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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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디자인, 새로운 문화장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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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21:08 조회2,0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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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이라는 요란한(?) 수식어와 함께 시작된 21세기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겼다. 무언가 새로운 일들 내지는 커다란 변혁을 기대했던 밀레니엄 개막 이후 한국공예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모색 중 눈에 띄는 것이 새로운 문화장(文化場)으로서의 ‘조형디자인장의 기획(The project of cultural field of Art&Design)’이다. ‘조형디자인’이란 21세기 공예의 새로운 ‘이름(Name)’으로, 변화하는 사회 문화 환경 속에서 공예의 근본을 되살리자는 문화운동이자 실천 전략이다.


공예는 본래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순수미술이 하나의 개별된 장으로 독립한 18세기 이래, 기능과 장식이라는 제한적 개념에 갇히게 되었으며, 이것이 200여 년간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 온 근대적 공예개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공예는 기술이나 조형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동시에 커다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탈근대로의 급속한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근대적 발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함의를 새롭게 형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조형디자인장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사)한국조형디자인학회(회장 임옥수)는 지난 4년여 동안 “21세기 문화융합과 동아시아 조형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전망”, “컨버전스 시대의 문화산업과 조형디자인”, “공예의 미래, 조형디자인을 말하다”, “창조산업시대 조형디자인의 역할”과 같은 주제로 학술대회와 포럼을 개최하여 조형디자인의 지평을 확산하고 국내외적인 연대를 확대해 왔으며, 올해 1월에는 ‘2012 국제조형디자인전’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공예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전환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Craft’를 ‘Art&Design’으로 융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범조소(泛雕塑)’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조형디자인이 단순히 이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의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새로운 문예부흥운동이며, 한국이 동아시아 조형디자인장의 변혁에서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Boardieu)는 장(場)이란 생산, 소비, 매개와 같은 다양한 입장들이 충돌하는 공간이며, 예술장을 포함한 문화장이란 근대사회로의 진입과정에서 수행한 창조적 기획의 산물이라고 하였다. 문화장은 고정된 개념이나 범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기원해서 사회적으로 구조화된다. 따라서 공예, 나아가 예술 역시 시대와 공간 속에서 계속해서 재구축되어야 한다.
철학자인 래리 쉬너(Larry Shiner)는 근대 이후에 ‘순수예술과 공예를 넘어서는 세 번째 예술의 체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하였으며,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예술의 종말 이후에) 예술의 혁명을 불러올 하나의 예술개념이 18세기 이전에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21세기 문화는 유용성이나 심미성이라는 이분법적 잣대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조화롭게 융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조형디자인의 지향점이다. 이러한 의식하에서는 순수미술, 공예, 디자인과 같은 개념적 구별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조형디자인장은 새로운 사회공간

하나의 예술 생산이 어디에 속할지는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 안에서 각자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하나의 생산물을 미적으로 소비하면 순수미술이요, 기능적으로 사용하면 공예품이며, 대량생산으로 연계하면 디자인이다. 이것은 생산자의 창조적 자율성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열린 구조 속에 위치짓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순수미술과 공예와 디자인이 모두 공존하지만, 이들이 절대적으로 구별되는 것도 아니다. 이로써 조형디자인장은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와 매개자 모두에게 열린 구조이며, 생산과 소비와 매개 활동은 총체적인 예술활동으로 새로운 지각과 경험을 유발하고,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며, 새로운 쓰임을 다중에게 확산하여 더 많은 사람이 직접 참여하고 개입하는 풍요로운 삶의 영역이자 실체로서의 사회 공간이 될 것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마치 존재 물음처럼,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기보다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찾게 해주듯, 조형디자인이라는 화두는 공예, 나아가 한국미술계, 또 다른 면에서는 현대미술에 새로운 가능성과 긍정적 파문을 일으키는 묵직한 첨벙돌이 될 것이다.  (변청자 / 미술학박사, 미술비평)


http://www.daljin.com/02.730.62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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