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아라 - 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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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10:45 조회2,7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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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에서 모시게 될 분은 1학년 2학기 기초평면 수업을 담당해주신 신형섭 교수님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수업 시작과 동시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자료들을 보여 주시고 평면에
국한되지 않는 과제들을 내주셔서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는데요, 추운 날씨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덕분에 우리 운영팀은 유익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내 이름은 신형섭이고요. 96년에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고 2000년에 뉴욕에 있는 SVA를 졸업했어요.
졸업 후 뉴욕에서 18년 정도 살았는데, 그곳에서 전업 작가로 생활하다가 2014년에 귀국했기 때문에 학생들 가르치는 것은 홍익대학교가 처음이에요. 미대 교수로 지내면 교육자로서 해야 할 역할과 작가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사람마다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지는 다 다른 것
같아요. 학생들의 경우에도 작가 같은 교수를 원하는 아이들도 있고
교육자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줬으면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자의든 타의든 20년 가까이 작가 생활을 해왔으니까 작가
같은 선생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여러분을 학생들이 아니라 후배
작가라고 여기는 것이 다른 선생님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죠.
Q.
교수님께선 평면에 형상을 표현하는 보통의 회화 작업보다 오브제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작품을 주로 하시는데, 특별히 3차원적 미술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조금 개인의 성향 같은 것도
있고 둘러싸여 있는 환경의 영향도 있어요. 예술가들을 보면 천상 회화
작가인 사람들도 있지만, 천상 조각가인 사람도 있는데, 각자 자기 아이디어가 있고 그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적합한 매체가 다 다른
거죠. 가장 적절한 매체가 입체면 입체로 표현하는 거고, 영상,
회화가 될 수도 있죠. 그 중간의 어딘가가 될 수도
있고요. 나 같은 경우는 그래서 학교에서 회화만 가르치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물론 대학이라는 곳이 회화, 조각 이렇게 과가 나누어져 있어서 굉장히 아카데미적인 면도 있지만 나는 매체가
확장되면 사고도 확장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평소에 여러분한테 보여주는
자료도 그렇고 과제도 그렇고 작품들도 어느 한 장르에 따개비처럼 딱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유목민처럼 노메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주제는 노메딕하지 않지만, 매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매체에서부터 생각하기 힘든 무형의 매체들까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매체들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요즘 학생들은 부전공이나 복수전공도 할 수 있고, 시간 맞춰서 다른 과 수업도 들을 수 있는데 그 점이 부러워요. 내가 학교 다니던 90년대 초만 해도 회화과 하면 딱 짜인 커리큘럼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평면에는 그다지 재미를 못 느껴서 입체적인 작품이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소과 수업도 듣고 그랬는데, 내가 확인 싸인 받으러 가면 세 번은 퇴짜맞은 것 같아요. 결국에는 받아주셨지만. (하하)
Q.
교수님께서 표현하시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영감이 아니라면 어떤 연구와 어떤 자료를 읽고 생각을
도출하시나요?
A. 자료는 참고할 뿐이고, 나 같은 경우는 오브제를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숟가락을 썼다고 해요. 숟가락이라고 하면 오브제가 되는 거고 스테인리스 스틸 하면 재료가 되는
거죠. 나는 오브제와 재료 두 가지 다 관심이 있었어요. 영감을 얻는 부분이 오브제 자체라면 그 오브제의 기능(예를 들면 숟가락은 음식을 먹는 걸 도와준다)에서 영감을 받고,
재료 자체라면 그 재료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래서 주로 내 주위, 학교 주변, 상점,
가게, 철물점 같은 곳을 온종일 슬슬 돌아다니면서 생각을
했어요. 미국에는 그런 모든 것들이 모여있는 엄청나게 큰 상점이
있었는데, 온종일 보면 빗자루서부터, 건물 짓는 파이프, 변기,
욕조 다 있었어요. 그런 곳에서 영감이 생기면 머릿속에서
만들고 해체하는 경우도 있고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노트북에 스케치하는 것도 있고,
괜찮다 싶으면 진짜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가끔
길 가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부정하지 않아요. 공부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재능이지 부정할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경우에도 잠에서 깬 순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부정하겠어요. 하지만 그런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도 자료를 모으는 거에요.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을지 몰라도, 이 자료들이 언젠가는 도움이 되거든요.
Q.
작업을 위해 재료에 대한 연구나 오브제를 표현하기 위한 기법적인 연구 또한 같이 하시나요? 같이 하신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물건들을 다루기 때문에 자기 방식으로 어떻게든 변형을
시켜야 하는데 그럴듯하게 변형시켜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런
기술들을 내가 배우던지 나의 역량 밖이면 전문분야 사람에게 맡기기도 해요.
