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함께하는 봄을 기다리며 - 강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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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5 조회2,3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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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봄에 가까워지는 요즘,
딱 책 읽기 좋은 날씨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오늘 교강사 비트박스에서 모시게 될 분은 <서양고전의 이해> 수업을 하시는 강대진 교수님입니다. 서양고전의 이해를 듣는 많은 학생들이 고전이라는 어려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유머러스한
수업방식 덕분에 오히려 친근감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는데요.이전의 인터뷰와 달리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이기 때문에 비록 교수님을 직접 찾아뵙진 못했지만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답변의 문장 하나하나에 저희는 교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수업하시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간단하게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역사교육과에서 개설한 <서양고전의 이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강대진 교수입니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공부했습니다. 플라톤 <향연>
연구로 석사학위, 호메로스 <일리아스>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요. 저를 규정하는
것은 제가 쓰고 옮긴 책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광고 삼아 좀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쓴 책으로는 <잔혹한 책읽기>, <신화와 영화>,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오이디푸스 왕>,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같이 팔리지 않는 책뿐이군요. 하하하. 저의 역할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연구자, 다른 하나는 교육자입니다. 연구자로서는 서양 고전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요, 교육자로서는 대학과 일반인 강좌에서 교양의 범위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서양고전과 서양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역사교육과에 속해 있긴 하지만 서양사 전공은 아니고요, 일종의 서양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을 뿐입니다. 서양고전을 전공하게 된 것은, 제가 대학 들어가서 처음 맞은 겨울방학에 선배들이 희랍어, 라틴어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모임이 있어서, 거기 찾아간 것이 시초였습니다. 워낙 어려운 언어들이어서 제대로 익히려면 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고, 일단 그렇게 공부하고 나니,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까워서 전공을 그쪽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공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현대어도 필요하고, 또 굉장히 박식해야 합니다. 그런 점들이 저의 허영심을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잘난 척하는 걸 좀 좋아하거든요. 하하.
▲서양 고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Q. 고전이라고 하면 요즘 현대인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오랜 세월 읽히는 만큼 그 가치가 매우 중대한데요, 고전에 대해 대학생 또는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A. 고전은 앞에서부터 공부하면 쉽습니다. 먼저 희랍 신화를 공부하고, 그 다음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그리고 희랍 비극들을 읽고, 역사, 철학까지 읽으면 더 좋고요. 로마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거쳐 단테의 <신곡>까지 가면 거의 무적이 되지 않나 싶네요. 다 읽을 시간이 없으면 일단 기본적인 내용들을 알아두고, 나중에 은퇴 후에 읽으면 됩니다.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니, 책 읽기에는 좋은 환경이라 하겠습니다. (웃음) 하지만 고전을 읽는 것을 많이 어려워해서 제가 그 과정을 조금 수월하게 해 줄 책들을 쓰고
있는데, 너무 속도가 느려서 죄송할 따름이네요. 그리고 영화로 고전에 접근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고전에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비트는 경향이 있으니 일단 원래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정 급하면 위키피디아를 이용하는 것도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되도록 영어판을 보십시오. 제가 프랑스어, 독일어판도 살펴보았는데, 그래도 대개는 영어판이 제일 내용이 충실합니다. 아무래도 영어 사용자가 많아서겠지요?
▲서양 고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Q. 대학생, 또는 미술대학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추천하는 고전이 있으신가요? 추천하는 고전과 그 이유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미술대학 학생들은 반드시 신화를 공부해야 합니다. 제가 쓴 <옛사람들의 세상읽기>가 미술대학 학생들의 신화 입문용으로는 제일 낫다고 자부합니다. 자꾸 잘난 척해서 죄송하네요, 하하. 좀 더 그림을 크게 많이 싣고 싶었지만, 당시 출판사의 사정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는데요, 지금 다른 출판사에서 더 큰 판형에 그림을 더 많이 넣어서 신화집을 내자고
하니, 곧 다른 판본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판본에선 단순하게 그림 제목만 넣지 않고, 왼쪽에는 뭐가 있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이고 하는 식으로 그림 설명을 자세히 넣을
예정입니다.
고전 중에서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꼭 보셔야 합니다. 서양 미술관의 소장품 중 절반 가까이가 신화를 소재로 한 것이고, 그 중 다수가 <변신이야기>를 읽고 그린 것이랍니다. 그리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도 꼭 보아야 한다는 건 다들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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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
1,
오비디우스
저
▲변신이야기 내용 中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베첼리오 티치아노 작
Q. 교수님께서 가장 인상깊게 읽으신 서양고전은 어떤 것이고, 어떤 교훈을 느끼셨나요? 또 삶에 어떻게 적용하셨나요?
A. 하나만 꼭 짚어내기는 어렵고요, 제가 <그리스 로마 서사시>에 소개한 서사시들과 희랍 비극 작품들, 헤로도토스와 투퀴디데스의 역사서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 모두 놀라운 작품들입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는 고전적 고대(classical
antiquity)의 작품들이라면 어느 것이든 다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제게 추천도서를 물으면, 항상 ‘천병희 전집’이라고 대답합니다. 국내 최고의 고전 번역가께서 고대의 희랍어, 라틴어 작품들을 약 30권의 한국어 번역으로 펴낸 것입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이 무엇이냐, 생활에는 어떻게 적용했냐, 이런 질문들에는 답하기 좀 어렵고요, 그저 고전을 공부하면서 저 자신이 넓어지는 깊어지는 느낌을 받고, 이런 것을 남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갖는 정도지요.
Q. 역사를 공부하고 고전을 공부하며 교수님이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이전에 국내 번역이 없던 작품을 번역해서 책으로 펴냈을 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번역서들을 낼 때마다 제게 가르침을 주셨던 분들께 하나씩 헌정하고
있는데요, 제가 희랍어를 가르쳐 주신 선배, 라틴어를 가르쳐주신 선배 모두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대단치 않지만 제가 번역한 책의 앞머리에 그 분들 이름을 넣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다른 데서도 했던 얘기를 반복합니다. 젊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이 많아져도 읽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지금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하루 중 첫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 일의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뜻이거든요.
아마 책을 먼저 읽으면 틀림없이 뭔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일이 바로 그 동안 독서를 막아온 일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입니다. 저는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꼭 고전만 읽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분 말씀이, 좋은 책을 읽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라고 하더군요.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저는 고전 한 권 읽는 게 다른 책 10권 읽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허술한 책 100권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과장한다고 비난할까봐 두려워서 그만 이렇게 말하고 말았군요.) 그리고 어차피 읽은 것은 곧 잊게 되어 있으니, 다 잊어버리기 전에 남에게 이야기해 주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제가 표어로 삼는 것은 ‘공부해서 남 주자!’입니다. 여러분의 ‘넓은 의미의’ 공부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무엇을 읽을지 몰라서 책을 다소 멀리 했던 분이라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양 고전에 한 발자국 다가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려운 주제임에도 교수님의 인터뷰는 저희가 충분히 쉽고 흥미롭게 읽을 만큼 알찬 구성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서양 고전의 의미부터 저희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말씀까지, 홍익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시간 내주신 강대진 교수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무엇을 읽을지 몰라서 책을 다소 멀리 했던 분이라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양 고전에 한 발자국 다가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려운 주제임에도 교수님의 인터뷰는 저희가 충분히 쉽고 흥미롭게 읽을 만큼 알찬 구성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서양 고전의 의미부터 저희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말씀까지, 홍익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시간 내주신 강대진 교수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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