에는 가져다 버려버려요. 너무 많으니까(웃음). 주요 부장품들만 남겨서 박물관에 보내고 벽에 있던 것들은 버리거나 중요하다 싶은 건 떼어다가 가져다 놓죠. 공간에서의 의미 같은 것도 있는 건데 그냥 떼어다가 박물관에 가져다 놓으면 그 의미를 온전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발굴지를 가는 경험은 필요한 일이고.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굉장히 재밌어요. 게다가 그런 곳은 제가 스스로 갈 수 없는 시골에 있어요. 아예 그런 곳은 좌표가 없어서 가게 되면 고고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가요.
 
 
Q. 한국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되게 웃기지만요,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계속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 때부터. 저는 언니가 많은데 어렸을 때 부모님이 언니들과 볼일을 볼 때 저를 박물관에다가 데려다 두고 갔었어요(웃음). 어렸을 때도 박물관에 데려다주시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봤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의외의 반전이 많은데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또 고등학교 때는 외고에서 불어를 전공했죠. 사실 저는 경제학을 사실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제가 대학 갈 때는 그때 상황(IMF)에 영향을 받아 선택하게 되었는데 경제학이 학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전공하게 된 거예요. (적성엔 맞으셨어요?) 안 맞았죠. 그 중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온 과목들은 다 경제사 같은 거였죠. 하지만 경제학을 한 것에 후회는 안 해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저의 독특한 관점을 형성하는 데 경제학이 큰 몫을 한 것 같아요. 미술을 관찰하는 데도 인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관점을 형성할 수 있지 않았나. 사실 모든 걸 생각할 때 돈과 관련되어있고 그렇잖아요. 옛날 작가라는 직업이 적었을 때는 더욱 소장자들이 사회적 지위나 재력 같은 걸 표출하고 싶은 욕망에서 예술을 하니까요.
 
(보통 미술은 저희가 수업을 접하게 될 때 가장 먼저 서양 미술을 접하게 되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한국미술로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전혀요. 왜냐하면, 저는 미술을 처음부터 배웠었던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선입견 같은 게 없었어요. 사실 미술도 잘했던 편이었고 배우고 싶었는데 집안의 반대로 할 수 없었죠. 게다가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외국어 특수고등학교여서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도 별로 없었고 커리큘럼 자체가 제3외국어까지 했어야 했어요. 각각의 외국어도 문법 독해 청해 회화까지 했어야 했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계속 혼자 미술관 다니고 했어요.
 
