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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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디자인이라는 진화 - 추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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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5:41 조회1,4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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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까지 4학기 동안 다같이 성장해야 하는 1,2학년생을 대상으로 디지털조형디자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과목을 맡게 되었다. 디지털디자인이 뭔가? 그럼 아날로그디자인이란 말도 있어야 할 것도 같은데.


 이미지를 발상하고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망치나 끌처럼 도구로서만 쓰듯 컴퓨터란 기계를 쓰던 그때, 캐드(CAD)라고만 썼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단지 그 그림을 가능한 똑같이 컴퓨터로 그려내고 덩어리를 깎아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 요즘 컴퓨터를 쓰지 않고 하는 디자인 업무가 있기나 한가? 적어도 종이쪼가리 그림 맞춰 글씨 넣을 때도 그래픽 프로그램은 쓰이게 된다. 남들 다 쓰는 컴퓨터 당연히 쓰는 것일 뿐인데, 그냥 디자인이라고 하면 되지 어째서 이 따위 디지털디자인이란 모호한 말을 쓰는 것일까?



 년 전부터 대학에서 배우게 되는 컴퓨터를 쓰는 디자인 과목들에 디지털디자인이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포토샵만 배워도 디지털디자인이고, 오토캐드(AutoCAD)만 조금 다뤄도 디지털디자인이란다. 그냥 통칭 캐드(CAD)로 부르든지, 컴퓨터그래픽스로 하면 되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적어도 사설학원에서 그래픽스 프로그램 제목을 달고 배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러저러한 ‘디자인’이라고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의미는 대체로 근대 이후 활발해진 대량생산의 전제를 품고 있다. ‘아날로그-디지털’이라고 쓸 때 ‘디지털’은 신호 체계에 있어서의 병렬처리를 가리킨다.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가야 할 길이 단 하나의 외길뿐 이라면 아날로그라 불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갈수 있는 길이 다양하다면 디지털이다. 한가지 일을 처리하고 다음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면 아날로그 형이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어는 디지털형이다. 변화에 무디면 아날로그 형이고, 변화에 쉽고 빠르게 적응하면 디지털형이다. 

 디지털은 복수이고, 복제이며, 반복이고, 중첩이며, 변이가 있고, 분산하고 확산하며 분할하고 응집하는 성격을 가진다. 사실상 대부분의 디자인 활동 과정은 몽땅 디지털디자인 과정이라서 굳이 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디지털디자인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그 기계적 조형 활동이 단지 프로세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펜으로 종이에 그려내어 이미지를 그려나가고 변화시키듯이 컴퓨터 그래픽스는 펜과 종이 대신에 무한대의 공간에 점선면을 그리고 형태를 구성하고 상을 이루기에 변형과 변화를 무수히 이뤄내어 심미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물을 뽑아내도록 한다. 때문에 디지털 매체를 느끼는 것으로는 모자라 매체를 주무르고 쥐어짤 수 있을 기량과 기술을 연구해서 마음속의 이미지를 끄집어 내어 나름의 방식으로 다듬고 구체화 해야 한다. 그것은 이전의 조형 발상 과정과는 또 다를 것이니 말이다. 물리적 환경에서 추구하기 어려운 무한 반복과 무한 복제 속에 형태와 질감의 자유로운 변이와 변화를 한꺼번에 동시에 체험하는 것이 작금의 디지털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펜으로 그림 그리듯 입체를 그리게 될 것이고, 이제 곧 (얼마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서, 허공에 그려진 숫자들의 함수를 다루는 것보다는 훨씬 더 역동적인 덩어리를 가진 입자를 응집하고 결집해서 흙을 주무르듯이 손을 움직이며, 디지털디자인이란 이름이 또 다른 뜻이 되어 조형 탐구 하는 날이 금새 오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와 제스처 인식을 하는 기계장치와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들이 생활 매체로 기능하게 된 후로 조형 활동과 심미안을 바꾸는 창작과 발상은 새로운 진화를 하지 않겠는가.
 
 

 난 2년, 디지털디자인만이 갖는 조형 활동의 성격을 금디과 학생들과 함께 시도해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이 모두에게 더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매체는 발전하고 있으니까.
 
 그럼 지금 당장, 내공 향상을 위해, 단지 지금 잘 나간다는 그래픽 프로그램 쓰는 것만 잘하면 될까? 지금 쓰는 그래픽 프로그램은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조금 있으면 모니터도 모두 멀티터치 될텐데.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물론 중요한 거다. 그러나, 그것보다 이전에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 먼저다. 세상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우리에게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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