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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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설치미술 거장 크리스토·잔 클로드 부부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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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3 21:01 조회1,5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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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6월 13일, 불가리아 북쪽 발칸 산맥 기슭의 소도시 가브로보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크리스토(Christo). 부모는 아들이 훗날 세계적 설치 미술가가 될 줄 아직 몰랐다. 같은 날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는 한 프랑스 군인이 잔 클로드(Jeanne-Claude)라는 딸을 얻었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는 1958년 파리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50년간 전 세계를 돌며 거대한 설치미술 프로젝트들을 벌여왔다. 생년월일이 똑같고 하는 일이 똑같은 이 부부는 세계 설치 미술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거장이다. 

이 부부가 서울에서 열린 자신들의 작품전(22일까지 청담동 박여숙 화랑)을 보기 위해 방한했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천으로 건축물과 지형지물을 감싸는 것이 이들의 장기다. 1983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비스케인 만에 있는 조그만 섬 11개를 5만8500㎡(1만7696평) 분량의 거대한 분홍색 천으로 휘감았다. 1985년에는 파리의 퐁뇌프 다리를 4만876㎡(1만2364평) 분량의 황금빛 천으로 뒤덮었다. 1995년에는 독일 베를린의 제국의회를 10만㎡(3만249평) 분량의 백색 천으로 '포장'했다. 각각의 프로젝트가 지속된 시간은 14일씩에 불과했다. 그러나 각각의 프로젝트를 직접 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관"으로 각인됐다. 부부의 프로젝트는 1회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건축물이나 지형지물 그 자체를 미술품으로 변모시키는 대지 미술(Land Art)의 전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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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미술가인 크리스토(왼쪽)·잔 클로드 부부가 2일 오전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부부는 자기네 작품에 반드시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라고 서명한다. 현대미술 작가로서 두 사람의 인생은 평생에 걸친 '2인3각 경주'였다. 이 부부는 인터뷰에서 답변할 때도 언제나 한 쪽이 시작한 문장을 다른 한 쪽이 마무리했다. 

"우리는 애초부터 우리들의 작품이 오래 지속되길 기대하지 않았어요." (잔 클로드) 

"예술 작품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건 신화에 불과해요. 우리 부부가 만든 작품은 잠깐 지속되지만 모든 사람의 뇌리에 남아요." (크리스토) 

"우리 부부의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퐁뇌프는 10년, 독일 베를린 제국의회는 24년이 걸렸죠. 건물주와 땅 주인을 설득하고, 허락을 받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잔 클로드)

부부는 한국 전시에서 지난 77년부터 구상해온 '마스타바 프로젝트'와 '아칸소 프로젝트'에 대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만약 현실화가 가능하다면 전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후자는 미국 콜로라도주(州)에서 펼쳐지게 될 전망이다.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일은 남편이, 구체적인 섭외 작업은 아내가 한다. "왜 그토록 힘들게 예술을 하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크게 당황했다. 마침내 부인 잔 클로드가 간명하게 대답했다. 

"우리 부부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위해 예술을 해요. 나는 인생의 목적이 '미(美)'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석양, 거리를 건너는 아름다운 처녀의 각선미, 스펙터클한 예술작품…. 그 어느 것도 놓치지 마세요. 우리는 우리들의 인생을 그런 아름다움 중 하나를 창조하는 데 바친 거예요."   박여숙화랑 (02)544-7393      조선닷컴 김수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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