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넣어야 할 쑥스러운 것들 - 조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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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45 조회1,9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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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운영팀의 요청 글을 받으며, 망각이 심한 저는 저번에 제가 무슨 글을 썼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지난번 제목은 ‘디자인에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이왕 올리는 것, 연계성을 주고자 억지로 지은 제목은 ‘디자인에 넣어야 할 쑥스러운 것들’입니다. 다음번 글의 제목이 걱정되는 것을 뒤로하고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디자인과 욕망에 관한 것입니다.
욕망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창작자의 욕망의 크기가 훨씬 큰 영역을 차지하는 순수미술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좀 더 다자간의 욕망을 표현해야 하는 사회적인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디자이너에게 욕망의 발현은, 본인의 소심한 본성과는 무관히 내면을 분출하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 가벼운 ‘연애 가십’ 프로그램에서 예전 영화 ‘봄날은 간다’를 ‘연애방식’에 대입하여 설명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영애님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준 유지태 님에게 ‘라면 먹고 가실래요’라고 운을 띄운 뒤, 두 사람은
이영애님의 집에서 어색한 대화를 나눕니다. 정말 라면을 끓이던 이영애 님은 본인의 둘러치는 이런 시간이 낭비임을 깨달았다는 듯이 라면 불을
끄고선 ‘자고 갈래요?’라고 합니다. 순간 방청객들은 좋다는 건지, 닭살 돋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고함을 치며, 남자 패널들은 야릇한 웃음을
띱니다.
<사진 1. 봄날은
간다, 2001>
비유가 좀 이상했으나, 여러분은 당신의
디자인에 어떠한 욕망을 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욕망에 얼마나 솔직한가요. 그리고 그 욕망을 표현하는 데에 쑥스러움을 가지고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나요.
저는 학생들이나 후배들의 디자인 과정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조언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욕망. 또는 목적입니다. 특히 디자인 결과물을 전시하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것이 분명히 서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게 사실입니다. 어려운 고난의 과정에서 내놓는 당신의 분신이 어떠한 욕망과 목적을 가졌는지 쑥스러움 없이 당차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젊은(?) 저이지만, 디자인 분야와 사회분야의 여러 욕망의 충돌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금세 누군가의 욕망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아름다운 것들임을
점점 크게 느껴갑니다.
욕망은 직설적일수록 강렬합니다. 여기서 직설적이라는 것은,
은유적인 것의 반대말은 아닙니다. 가장 잘 쓰인 소설이 소설가의 모든 내면을 가감 없이 까발린 것이 많듯이 디자이너의 결과물도 본인의 욕망이 잘
드러날수록 진실하고 강력하기 쉽습니다.
이 과정에서 표현방법이 시적이거나, 은유적이어도
좋습니다. 그 것은 애둘르는 것이 아닌 감정의 폭을 다변화시키는 좋은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지금 금속으로 의자를 만들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의 의자는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나요. 당신의 조형적 집착이 집약된 덩어리인가요. 또는 당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디딤판인가요. 또는 개당 4%의 로얄티로 장시간
당신에게 밥줄을 제공할 자판기 인가요.
<사진 2. Richard youel, Hot wire project, 2013>
여러 이해관계 속에, 욕망을 정제시키긴 쉽지 않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문 앞에 서 있는 여러분은, 내가 이것
욕망한다고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습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우리의 나이 지긋한 선배님들과 여러분이 만나야 할 클라이언트들은 척하면
척인 눈치 백 단들이기에 본인의 뻔한 욕망을 다소곳이 포장할수록 지루해할지도 모르니까요.
이것을 통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저는 저와 학생들에게 자주 묻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의 학생은 잘 알고 있지만 말하길 주저합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대게 셋 중 하나입니다.
첫째, 너무 주관적이기에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 둘째, 본인이 이루기엔 너무 큰
그림이라는 생각 / 셋째,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어서 정도일까요
첫 번째에 대한 제 조언은, 많이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와 타인과 사물과 대화의 양이 많아지면,
추상적인 것들은 아름답게 형상화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에 대한 제 조언은 만끽하라는 것입니다.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꿈꾸는 것만큼 달콤한 일도
없습니다. 세 번째에 대한 제 조언은, 과감히 이번 것은 접으라는 것입니다.
소극적인 저에게 디자인은 ‘업무’이기 이전에 저의 욕망을 분출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디자인이 해치워야 할 과업이기 이전에 좋은 대나무 숲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P.S
첨부 자료는 최근에 우연히 본 좋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동영상 1. Richard youel, Hot wire projec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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