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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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같은 건물, 건물같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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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3 21:18 조회2,7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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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규씨 신창훈씨 
  • 서울 대치동 휘문고 4거리, 우뚝 솟은 별난 건물 하나가 행인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파사드(건물의 정면)에서 풍기는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외벽에 서로 다른 크기의 거대한 원형창 7개가 뚫려 있고, 창마다 컴퍼스로 그린 것 같은 동심원이 몇 개씩 패어 있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대여섯 개를 여기저기 던져 생긴 파동 같기도 하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내뿜는 음파처럼도 보인다. 옆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보면 계단식으로 패어 있는 동그라미들이 끝이 안 보이는 블랙홀 같다.

    '빌딩'보다는 '예술구조물'이라는 규정이 더 어울림직한 이 건물은 지난달 23일 문을 연 금호건설의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이다. '문화의 사회환원'이라는 취지로 세워져 내부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영화관과 갤러리, 콘퍼런스룸이 있다. 

    "도시를 향해 이미지를 발산하고, 도시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도 하는 커다란 울림통을 생각했어요. 금호건설의 기업철학인 '어울림'에서 '울림'이란 모티브를 얻었고요." 건물 외관과 내부를 디자인한 건축가 장윤규씨와 신창훈씨(건축가그룹 '운생동' 공동대표)는 크링을 '도시의 기(氣)가 통하는 울림통'이라고 말했다. 운생동은 실험적인 작품으로 지난해 세계적인 건축상인 'AR(Architectural Review)어워드'를 수상하고, 2006년 미국의 저명잡지 건축레코드(Architectural Record)에서 수여하는 뱅가드(Vanguard)상도 수상했다. 외벽을 접은 듯한 독특한 형태의 신사동 '예화랑'이 그들 작품이다.
  • 복합문화공간 크링. 동그란 파장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다. /금호건설 제공 
  • 장윤규씨는 "건물은 바닥과 벽으로 구성되고, 외피에 창문과 재료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공식을 깨고 싶었다"며 "빌딩은 행인들도 즐길 수 있는 '도시조각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어디에도 금호건설을 알리는 표시가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형물을 만들어 놓고 이름을 떡 하니 써서 붙이면 어색하지 않겠어요?"

    관념의 형식 파괴는 문으로 들어선 순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다. 눈앞엔 온통 순백의 인조대리석 타일로 둘러싸인 공간이 펼쳐지고, 머리 위로는 구멍 숭숭 뚫린 타공 철판으로 된 원통과 유리원통이 가로지른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에 뛰어든 느낌이다. 자로 잰 듯한 명확한 구획도 없어 몇 층으로 이뤄졌는지, 천장이 어디쯤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구조다. 일반 건물 8~9층에 해당하는 37.38m의 높이지만 실제론 3층으로 이뤄졌다. 옥상정원도 비범하다. 건물을 관통하는 원통에 맞추다 보니 완곡이 있는 입체 정원이 꾸며졌다. 신창훈씨는 "네모난 성냥갑빌딩, 바둑판 도로…, 회색도시의 '사각형 기하학'과 차별화하기 위한 실험을 건물 곳곳에 녹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크링의 건축가 장윤규, 신창훈씨는 "크링은 도시의 울림통"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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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건설에서 지난달 23일 대치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크링'.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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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건설에서 지난달 23일 대치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크링'. /김미리 기자 
             출처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03/20080703016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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