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조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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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33 조회1,9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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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하는 당신과 나. 아깝지만 기능을 버리자
디자인에서 기능을 버린다는 말처럼, 무식한 말이 있을까. ‘기능’이란 단어로 버무려진
거장들의 주옥 같은 명언들이, 지금 나를 압박하는 피할 수 없는 사실 속에서, 나에게 있어서 ‘기능’은
때때로 버려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나날이 끝을 알 수 없는 편리함의 홍수 속에서, 디자이너는 때때로 편의와 기능보다
상위의 개념을 마주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무엇이던 간에, 강단 있게 기능을 버릴 수 있는 디자이너가 몇이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는, 피할 수 없이 빗발치는 항의성 질문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디자인에 기능보다 우위의 대상이 어디 있느냐’ ‘ 당신이 예술가인지 아느냐’는 힐날한 비판에 당당해 질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은 버리기엔 아까운 대상이기도, 두렵기도 한 대상인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 루이스 설리번
Form Follows Function - Louis Sullivan
(루이스 설리번의 1932년 건축물)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 - 하르무트 에슬링거
Form follows emotion - Hartmut Esslinger
(하르무트의 1984년 컴퓨터 디자인)
(하르무트의 1984년 컴퓨터 디자인)
기능보다 우위의 대상을 예시로 들며, 이해를 구하기엔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방대해
진다는 변명을 뒤로하고, 간단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똑 같은 기능과 부가기능으로 무장한 디자인이 이미 책상 위 시야와 주머니에 가득하다.
그렇다면, 때로 디자이너는 더 큰 기능을 위한 촉매제로 ‘덜 기능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는 없을까.
그러한 비딱함이 가지는 상징성과 심미적 파급력이, 이미 편리함으로 가득찬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요소일 수 있음을 최근의 히트작에서 이미 발견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능과 편리의 홍수 속에서, 경쟁력은 때로 ‘기능의 배제’를 통해 가능하기도 하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상업논리와 수익창출에도 마찬가지이다. ‘기능’은 아이러니 하게도 기능을 이기기 위해 버려져야 하기도 하는
것이다.
기능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기능의 배제’가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기능의 배제가 유발하는 파급력을 통해, 편의의 홍수가 잦아들 무렵,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능에 더 집중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 힘의 균형은 긴장감 있게 끝없이 공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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