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가구 디자인 - 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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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4 조회2,6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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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의 주인공은 이번 1학기,
4학년 금속가구조형
수업을 담당하신 이대원 교수님입니다.
장마가 짙게 드리운
여름날,
우리는 교수님이
계시는 일산의 한 작업실을 방문했습니다.
오랜 시간 끝에
도착한 작업실에는 정겨운 개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반겼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다른 작가분들의 작업 소리와 함께 교수님의 소중한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일단 저는 국민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비철 금속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로 썼었지만 이후 철 작업이 하고 싶어서 가능한 곳을 찾다가 국내에서는 마땅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남 일리노이
주립대학교를 찾아 그곳에서 철 단조를 공부했어요.
주된 작업 방향은
가구와 소품이었죠.
물론 금속을
사용하면서 타 재료도 같이 쓰고 있고…또 소개할 게 뭐가
있나?
(웃음).
사실 저는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교수는
아니에요.
금속공예
작가죠.
그리고 여러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사실 교수라는 건
직업이죠.
전 저를 가르치신
교수님들도 다 선생님이라 칭하고,
저에게 배우는
학생들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랍니다.
선생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쓰여서 그렇지 이만큼 좋은 말도 없는 것 같아요.
가르치는 일을
과분하다고 생각하거나 안 맞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저는 재미있고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것이 많아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도 수업을 한 두 개 정도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현재 이케아처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저렴한 DIY
친환경 가구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는데,
금속이라는 하드한
소재가 이런 트렌드와 부합할 수 있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개인적으로 그런 가구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책장을
가리키며)
나도 사서 써보니까
보통 사람들이 조립하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만드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거예요.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저런 식의 가구를 만들어 쓰는 걸 좋아하기보다는 가격이 싸고,
가격대에 비해
디자인이 좋아서가 아닐까 싶네요.
유럽과 미국사람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
고등학교에서
기본적인 목공작업을 배우고 자기 집 차고,
작업실에서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조립하거나 고치는 일이 어렵지 않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럴 여건도 아니고,
뭘 만들어야 한다면
귀찮아하는 편이죠,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 힘들 거예요.
하지만
DIY
가구 브랜드는 유통
과정이 간단하고 부피가 작아서 운송이 편한 데다 제작 과정에서 조립하는 시간과 인건비가 절약되니까 생산단가도 저렴하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죠.
제가 만들어봐서
알지만 저는 그 가격에 이런 가구를 못 만들어요.
이런 장점들이
있기에 DIY
가구의 유행이
가능한 거예요.
물론 디자인을
전공해서 회사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일한다면 생산 분야에서의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작가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굳이 트렌드에 맞추어 이쪽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예전에 기사에서
금속 가구는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자주 사용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목제 가구를 더 선호한다고 보았습니다.
금속 가구가 국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금속 가구가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건 잘 모르겠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
걸까?
(웃음)
금속 가구가 사실
훨씬 더 고장이 많이 나는 편이에요.
목제 가구는 낡아서
삐그덕거리더라도 쉽게 꺾어지지는 않죠.
내 생각에는 아마
일본에서 금속 가구를 쓰는 이유는 집이 좁기 때문 아닐까.
우리나라 평균
평수보다 반밖에 안 되잖아요.
가구에 금속을
사용해서 튼튼하고 단단하게 하려면 가격도 많이 올라가고,
무거워서 쓰기도
힘들어지죠.
그래서 금속 가구는
부피도 작은 편이고 치웠다 옮기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일본에서 많이 쓰는 게 아닐까요.
Q.
외형적 아름다움과
실용성 등 사용자들마다 중시하는 것이 다른데,
가구 제작 시 가장
중시하는 점과 왜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A. 제 생각에는 모두 외형적인 것을 일단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테이블을 예로
들자면,
테이블은 기본적인
실용성만 갖추면 되니까 나머지는 거의 외향적인 요소가 되죠.
실용성에 맞는
안전성은 디자이너라면 기본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요.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구조적인 것이에요.
체중이
100kg인 사람이 앉을 때 의자가 순간적으로 받는
하중이 200kg
이상인데,
이걸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사실 가구 중에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게 의자에요.
의자는 안장과
등받이 등 몸의 많은 부분이 밀착되는 가구이고,
각도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사람이 오래 앉아있기 힘들죠.
테이블을 만드나
의자를 만드나 저에게는 큰 차이가 없는 일인데,
사람들은 테이블과
의자가 비슷한 가격이면 납득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필수적인 구조와
안전성이 갖춰졌다면 겉으로 보이는 면이 소비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
가구 디자인을
도출하시는 작업 과정 중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실 때 핸드 드로잉 같은 아날로그적 방식 /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디지털 방식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방법의 특징과
차이점을 함께 말씀해주세요!
