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전략 - 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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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45 조회1,8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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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연적으로 조형작업만큼이나 자주 접하게 되는 작업이 프레젠테이션일 것이다.
교육환경에서는 전공, 비전공, 이론, 실기를 막론하고 리포트와 발표로 소통한다. 실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때론 자유로운 분위기의 협의가 유리한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 설득과 제안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비단 디자이너만의 영역은 아니지만, 디자이너이기에 더더욱 부담스러운 피티(프레젠테이션; 이하 피티)의 세계. 차별화된 전략과 기술로 상대를 매료시키는 스토리텔링 기법은 디자이너, 작가, 공예가 갖춰야 할 또 하나의 필수적인 무기이다.
필자에게 첫 디자인용역은 일러스트레이션이었다. 학생 시절 그림을 그려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일이라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피티 디자인'이 생계의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디자인 진흥원에서 정기적으로 '피티 디자인' 일감을 받아오던 시기도 있었고 제품디자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필연적으로 피티를 담당해야 했으며, 입찰을 위한 비딩 피티도 여러 차례 의뢰받거나 자발적으로 수행하였다. 나름 피티 기획과 소스를 디자인하는 노하우와 업계인지도 덕인지 한번은 삼성건설의 Good Design Award 출품을 위한 피티 디자인을 수주하여 '대통령상 수상'을 이끌어낸 전력도 가지고 있다.
피티 능력 향상을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간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
같은 이야기를 해도 배꼽을 빼놓는 이가 있는가 하면, 'so what? 어쩌라고?' 를 불러일으키는 이가 있다. 스토리텔링의 시작은 모든 기획이 그러하듯 타겟에 대한 리서치이다. 피티에 있어서 타겟 리서치는 듣는 사람과 판단하는 사람, 발표환경 등에 대해 파악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잡는 것이다.
이야기를 잘하는 것은 전체 맥락의 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급조절은 양념과도 같다. 화려하게 흩뿌려지는 향신료는 속 깊게 우러나온 맛보다 중요할 수 없는 법이다.
간혹 잘못된 피티의 사례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맥락을 놓친 채 양념에 치우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피티 스킬 향상에 관심을 두게 되면 가장 먼저 발견되는 자신의 문제나 타인의 장점은 외적으로 치장된 양념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는 첫걸음은 맥락을 구축하는 기술의 함양이다.
'나는 맥락을 제법 잡아가는 편이지...'
'발표 울렁증이 있는 나로선 양념까지 가지도 못하니까 내 얘기는 아니군...'
이렇게 위안하거나 도망치기 이전에 진정 자신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양념과 테크닉은 발표장에 자명종을 틀어 주위를 환기하거나, 테니스공 열 개를 집어 던지는 것 같은 화려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일단 맥락을 놓친 것이다.
TOOL
맥락을 놓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스스로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이다. 그다음은 어렴풋하게 이해된 맥락을 숙지하지 못했을 때이고 마지막으로 맥락이 애초에 없을 때이다.
대부분 애초에 맥락이 없다. 흐름이 없고 논리도 없으므로 잡고 가야 할 맥락도 스토리도 없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피티를 위해 태어난 도구, 일단은 파워포인트 때문이다.
피티준비의 시작을 파워포인트 파일생성부터 해왔다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파워포인트를 열기 전에
1.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 주제 수립,
2. 청자를 고려한 이야기 전개 방식 수립,
3. 수집 가능한 소스 타진이 선행된 '콘티'작성이 우선이다.
열었던 툴은 잠시 꺼두고 종이와 펜을 들자. 펜으로 종이 위에 생각을 전달할 계획을 써두자.
그래서 지면을 빌어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피티 준비를 시작하는 툴은 종이와 펜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파워포인트는 소스를 모아두는 저장고, 파일을 변환해주는 변환장치 두 가지 의미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개요
글을 쓸 때 개요를 작성하라고 배워왔다. 사실 번거롭고 새삼스럽기 그지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전체 그림을 그리고 전체 이야기를 먼저 짜야 한다. 이것이 이해하고 숙지해야 할 맥락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 등에서 스토리보드 (콘티) 작업하는 것과 유사한데 익숙해지면 번거롭지 않은 과정이므로 개요작성을 한시라도 먼저 시작해서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기획서나 피티는 먼저 한두 줄에서 출발한다. 한두 줄의 문장을 한 페이지로 요약하고 그다음 전체 분량을 조율하면서 이야기의 구조도 조율해 간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맥락과 완급이 모두 결정된다.
각 페이지의 역할과 필요한 소스들을 구상하고 난 후 소스를 확보하거나 미리 찾아놓은 소스를 채워나가면서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소스가 설득력이 없거나 기대치보다 임팩트가 없으면 개요를 수정해서 이야기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바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찾는 것이 피티 기술의 핵심이다.
스크립트
지금까지는 피티에 있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부분이라면 지금부터는 피티를 경쟁력 있게 만들어주는 방법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경쟁력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라고 해서 부수적인 옵션이 아니다. 피티는 일종의 전쟁이다. 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피티를 하지 못한다면 피티를 하는 의미조차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피티에 차별화를 가져다주는 출발은 스크립트(대본)의 구비이다. 대본을 작성하고 익히고 연기하는 절차 역시 새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하면서 대본 없이 애드립을 하겠다고 고집해서 성공적인 피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즉흥적이고 본능에 따라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핑계로 배는 산으로 가고 주어진 시간은 엉망으로 마무리된다. 대본이 있으면 진실하여 보이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
다만 요령이 있다면 즉흥적인 피티를 몇 차례 녹음해서 구어체의 대본을 만든다면 어색하지 않은 훌륭한 스크립트가 완성된다. 타이핑된 스크립트는 주요 단어와 문맥 등을 수정할 수 있고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다듬어질 수도 있다.
