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교강사비트박스

만능예술, 영화 이야기 - 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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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2 조회2,5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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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의 주인공은 바로 '영화의 이해'를 맡고 계시는 윤성은 교수님입니다. '영화의 이해'는 홍익대학교 인기 교양 강좌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영화가 종합예술문화 분야인 만큼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우들도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의문점을 갖고 있을 것 같아 운영팀에서는 윤성은 교수님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사실 교수님께서는 10월에 있을 영화제 때문에 바쁘셨음에도 불구하고, 운영팀의 인터뷰 요청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가장 나른할 때인 오후 1시 공강 시간에, 과실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대신 카페에 둘러앉아 교수님께서 들려 주시는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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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다가 '영화의 이해' 과목을 가르치게 되신 건가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항상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학창 시절 단짝친구가 영화를 좋아했었는데, 약간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또래들보다 더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대학교 들어간 후에는 고전 영화라던가 좀 더 여러 가지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글 쓰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꼈을 즈음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지지가 평론가의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죠. 영화 평론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들어갔는데, 대학원은 평론보다는 학문을 좀 더 다루는 곳이었고,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박사 과정을 하고 있었어요. (웃음) 사실 평론가로서 활발하게 일하게 된 것은 석·박사과정 7년, 졸업 이후부터예요. 강의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고, 홍대 이전에도 많은 학교에서 강사를 했죠. 홍익대학교에는 사이버 강의가 개설되면서 강사 모집을 통해 오게 되었는데, 지금은 '영화의 이해' 과목이 현장강의로 바뀌었어요.


Q. 저희는 미대 학생들이다 보니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 영화를 좋아하는 학우도 많습니다. 영화가 얼마나 많은 문화예술을(미술, 음악 등...) 어우른다고 생각하시나요?

A. 모두 다 어우른다고 할 수 있죠. 말 그대로 정말 '종합예술'이잖아요? (웃음) 물론 문학, 음악, 미술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굉장히 상업적이기도 하고 예술적이기도 하죠. 예술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떤 영화가 인간의 인생을 매우 잘 표현하고 우리의 정신세계를 고양할 수 있을 때 보다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요새는 매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점에서는 더욱더 영화가 모든 예술 분야를 다 어우를 수 있죠.


Q.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인가요? 만약, 예술영화를 본다면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보는 게 좋은 것인가요?

A. 음... 사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는 완벽하게 대립하는 것이 아니죠. 상업영화 중에서도 얼마든지 예술영화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모든 영화의 장면은 감독이 의도한 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얼마만큼 파악하느냐가 중요해요. 예술영화라고 무조건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이 아니고, 예술영화 중에서도 실험적인 영화, 미장센을 강조한 영화, 문학성을 강조한 영화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런 여러 개의 영화에서도 포커스를 두어야 할 부분, 감독이 말하는 바나 의도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어렵지 않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아주 어렵고 실험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읽어내는 힘을 기를 수 있고요.


Q. 예술인이라면 꼭 보아야 할 영화를 한두 가지만 추천하신다면?! 미술 작품, 혹은 화가의 일생에 관련한 좋은 영화들도 궁금합니다!

A.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점은 꼭 전제해 주세요. (웃음) 최근 나온 작품 중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나 고민을 다룬 좋은 영화를 소개한다면, <그레이트 뷰티>란 영화와 <프랭크>란 영화가 있어요. 그레이트 뷰티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편의 걸작을 쓰고 이후 절필해버린 작가의 이야기인데, 진정한 아름다움을 위해 방황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잘 담아낸 영화예요. 프랭크도 마찬가지죠. 그건 음악 영화인데, 주인공 음악가가 아동용 가면을 쓰고 공연하러 다니면서 자신의 독특함을 표현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런 행동들이 그의 재능을 흐려놓았다는 내용을 나중에 암시하죠.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을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거꾸로 그런 주인공을 부러워하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들을 본다면 예술하는 학생들은 느껴지는 것이 많을 것 같아서 추천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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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반대로, 미술이라는 분야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조금 난해한 질문이네요. (웃음)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 관련 영화라면... 올해 나온 영화 중 <베스트 오퍼>라는 영화가 있는데, 경매사 이야기에요. 비싼 초상화, 명화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인물이 나오는데, 이 영화를 보면 일반인들도 예술품의 가치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어떤 '미'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 외에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고흐, 르누아르 등 유명 작품과 작가에 관한 영화가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프리다>에요. 멕시코의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이었던 '프리다 칼로'에 관한 영화인데, 그녀는 한때 의사를 꿈꾸던 소녀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진 후 할 수 있던 일이 그림밖에 없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여성 화가이죠. 육체적인 아픔, 그리고 남편의 계속되는 외도로 인한 화가 본인의 정서적인 아픔을 잘 담아낸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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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는 시각적인 분야인데, 언제나 지금처럼 미술감독이 따로 있었나요? 영화에서 '미술'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쯤부터인가요?