나도 공공미술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은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돌, 금속 같은 것을 많이 사용해봐서 금속도 많이 연구해봤어요. 금속조형디자인과의 경우 금속이라는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재료를
다루는데, 금속을 다루다 보면 다른 재료는 다루기 쉬워지거든요. 여러분들은 금속과 어울리는 재료들을 찾아서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배우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우리 학생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는 거 보면 재료 배우는 것은 다 흡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작가, 작품, 그리고 감상자 중에서 작품 제작 시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은 기준을 아주 잘 나눈
것 같아요. 나 같은 경우는 감상자를 염두에 두는데, 일반 대중들을 감상자로 두지 않고 미술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 전문가들을 타겟으로 작품을 만들어요. 내가 전문가들을 타겟으로 놓은 이유가 있는데, 관람객들은 그 층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관람객에게 다 맞춰줄 수
없었고, 아무래도 미술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가 동료작가들이나 평론가들의 반응을 더
궁금해하는 것도 있고요. 여러분들도 과제 제출 후에 교수님들이나 같은
미술 하는 친구들의 반응을 궁금해하잖아요?
Q.
작품에 담긴 철학과 주제를 감상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여러분에게 수업할 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작가들도 그렇고 배우는 학생들도 그렇고 모든 작품은
상대방이 그 의도를 알아줘야 좋은 것이지, 30점 맞아놓고 “전 100점 맞으려고 그랬는데요?”라고 하면 누가 알아줄까요? 작품이란 것도 내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했으면 그쪽에서 충분히 의도를 알아주지
않은 것은 실패한 것이라고 봐요. (현대미술을 보면 작품설명이 없는
것은 작품만 보고 이해하기 힘들던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템포러리 시대가 오면서 글자가 없다면 알아보기 힘든
면도 있는데, 전 그게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이해가 쏙쏙 된다고 해서 나쁜 작품이 아니고 난해해서 좋은 작품인 것도
아니에요. 나는 이걸 세월과 안목이 가려준다 생각해요. 반 고흐를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 그가 죽은 후에야 작품의 진가를 알아주었잖아요? 정말로 괜찮은 작품은 나중에라도 빛을 발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Q.
유학을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한국의 예술교육과 미국의
교육이 다른 점이 무엇이고, 그것이 교수님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교수님의 오브제나 재료를 다루는 색다른 방식은 입체를 다루는 우리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희들을 학생들이 아닌 후배작가들로 생각해 주시는 교수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익대학교 후배들을 위해 좋은 말씀 해주신 신형섭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A. 일단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다 배우고 대학원을 간 케이스라서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요. 대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아서 9살 때까지 성장하는 것을 봤죠. 한국과 미국 아니면 어떤 나라가 되었던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다
다르잖아요, 한국도 도시랑 시골이랑 다르고, 미국도 주마다 다르죠. 제 생각인데,
이것은 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나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만약 북한에 유명한 해외 미대 커리큘럼을 들여온다고 해도 그 해외만큼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교육방식보다도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뉴욕이랑 파리에 가면 주변에 세계적인 미술관도 많고, 우리가 책에서만 보던 그런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요. 공원에 놀러 가기만 해도 다양하고 멋진 조각상들이 많죠. 그런 것들을 보고 자랐으니 당연히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자랐고, 그 환경 때문에 세계 많은 학생들이 뉴욕이나 파리에 몰리게 되고,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하다 보니 저절로 보는 눈도 높아지고 작품의
퀄리티도 높아지겠죠.
Q.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으로서 교수님의 오브제나 재료를 생각하는 색다른 방식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이 가르칠 제자들이 어떤 가치관 또는 사고를 가지고 예술과
수업에 임했으면 하시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일단은 현실적으로 여러분들이
아직도 고등학생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고등학생 때 너무
경쟁에 치여서 성적에 연연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도 다
사람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작품을 볼 때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성적이 낮다고 그 학생 작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저도 그래서 과제를 채점할 때 최대한 그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편이죠. 점수가 낮다고 못하는 것이 아니고 높다고 나중에 잘된다고 볼
수 없어요. 나 같은 경우도 성적이 좋진 않았고, 주변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만 봐도 성적은 인생에서 그렇게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봤던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막 땡땡이치고 과제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은 지키는 선에서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교수님의 오브제나 재료를 다루는 색다른 방식은 입체를 다루는 우리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희들을 학생들이 아닌 후배작가들로 생각해 주시는 교수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익대학교 후배들을 위해 좋은 말씀 해주신 신형섭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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