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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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미술관 유치 노력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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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3 21:05 조회1,3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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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비용 수천억, 연간 운영비만 수백억‥부산, 인천 등 줄줄이 포기

[ 2008-04-25 06:00:00 ]

전남CBS 김효영 기자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뮤지엄'으로 이탈리아 베니스, 미국 뉴욕 소호, 독일 베를린, 스페인 빌바오 등에 분관을 두고 있다. 

특히 1997년 세워진 스페인의 빌바오 분관은 매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 엄청난 관광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쇠락해 가던 도시를 미술관 하나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두고 ‘빌바오 효과’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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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의 성공은 관광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자치단체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또 구겐하임이 아시아개발사업국을 별도로 두고 한국인 출신을 책임자로 앉히면서, 국내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분원 유치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먼저 부산시 - 허남식 부산시장은 2005년 5월,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구겐하임 미술관 분원 유치를 선언했다. 적당한 부지도 있었다. 미군부대가 이전하면서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 도심 속 하얄리아부대 부지는 적소였다. 

부산 다음은 광주. 

부산의 유치계획이 발표된 직후, 광주에 들어설 아시아 문화전당 안에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유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아시아 문화전당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광주비엔날레와의 상승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추진됐다. 

광주에 이어 전라남도까지 나섰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2006년 12월, 미국 순방길에 뉴욕 구겐하임 본원을 직접 찾아가, 전남에 분원을 건립할 수 있을 지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유치활동을 벌인 곳은 인천시다. 송도 국제도시에 세계수준의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됐고, 구겐하임미술관장이 직접 인천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구겐하임미술관이 이들 지역에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부산시는 “TF팀이 가동됐지만 몇 달 만에 논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도는 이렇다 할 추진활동도 없이 ‘없던 일’이 됐다. 

겉으로 보면 인천의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 움직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천시도 사실상 유치를 포기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구겐하임 유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인천시는 사실상 중단했다”며, “(포기의) 명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포기하는 것일까? 돈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빌바오 효과’를 내보겠다며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유치를 공언하고 나섰지만, 막상 내막을 알고 나면 어마어마한 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발을 뺄 수 밖에 없다. 

구겐하임 측은 먼저, 자신들이 주도하는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술관이 들어설 만한 조건을 갖추었는지 아닌지를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20억이 넘는 조사비용은 전액 유치희망 도시의 부담이다. 구겐하임을 유치하려는 도시입장에서 이 정도 비용은 감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구겐하임은 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명칭을 사용하는데 따른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건립과 운영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자신들은 명칭허가와 전시 및 운영 컨설팅 등을 통해 로열티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 비용이 얼마나 될 지는 알 수 없다.

구겐하임 측의 요구를 수용해 일정수준 이상 규모의 미술관을 짓는다면 건립비용만 약 4천~5천억 원. 

그리고 구겐하임 측은 자신들의 명성에 걸맞는 일정수준 이상의 소장품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소장품 확보에만 수천억이 소요된다. 

이처럼 건립까지만 조 단위의 돈이 들며, 건립 후에도 연간 운영비만 수백억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 구겐하임 분원이 건립되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근에 세워지는 ‘사막의 루브르’의 경우를 보면 짐작은 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30년간 명칭 사용료로 4천900억 원(5억2천만 달러)을 내고, 미술품 대여를 통한 연 4회의 특별전시회 개최와 전시 컨설팅 등의 대가로 7천100억 원(7억4천700만 달러)을 지급키로 했으며, 공사비만도 약 9천500억 원(1억800만 달러)에 이른다. 

부산과 인천 등 국내에서 내 노라는 광역자치단체지만 늦게나마 유치를 포기한 것은 재정형편을 감안할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구 30만 명에 불과한 전남 여수시가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3년째 추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일부 시의원,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데도 여수시의 입장, 정확하게는 오현섭 시장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 

오현섭 시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이었던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누차 밝혀 왔다. 그리고 “스페인의 빌바오를 보라”고 강조했다. "공약이라해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 “공약을 지키는게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오협섭 시장의 자신감에는 2012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여수가 국제적인 해양레저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이 깔려있다. 

그러나 먼저 추진하다 중단한 부산과 인천보다, 여수가 과연 나은 여건인 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 검토 초기단계에서 포기했다”고 밝힌 부산시는, “SOC 투자와 사회복지보다 미술관 예산이 우선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미술관 유치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관을 유치해서 건립한다 해도 해마다 수백억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또 “오랜 역사속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유럽의 빌바오와 한국의 인천과는 세계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다르다”고도 말했다.

부산과 인천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작업을 해 온 공무원들은 여수의 유치계획에 대해 “무모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치단체들 중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자치단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현섭 시장이 지금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약을 추진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링크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810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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