A. 외국에서는 영화사 초창기 시절부터 웰메이드(well-made) 영화라고 하면 미술이 잘 된 영화가 많았어요. 아주 초기 영화부터 감독 중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이나, 연극적 장치를 일부러 쓰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미술은 영화에서 중요했죠. 한국에서 미장센, 미술의 개념이 많이 도입된 것은 사실상 기획영화시대 이후에요. 최근 개념으로 하자면,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영화를 보면 사극이면서도 미술이 많이 강조된 작품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선 영화의 아주 디테일한 미장센이 강조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후에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등 '미'가 강조된 좋은 영화들이 나왔죠. 어쨌든 그 개념이 늦게 도입된 것에 비해, 한국 영화의 미장센은 아주 빨리 발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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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메라 기술과 화려한 CG 기술이 발달한 지금,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촬영하지 않고 배경을 바꿔버린다거나 배우의 모공을 없애는 등 엄청난 수정 작업을 거치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음, 이 문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물론 요즘엔 이후 편집 작업을 믿고, 처음부터 미학적인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찍은 다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 드는 사례가 있긴 하죠. 그래서 카메라 기술 발전 때문에 미학의 방향성이 바뀐 점은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좋다 나쁘다 편 가르듯 얘기할 순 없지만, 예전과 많이 바뀐 것은 맞아요. 정말 강한 신념을 지닌 예술가의 마인드로 본다면 못마땅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웃음)


Q.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영화관을 가서 블록버스터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과연 이러한 상업 영화를 즐기는 것도 교양을 위한 문화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아, 저는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해요. 요즘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가 많고, 아까도 말했지만 상업영화에도 예술성이 있을 수 있어요. 봉준호 감독 같은 분들의 영화, 예를 들어 <설국열차>는 흥행도 성공한 대중적인 영화지만, 그러면서도 충분히 예술적이죠. 사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양분하려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 같아요. 이번에 개봉한 <비긴 어게인> 다들 보셨나요? 이 영화는 상업영화지만 예술성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독특한 작품성도 있죠. 이런 류의 영화를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데, 이전에 개봉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경우도 그 부류라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상업 영화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CGV 같은 영화관 가서 상영작만 본다 해서, 결코 교양 생활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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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개인적으로 'a급 영화', 'b급 영화'하는 용어가 궁금했습니다. 기준이 어떻게 되는건가요?

A. 예전에 할리우드에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에요. 영화사가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제 영화를 a급과 b급으로 분류해서 a급 영화를 한 편 보면 b급 영화 한 편을 무료로 더 볼 수 있게 만든 거죠. 원 플러스 원(1+1) 행사처럼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b급 영화는 주로 무명 감독에 무명 배우가 출연하는 저예산 영화들이었는데, 주로 자극적인 소재와 장면 연출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공포영화나 컬트영화, 매니아틱한 영화를 일컫는데 'b급 영화'라는 말이 쓰이죠. 당시 b급 영화를 통해 무명감독이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았고, 오히려 좀 더 접근이 쉽고 독특한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어요.


Q. 그렇다면, 굳이 미술과 관련하지 않더라도 교수님께서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A. 좋아하는 영화라... 정말 너무너무 많은데. (웃음) 음, 우선 '우디 앨런'의 영화를 꼽고 싶네요. 그의 최근 작품 중에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가 있어요. 철학이 풍부하지만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는 영화죠. <러브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도 좋아하고요. 특히 초기작들이 지금보다 좀 더 예술적인 것 같아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같은 작품처럼. 또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들도 훌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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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요? 네, 애니메이션에서도 좋은 작품이 정말 많죠. 요새는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기 힘들어졌지만 말이죠.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 '미셸 오슬로'라는 분이 있는데, 그 감독의 작품들을 한 번 보세요. 주로 아동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정말 재미있고 연출도 좋고 교훈적이에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페르세폴리스>라던가 <일루셔니스트> 같은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반(反)디즈니 계열 애니메이션 중에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고 지금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웃음)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재페니메이션 같은 경우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들처럼 일본인들의 감성이 정교하게 잘 표현되어 있죠. 그리고 미술적인 것들도 강조되니까,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정말 좋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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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 영화에 대하여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습니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라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저희는 다음 수업 시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관심 있는 주제이겠지만, 이렇게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속 시원히 해결하고 좋은 영화들까지 추천받고 나자, 다음 학기엔 꼭 '영화의 이해' 수업을 듣겠다고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녀 같은 화사한 미소와 함께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던 윤성은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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