 
Q. 한국 미술사를 전문적으로 하시면서 다양한 작품을 사진 뿐만 아니라 실제 유적지나 생생한 실물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어떤 것이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모든 게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여행도 좋아하고 저는 대학교 4학년 내내 거의 틈만 나면 여행 다녔던 거 같아요. 혼자 다니기도 하고 사람들하고도 다니고 돈만 모이면 가는 거예요. 그때는 차가 없었으니까 히치하이크도 하고 그랬죠. 사실은 현장에 가면 감동이 정말. 많은 것들이 있지만, 유적지라고 했을 때 저의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 건 발굴을 했을 때에요. 대학교 때 광주에 있는 조선 왕실전용 가마터를 발굴했었어요. 주 중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주말 동안 하는 거죠. 그때 발굴이란 것을 처음 접했는데 가마터라고 하는 게 가마들을 만들어냈었던 현장, 시공간을 넘어선 현장이잖아요. 또 다른 작품들은 완성된 상태에서 보지만 이곳은 미완의 상태의 작품들이 널려있는 특별한 곳이죠. 발굴과정은 여러 부분이 있는데 제일 험한 일은 땅을 파헤치는 일이죠. 쪼그려서 발굴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현지 주민들을 고용하기도 해요. 저희 같은 발굴 연구자는 도편이라고 파편들을 모으거나 세척 등을 해요. 저는 일단 세척을 했고요(웃음). 그리고 세척된 유적들을 모아서 기록하는데 문양뿐만 아니라 파편들을 측량하고 전용 컴퍼스로 사용하면 원래 어떤 모양이었을지 추측할 수 있어요, 그것의 원래 높이, 지름 등을 기록하죠. 깨어진 것의 또 다른 파편을 더 발견하면 한 세트로 모아요. 그다음엔 정리해서 전시하거나 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본래 모양을 만들어두죠. 파편들을 붙일 때는 잘못되었을 때 분리하면 흔적이 남지 않고 떨어지는 특수 접착제가 있어요. 그걸 사용해요. 유적이라는 게 결국에는 옛날 사람들이 만들고 남겨두었던 과거의 지역이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그런 역사가 쌓이고 쌓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죠. 발굴은 거의 손으로 하거나 붓으로 해요. 사실 그 일을 하다보면 너무 피곤하니까 그때 처음 포장마차를 가 본 거 같아요. 밤에 술을 안마시면 몸이 아파서 못자요(웃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발굴한 장소가 팔당댐 근처라 삼시 세끼 매운탕만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또 발굴지(가마터)가 폐교 운동장이라 본부가 폐교였어요. 그래서 화장실이 없어 불편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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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미술 혹은 동양 미술을 감상할 때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 작품을 분석하실 때 visual analysis(시각분석)를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에게 (visual analysis)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는 훈련을 하는 거예요. 작품을 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훈련인데 여러분들은 전공이니까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늘 작품으로 표현할 수는 없고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는 말로 표현 하는 게 필요하잖아요. 그게 훈련이 안 돼서 대학원생들조차 잘 못 하는 경우가 있대요. 자기 작품에 대해서도요. 일단 보는 것이 제일 먼저에요. 감상 포인트라고 할 건 따로 없고요. 많이 보다 보면 뭐가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게 돼요. 여러분들도 힘들게 작품을 만들었는데 대충 보고 판단하면 속상하잖아요. 그리고 작은 부분에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쓱 보기보다는 꼼꼼히 보라는 거죠. 특히 이번에 내준 과제를 할 때 외부 자료 조사하지 말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감정만을 가지고 쓰라고 했잖아요. 작품을 보고 나의 언어로 만들어서 풀어내는 훈련의 과정으로 내준 거였어요. 글쎄 사실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미술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작품을 보는 것도 타고난 게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훈련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는 있지만, 확실히 타고난 감식안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티비쇼 진품명품같은 프로를 보면 거의 맞추는 편이에요. 시장가치가 있으니까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많이 봐왔던 것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남이 한 게 뭐 그렇게 중요한 건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좋은 걸 봐야 자기도 배우죠. 그런 걸 배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부탁해요.
 
A. 여러분들이 한국미술사라는 과목이 전공필수인 이유도 있고 그래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듣는 거잖아요. 교양이나 특히 필수로 들어야 하는 경우에 내가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강의평가에 그렇게 쓴 글을 보면서 수업의 취지를 잘못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과목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던 일들도 있었어요. 특히 근현대가 아니고 우리의 삶과도 먼 고대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 현재 이루어진 우리의 모습도 과거가 없으면 없었을 모습이잖아요. 여러분 자신들도 모두 하나하나 역사를 갖고 있는데 지금 우리의 주위를 이루고 있는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오직 현재 모습만 보고 알 수 있을까, 또 그것들을 정말 활용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고전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해요. 프리모던 쪽 미술을 다 없애버리고 1900년대 이후의 역사만 하는 걸 학생들이 원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되게 슬펐어요. 일단 저의 생각은 그렇지만 그중 또 어떤 학생이 이 과목 매우 재밌다, 이론적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할 때는 또. (웃음) 그런 의미로 한국 미술사의 의미를 조금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죠.
 
 
교수님의 동양 미술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색다른 경험들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나라 고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말씀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지민경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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