피티는 일종의 쇼이다. 프로레슬러들이 합을 짜고 가수들이 안무를 맞춰 무대에 오르듯 자신의 화법과 어휘에 충실한 스크립트는 피티의 질을 200% 이상 향상해 준다.
그대로 암기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스크립트를 작성해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할 내용을 시뮬레이션해보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정량 / 정성적 소스
일반적으로 피티를 구성하는 소스는 이미지와 텍스트로 인식한다면 소스의 수집이 문맥과 주제를 결정하는 경우도 생기고 피티 자료의 텍스트를 고스란히 읽어 내려가는 지루하고 설득력 없는 피티를 구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 실수를 피하고자 이미지와 텍스트 소스는 앞서 설정한 콘티, 스토리보드, 개요대로 네러티브를 이끌어 가는 수단임을 인식하고 수집하여야 한다. 각 페이지 내에서 전달해야 하는 요점, 전체 맥락에서 현시점, 소스가 내포해야 하는 메시지 등에 집중한다. 그 메시지를 충족한다면 그다음에 질을 논한다.
한편, 각 소스가 정량적 / 정성적 지표 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량적 지표는 수치, 참고문헌, 조사자료 등을 들어 논지를 객관화시킨다. 지표의 출처를 밝힘으로써 피티의 공신력을 향상하고 신뢰를 준다. 하지만 온통 자료와 숫자로 구성된 정량적 지표들은 다소 건조하고 공격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출처의 공신력 뒤에 숨어서 자신감 없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 반면 정성적 지표들은 체계적인 논리나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서 두 성향의 지표들을 적절하게 수집 /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소견은 디자이너들은 힘 있는 정성적 자료를 수집하고 생산하는 능력이 다른 직업군의 인원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정량적 지표를 수집하는 작업은 경험이나 흥미가 없어서 소홀하기 쉽다. 그래서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계청이나 각종 경제연구소, 무역협회, 도서관 등 객관적 정량적 소스 /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연습을 해 둔다면 본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발표태도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 중, 외모보다 목소리가 비중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태도를 판단한다면 적절한 의상과 외모관리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최적화된 목소리 톤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 있게 비쳐야 하고 신뢰를 주는 여유를 지닌 제스츄어와 문답유도 등도 좋은 인상을 주는 태도이다.
태도에 관련하여 꼭 한 가지 추천하라 한다면 소위 다나까의 극존칭 체를 추천하고 싶다. 정답일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극존칭 체"의 사용이 가장 프로페셔널 해 보이는 방법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해요 체"의 사용은 가장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전체 피티를 극존칭으로 이끌어 가다가 정점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요지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해요체"를 구사하면서 긴장을 늦춰주면 청중을 집중시키는 효과와 내용이 진솔해 보이는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TIP
각자 자기만의 피티를 준비하는
팁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티
자료를 만드는 툴, 보내지는 파일
확장자, 가장 고조되는 부분에
감동을 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팁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공유할 만한 팁들을
소개할까 한다.
초기에는 플래시 피티, 플래시와
파워포인트를 병합한 피티등 화려하고
공감각적인 자료를 선호했었다. 스킬에
의한 차별성과 각인이라는 미명이었지만
간혹 화려한 스킬 뒤로
설득력이 가려지는 경우와 노력대비 효과
측면에서 비효율성을 발견했고 무엇보다 피티
환경에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파워포인트 버전과 폰트 보유 여부
등 신경 쓸 문제가 많았다. 그
시기에는 폰트를 함께 첨부하고
리허설때 꼼꼼히 챙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제출용 PDF 파일을
열고 피티를 해야 할 상황이
생겼고 프레젠터 (페이지를 넘기고
레이저 포인터 기능을 하는
장치) 사용, 버전 호환문제,
뷰어확보의 용이성 등에서 상당히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인쇄용 도큐먼트를 동시에 생산한다는
장점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은 쿨하게 받아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3D
모델링을 간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정을 필두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맷이다.
팁이라고 한다면 PDF 파일 생성을 위해 작업을 키노트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프, 알파이미지 생성, 고급스러운 폰트와 자간 조절 등의 장점을 활용하여 최적의 피티 자료를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으면 PDF 파일 생성과 페이지별 이미지파일 생성 등 확장 기능도 우수하다. 이렇게 생성된 PDF 파일을 바로 발표, 전송, 공유할 수도 있고 경연대회, 공모전, 입찰 경쟁 등 중요도가 높고 보수적인 자리에서는 파워포인트에 페이지별 이미지를 앉혀서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든다. (여기서 보수적인 자리와 파워포인트 사용은 무척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렇게 작업할 경우 키노트와 파워포인트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고 파워포인트의 치명적 단점과 호환성이라는 키노트의 단점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다. PDF 파일로 발표하는 것보다 역동적인 연출이 가능하지만 과하지 않은 쿨한 느낌도 유지할 수 있어서 가장 최근에 선호하는 방식이다.
맺음말
좋은 피티는 근본적으로 그
내용을 구성하는 프로젝트의 우수성을
전제로 한다. 앞서 말한
콘티와 맥락 / 소스를 갖추어
준비된 대본대로 적절한 태도를
갖춰 전달하려 한다면 발표자는
그 안에 담긴 좋은 디자인과
참신한 접근의 기획, 온
정성과 고민이 담긴 과제
결과물에 확신해야만 한다.
본인조차 확신이 없는 내용을
타인이 좋게 봐준다는 것은
불가능 혹은 연민이다. 학생 시절
겸손을 오해하여 자신감 없는
피티 자세를 보이는 실수를
여러분들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완벽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프로젝트에 무한한 애정을 담고 확신에 가득 차서 발표했을 때, 비로소 프로젝트와 비평, 모두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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