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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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E - 김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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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5:27 조회1,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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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E"
울리카 브랫(Ulrika B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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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유리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우선은 ‘단순한 구의 형태와 표면의 패턴 장식’이라는 시각적인 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장식’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자면, 작품 표면 전체를 감싸고 돌아가는 원형의 선들인데 마치 우리가 오랜 전화 통화를 하며 그리기 시작하는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낙서들처럼 보인다. 이러한 1차적인 시각적 분석에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미술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탐구적인 자세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작가는 이 작품의 표면에 왜 이런 장식을 하게 되었을까? 전통적인 도예나 유리 공예의 표면을 장식하는 파새김(engraving)기법을 참조한 현대적인 미감의 표현을 암시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본다면 이러한  불완전한 패턴은 전통 기법의 부분적이고 미완성적인 재현에 머무르는 것은 아닐까? 구상적인 아름다운 이미지를 찾을 수도 없고 치밀하게 계획된 선의 배열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은 간단한 도구로 유리 표면을 반복적인 원형으로 긁어낸 결과로 작자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구불구불한 선들이 만들어져 표면을 덮은 듯한 느낌이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자유분방하고 우연적인 장식과 용기(容器)의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에 사용된 투명한 맑은 유리의 재질과 전체적인 구(球)의 형태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성질이나 특정한 규칙 없이 반복되는 패턴의 모티브는 외관의 형태를 따라 흐르며 모양을 드러내지만 일정한 특성으로 이해되기는 어렵다. 마치 얼핏 보기에는 짧고 쉬운 글이나 막상 자세히 읽으며 이해하려고 하면 어려운 한 편의 글처럼 말이다.

  나는 단순해 보이는 이 작품이 현재 공예가 처한 현실을 함축적으로 대변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공예는 오랜 전통과 관습적인 형태와 재료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전통적인 공예 개념의 중요한 가치관은 완벽한 기술을 통한 아름다운 형태 창출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관습적으로 공예 작품을 감상할 때 이러한 요소들을 과연 얼마나 또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지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단순한 요소들로 공예를 정의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공예는 다른 의미들을 창조해내고 있으며 전통과 영속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었던 특성의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더욱 명백한 사실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성질과 그것을 감상하는 우리 개개인의 해석은 일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공예분야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은 오직 언어라는 매체로 명확하게 형상화 될 수 있다. 우리가 이 유리 용기에 대해 ‘글’로 써서 표현 할 때 비로소 ‘만드는’ 행위와 ‘이해하는’ 행위가 교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 것일까? 금방 터져 버릴 듯한 비누 방울이 형상화된 것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온 공예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일까? 여기서 이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작품을 보게 될 때 그냥 단순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흔한 형태이네’ 하고 쉽게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신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대 예술품의 다변적인 의미와 역설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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