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자와 디자이너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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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3 21:07 조회2,3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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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자와 디자이너가 만났다 - CCTV 말고 범죄 막을 길 없을까
| 제60호 | 20080504 입력
몇 년 전까지 영국 경찰은 ‘유리컵 사건’으로 골치를 앓았다. 선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유리컵을 깨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 수가 확 줄었다. 정부가 술잔을 강화 플라스틱 컵으로 교체하도록 했던 것. 어떤 물건, 어떤 환경이 주어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과 함께 세계 디자인 산업의 한 축이다. 산업 디자인 분야에선 선두를 달린다. 1999년 이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이 시작됐다. ‘DAC 연구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날치기가 낚아채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는 가방, 손목에 감아 액세서리처럼 착용할 수 있는 지갑, 도난 방지 의자…. DAC에서 개발한 디자인이 2005~200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2007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에 전시돼 세계 디자인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단체를 설립한 로레인 갬맨(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DAC 센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갬맨 교수의 얘기.
“잘 팔리는 디자인 상품을 보면 범죄 대상이 될 가능성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아요. 그런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범죄에 대해 디자인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미적 가치와 범죄 예방이란 목표가 어울릴 수 있을까. 갬맨 교수는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멋지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사용하지 않겠지요. 보기 좋고, 사용하기에 편하면서도 범죄자에겐 불편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디자이너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같은 대학 애덤 소프 교수 등 패션 전문가와 폴 엑블롬 교수 같은 범죄학자가 함께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상규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범죄 의욕을 떨어뜨리고 사용자의 안전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말했다. DAC는 현재 영국 정부와 디자인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중 자전거 도난 방지 프로젝트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DAC가 2004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내무부와 경찰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 중인 신예 디자이너 마티아스 메기에리. 그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CCTV와 울타리·철조망 등 각종 보안 장치에 유머스러운 디자인을 도입해 재창조한다. 그의 손을 거치면 거부감을 주던 보안 장치가 편안함과 웃음을 주는 캐릭터 상품으로 바뀌는 것이다. 범죄자는 그렇다 치고 일반인의 눈까지 ‘고문’할 필요가 있느냐는, 발상의 전환이다.
범죄 예방 환경 설계(CPTED)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범죄 문제를 다룬다.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장소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범죄를 막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도시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70년대 초반 오스카 뉴먼 뉴욕대 교수가 CPTED 개념을 고안해냈다. 그는 “막다른 골목이나 사각지대처럼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외부인 침입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건물 복도나 엘리베이터·조명장치 등을 설계·설치하고 ^놀이·휴식·산책 공간을 늘려 시민의 눈과 귀를 최대한 확보하며 ^도로(공적 공간)와 주택(사적 공간) 사이에 완충 구역을 두는 것이다.
용인대 박현호(도시공학) 교수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 절도 같은 가벼운 범죄가 이어지면 연쇄·강력범죄의 온상으로 바뀌게 된다”면서 “범죄자가 가까이 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주요 간선도로를 주거 지역에서 떼어놓고 도로 폭을 조절하는 등 교통 흐름만 통제해도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캐나다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로수 종류나 높이까지 제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9월 경찰청에서 CPTED 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본계획에도 활용하고 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파트 단지에 대한 CPTED 확대 적용을 제안한다. 서 교수는 “아파트 동을 배치할 때 외진 곳을 없애고, 우범 지대에는 야간 조명과 백색광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아파트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링크 http://www.sunday.joins.com/article/
몇 년 전까지 영국 경찰은 ‘유리컵 사건’으로 골치를 앓았다. 선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유리컵을 깨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 수가 확 줄었다. 정부가 술잔을 강화 플라스틱 컵으로 교체하도록 했던 것. 어떤 물건, 어떤 환경이 주어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과 함께 세계 디자인 산업의 한 축이다. 산업 디자인 분야에선 선두를 달린다. 1999년 이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이 시작됐다. ‘DAC 연구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날치기가 낚아채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는 가방, 손목에 감아 액세서리처럼 착용할 수 있는 지갑, 도난 방지 의자…. DAC에서 개발한 디자인이 2005~200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2007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에 전시돼 세계 디자인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단체를 설립한 로레인 갬맨(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DAC 센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갬맨 교수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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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가치와 범죄 예방이란 목표가 어울릴 수 있을까. 갬맨 교수는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멋지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사용하지 않겠지요. 보기 좋고, 사용하기에 편하면서도 범죄자에겐 불편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디자이너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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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 환경 설계(CPTED)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범죄 문제를 다룬다.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장소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범죄를 막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도시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70년대 초반 오스카 뉴먼 뉴욕대 교수가 CPTED 개념을 고안해냈다. 그는 “막다른 골목이나 사각지대처럼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외부인 침입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건물 복도나 엘리베이터·조명장치 등을 설계·설치하고 ^놀이·휴식·산책 공간을 늘려 시민의 눈과 귀를 최대한 확보하며 ^도로(공적 공간)와 주택(사적 공간) 사이에 완충 구역을 두는 것이다.
용인대 박현호(도시공학) 교수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 절도 같은 가벼운 범죄가 이어지면 연쇄·강력범죄의 온상으로 바뀌게 된다”면서 “범죄자가 가까이 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주요 간선도로를 주거 지역에서 떼어놓고 도로 폭을 조절하는 등 교통 흐름만 통제해도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캐나다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로수 종류나 높이까지 제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9월 경찰청에서 CPTED 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본계획에도 활용하고 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파트 단지에 대한 CPTED 확대 적용을 제안한다. 서 교수는 “아파트 동을 배치할 때 외진 곳을 없애고, 우범 지대에는 야간 조명과 백색광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아파트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링크 http://www.sunday.joins.com/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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