A. 저는 컴퓨터를 잘 못
해요.
지금도 라이노같이
간단한 작업 외에는 잘 몰라요.
컴퓨터 작업이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후배들과 같이 하거나 외부에 맡기는 등 협력하는 방식으로 하죠.
하지만 개인적인
작품을 할 때는 컴퓨터 작업을 생각하지 않아요.
손으로
스케치하거나,
더 정교한 그림이
필요하면 실측해서 자를 대고 도면을 그려요.
물론 두 방법 다
장단점이 있죠.
컴퓨터 작업이
분명히 필요한 경우가 있고,
작업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 과제를 검사할 때,
컴퓨터로 그린
도면을 가지고 오면 ‘이거 괜찮다,
혹은 문제가
되겠다.’
등의 지적해줄 수
있지만,
뭔가 더 첨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본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스케치라는 건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스케치를 보고도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확장해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스케치를
가져오면 제 머릿속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형한 것들에 대해 학생들과 얘기하기가 편하거든요.
공예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컴퓨터 작업은 양날의 검이에요.
컴퓨터 작업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실물디자인과 제작에 독이 되는 경우가 분명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본다면
컴퓨터를 통한 드로잉은,
손으로 스케치한
것을 보고 상상하고 변형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기 편한 사진 한 장으로 막아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디자인을 하겠다고
노트북부터 꺼내는 상황이 저에게는 많이 아쉽게 보입니다.
Q.
금속으로만 가구를
만들 때 느낌이나 실제 사용에서 생기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또,
금속 이외의 다른
재료를 함께 사용해보신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작품인지가 궁금합니다.
A. 한계 극복이요?
다른 재료를 쓰는
거죠,
달리 뭐가
있겠어요!
(웃음)
금속으로만 만들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잖아요.
금속으로만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은 재료가 있다면 그걸 쓰는 게 맞는 거예요.
그리고 요즈음
추세에 재료에 대한 것을 굳이 구분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대체할 다른 재료가
있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죠.
다른 분들의 경우를
보면,
금속 공예 석사
논문인데도 금속이라고는 뒷 장식에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요.
재료 사용에
있어서는 이런 문제들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가구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재료 선택에 중요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구가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을 생각 안할 수 없겠죠.
만지거나 앉을 때
차갑다거나 딱딱해서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면 실제로 사용할 가구에 금속만 쓰기엔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옷걸이나
선반 같은 가구는 피부에 닿을 일이 많지 않으니 금속으로만 만들어도 괜찮겠죠?
다만,
다른 재료에 손대기
전에 학부 저학년 때 배우는 물성의 기본적인 것들은 잘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요.
나중에 다른 것을
하더라도 기본은 언제나 따라가는 것이니까요.
Q.
금속을 다루는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성향과 덕목으로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다른 분야
디자이너들이라면 모를까 가구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간과하면 안 된다!”
하는 것들이
있다면?
A. 글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금속을 다루던
아니던,
가구를 하던 안
하던,
어디에 국한되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것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분야의
디자이너라는 것은 어떤 물체를 만드는 건데,
그 기물뿐만 아니라
그 모든 환경을 주변 환경을 다 알고 있어야 해요.
생산
라인,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그리고 취향까지.
어느 정도 작업을
많이 해본 작가나 디자이너들은 작업할 때 무의식중에 그런 걸 다 고려하고 만들어요.
여러분들은 그
과정이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과정이구요.
클라이언트로부터
최종 컨펌 받은 디자인이 실행 단계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 전에 제작 과정은 물론이고 이에 필요한 업체들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이
잘못 진행되면 이후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될 수 있어요.
디자인하는 사람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안에 대해 모르고 있으면 일이 아주 어려워지는 거죠.
다른 전공과는
다르게 금속을 다루는 우리 전공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를 알고 다룰 수 있다는 것,
결국 스스로
만들어봤다는 것이에요.
디자인을 처음 잡는
것부터 제작,
피니싱까지 모든
과정에 스스로 참여해봤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죠.
질문에 나온 성향과 덕목이라는 것이 자질을
얘기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다른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요.
디자인이라는 것이
도면을 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재료부터 생산
과정까지 아우르는 것이 진짜 디자인이 아닐까요?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계속 배워야 해요.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거에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작업하는 동안에는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금속을 다루는 분야에서 갓 걸음마를
뗀 아기나 다름없는 학생들에게 오랜 시간 작가로,
선생님으로,
디자이너로 지내오신
교수님의 말씀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금속을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그리고 대공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서 대공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의 이야기도 역시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눈빛을 하고 마주앉은 기자들에게 기꺼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대원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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