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졸업전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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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21:33 조회2,1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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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전시 오픈식에 다녀왔습니다.
강당에서 열려서인지 2006년 졸전 당시 생각도 많이 나고
시간이
지난만큼 전시도 많이 발전했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에 뭐 하나 거든것도 없지만
동문으로서 괜시리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시장을 수십바퀴돌면서 후배들의 작품을 찬찬히 여러번 훑어봤습니다.
졸업전시는 학과의 큰 행사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개개인의 이름을 건 전시이기도 하니까요.
전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기를 기대하며
둘러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잘한친구도 있고 못한친구도 있었으며
생각보다 잘한 친구도 있었고 기대했던것에 미치지 못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시장에 대한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었지만
개개인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전시를 보고 나서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 멤도는 단어는 "타재료"입니다.
요즘 대세는 타재료인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로써 다양한 창작활동에 있어 재료의 제한은 의미가
없는것이기도 하지요.
세상에 널리고 널린 다양한 재료들이 창작활동의 다양성을 보장하는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타재료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무조건 타재료를 반대하는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꾸준히 연구되지 않고 기술이 연마되지 않은 타재료의 사용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우리는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핸드메이드라는 것은
디테일과 마감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도전하고 배웁니다.
그리고 그것이 명품을
만들어내는겁니다.
물론 재료에 따라서 마감이 쉽거나 쉽게 디테일이 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반대로 말하면 누가
만들어도 그정도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명품이라고 하지도 않구요.
졸업전시는 4년동안 학교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임과 동시에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첫걸음입니다.
지금 전시장에 걸려있는 작품들이 정말 4년동안 연구하고 갈고 닦은 결과물인가요?
3학년까지 금속을 다루다가 막상
4학년이 되어서 졸전을 앞두고
금속을 이용한 작품에 자신이 없고 뭔가를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과 조바심에 다른 재료를 택한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항상 봐오던 금속에는 실증이 나고 타재료를 보며 느끼는 참신함에 혹해서 쉽게 다른 재료를 택한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항상 금속을 봐오던 우리 눈에 타재료가 신선한것은 당연한것입니다.
하지만 그 신선하고 참신함이 디테일과 마감을 커버해주는것은
아닙니다.
타재료 작품들의 범람이 안타까운것이 아니라 타재료로 인한 완성도의 하락이 안타깝습니다.
몇년전 조교로 있는동안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은
4학년 1학기에 접한 학생들이 특색있는 재료를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쓰지도 않던 플라스틱, PP, 페브릭, 종이 등등 마구마구 가져다가 적셔보고 담가보고 태워보고 그을려보고 찢어보고
섞어보고....
왜 그러는 걸까요?
물어보면 다들 그럴싸한 썰을 풀어냅니다.
환경오염이라던지 재활용을 이용한 자연보호부터
시작해서 아주 거창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그 결과물이 떠오르는것은 별로 없네요.
차라리 산디과처럼
컨셉츄얼하게 그것을 풀어나갔으면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디어와 컨셉은 하늘을 찌르는데 결국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은 바닥을
기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타재료를 이용해서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낸 학생들도 있죠.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제가 느낀것은
결국은 타재료보다는 금속을
중점적으로 다룬 학생들의 작품이 월등히 뛰어났다는 것입니다.
평소 감각이 있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학생이 만들어낸 타재료의 작품에
실망한것도 사실이구요.
위 내용은 전부 지극히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주관적인 생각을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해가 거듭될 수록 감각있는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해내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왜 타재료로 이어지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결론은 금속을 이용해서 표출하기가 버겁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금속을 다루는 기술로는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거죠.
우리가 가진 금속을 다루는 기술은 바꿔 말하면 우리 고유의 언어입니다.
산디과는 컨셉과 3D디자인 모델링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시디과는 그래픽, 영상 그리고 이미지로 이야기하고
회화는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점점 잊어가고 있습니다. 그 언어를 익히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언어가 없으면 표현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욱 큰 일은 언어가 없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금속을 마음껏 늘리고 줄이고 깍고 붙이고 변형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기술이 판을 겨우 자르고 붙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것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쉽게 그것을 실현 시킬 수 있을것 같은 타재료를 선택하게 되는것이구요.
그러한 선택의 결과는 낮은
퀄리티로 돌아옵니다.
어설프게 외국어를 뻥끗거리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진정 금속이라는 재료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1,2,3 학년때부터 타재료, 복합재료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세요.
복수전공 부전공이라는 제도도 있고 여러분이 연구할 시간은 많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능수능란하게 다룰줄 안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2개국어 3개국어를 마스터하듯이.
아니면 우리과에서 배울 수 있는 금속에 대해 더 심도있게 공부하세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것을 포기,타협 하지 말고 찾아내어 이루세요.
금속이라는 언어를 마스터하는것도 현명한 선택입니다.
다만, 1,2,3학년때까지 그럭저럭 지내면서 옹알이하는 수준으로 있다가
4학년때 갑자기 유창한 언어를 보여주려 애쓰지
마세요.
더욱이 타재료를 이용해서 자신의 옹알이를 가려보려는 모습은 참 안타깝게 보입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자신의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세요.
그게 더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으니까요.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가도 중요한 것입니다.
생각하는 연습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고
말하는법 언어를 공부하는것도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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