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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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해 그게 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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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22:33 조회8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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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채널을 돌리다, 모 통신회사의 광고를 보고 잠시 멍해진 적이 있습니다.

‘ 생각대로해  
 그게  
 답이야'‘

광고가 지난 후에도 생각을 하게 하는 이 카피가 여운을 남기더군요. 되새길 수록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최근 모 프로그램에서 '루저'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대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여대생은 ‘루저녀’로 불리우며 네티즌들의 비난세례를 받았는데요.개인신상이 지나치게 들춰지고, 블로그가 폭격되는 등의 무분별한 마녀사냥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여론이 등장해, 지금은 다소 잠잠해진 상태로 보입니다.그러나 이 사건은 그저 하루 이틀의 이슈로 지나치기에는, 좀 더 많은 이들의 고민이 필요한 일입니다.한 개인의 말실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씁쓸한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입니다.

그 프로를 보는 내내, '루저녀'뿐 아니라 다른 여대생 패널들의 발언에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그 민망함은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우리나라 여대생의 이미지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20대 여대생으로서의 저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서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 모 카페의 회원으로, 익명게시판에서 다뤄지는 많은 이야기들을 매일 접합니다. 얼굴을 대면하고는 차마 말하지 못 할 과감한 의견도 쉽게 주장되곤 하는 그 곳에서, 때때로-사실은 너무나 자주- 다소 실망스러운,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의 속마음과 맞닥뜨리곤 합니다.

일명 '스펙'이라고 하지요. ‘specification_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 사전적 정의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사람을 사귈 때에도 '스펙'을 따지게 되었습니다. 음 맞아 잘 사귀는 남자와 여자를 두고 '어느 쪽이 스펙이 딸리나요?'라는 질문글이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오곤 합니다.

사회적으로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는 성형과 명품도 '루저'발언과 같은 맥락의 문제입니다. 

명품은 좋은 품질의 물건인 것이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는 애초에 특권 계층임을 과시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의 경영 기조나 마케팅 수단 등을 보아도, 그들의 타겟은 품질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일반인이기 보다는, 명품에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상류층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특권 계층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 소비자가 된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성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성형으로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면 꼭 아니꼽게만 볼 일은 아니지요.그러나 그 자신감, 근거를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미의 기준마저도 획일화된 이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똑같은 얼굴 모양을 만들며 자신이 아름다워지고 있다고 안도감을 가지는 일에 충격을 받는 것이 왜 이제는 새삼스럽기까지 한 걸까요?

왜 유독 대한민국의 청춘은 이토록 시선 속에 갇혀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엇이, 한참 꿈을 키울 20대 우리들을 이렇게 눈치 보는 사람들로 전락시킨 걸까요.

해결방식의 극단성도 문제입니다. ‘루저녀’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발단도 발단이지만 전개가 참으로 우악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된 문제점이 불거져 화제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항상 이렇듯 마녀사냥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참 부끄러움 없는 사회가.. 부끄러운 것입니다. 흑백 논리가 만연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몇 개의 잣대만 존재하고 그 기준에 반기를 드는 소수 의견은 뭉개져 버리는, 그런 분위기가 현실인 것이 슬픕니다. 보수적인 인식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그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해야 할 20대가 오히려 더 심한 지옥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개성이 공존하고, 그 개성들이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은 언제쯤이면 올까요.

이제는 서로 눈치를 보며 할 말을 덮어둘 때가 아닙니다.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맞는 부분은 인정해 주고, 그른 부분은 다시 반박을 하며 토론을 해야할 때입니다. 비판하고 나선 사람도, 자신의 의견에 정당한 논리로 반박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싸움이 아닌 사고하는 인간들의 토론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 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을 것입니다. 또는 민망함을 느끼거나 반성을 하였을 수도 있겠지요. 어떤 반응이 되었든 좀 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이 번 일을 곱씹어 보며, 우리가 찾아야 할 돌파구를 모색해 보는 시간-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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