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동문카페

동문탐방 | 동문탐방 02호 /종로의 강렬한 레드컬러 그녀, 고영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0:30 조회1,383회 댓글0건

본문

61675923.jpg



02호 /종로의 강렬한 레드컬러 그녀, 고영주
  

   운영팀이 배려심 없는 뜨거운 8월의 태양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종로에 내리쬐는 햇살보다 더 강렬한 레드칼라의 옷을 입고 나타난 고 영 주 선배님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귀걸이를 한쪽만 하고 오신 선배님을 보고 우리는 ‘센스쟁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선배님께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면서 종로의 업체들에 자신의 디자인을 거래하고 계신다.
  

동문탐방 02호 (1).jpg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현재 미대 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로 미술학원 강사 일을 하셨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일이기에 학과공부와 병행하기 어려워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에 우연히 종로업체에 1주일에 한 번씩 디자인을 제안하는 방식의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경기가 나빠지고, 특허와 저작권 문제가 많아졌기에 외국잡지를 카피하기보다 디자이너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외국잡지를 그저 카피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그 당시엔 디자이너 개발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아주 파격적인 제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연은 길게 가지 못했다고 한다. 업체는 좀 더 극적인 이윤창출이 목적이었기에 학생들에게 투자하여 그들이 잘 팔리는 상업적 디자인을 내놓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선배님은 학생이었기에 아트작품을 내놓기 일 수였다. 그래도 결국 이 일이 선배님의 미래의 길을 다져주는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었다. 그동안 하신 작업들을 보여주시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 손길과 말소리에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
  

동문탐방 02호 (5).jpg        동문탐방 02호 (2).jpg

      

 

   작업에 관해서 묻자, 종로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내밀기 위해서는 ‘나만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선배님께서는 학창시절엔 주로 인체 곡선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와 같은 아트작업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큼직큼직하고 선이 굵은 작업 위주로 실질적으로 업체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고 계셨다. 자신의 일이 상업적 작업위주이기에 작가들처럼 자유롭게 100% 자기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못하는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는 디자인 속에 자신이 들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셨다. 
   그리고 디자인을 거래하기 때문이신지, 우리 학생들도 많이 겪어봤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품의 결과물에 대한 설명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한다. 작업하는 분이든 거래처이든 모두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작업의 결과물이 의도한 바와 달라질 수 있고, 그 점을 막기 위해 중간에 디자이너가 계속 관여하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선배님의 말씀에 의하면 80%의 디자이너의 설계와 20%의 공정 작업사의 손맛의 조화는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었을 때 제대로 맛이 난다고 한다.

                                                                             동문탐방 02호 (4).jpg


                                                                             동문탐방 02호.jpg

 

 

                                                                             동문탐방 02호 (3).jpg


   우리가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자, 자신의 일이 어느 곳에 얽매여 있지 않고, 쓸데없이 소모성의 일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노력한 대로 대가가 그대로 돌아오기에 좋다고 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엔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물론 일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프리랜서란 직업이 한가롭고 쉬워 보이겠지만 선배님 또한 꾸준히 노력도 하고 경험도 쌓아왔기에 이 일을 지금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종로는 업체들이 한 거리에 몰려 있어 볼거리와 정보가 아주 빠르게 도는 곳이기에 한 번이라도 금기사항을 어기거나 잘못을 저지를 경우엔 쫓겨나는 것도 순식간이기에 무서운 곳이라며 항상 긴장과 노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넌지시 말을 하셨다. 
   플라스틱 컵에 담긴 차가운 차의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우리에게 경험을 넓히라고 말씀하셨다. 쥬얼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쥬얼리 디자인만을 공부하기보다는 공장에 나가 제작공정도 배워보고, 편집 디자인도 해보고, 디스플레이와 조명에 관해서도 공부를 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작업함에 있어 시뮬레이션 자체가 공상에서 끝나버리는 디자이너라는 환상 속의 틀을 버리고 공정 자체가 완벽히 보이는 프로세싱 형태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야를 넓히라고도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의 예물문화 속의 쥬얼리만 보지 말고,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디자인을 자주 봐야 한다고 한다. 또한, 유학 가서 돈을 버리고 오는 것보다 오히려 외국 쇼를 보고 오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선배님을 바라보았다. 쇼를 통해 실제로 보는 것과 잡지로 보던 것은 상당히 다르고 직접 물어볼 수도 있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문탐방 02호 (6).jpg


   사실 귀걸이 한쪽은 실수로 빠뜨리신 거란 반전에 잠시 도란도란 웃음이 퍼져 나갔다. 다소 멀기만 했던 선배님이 가깝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면서 후에 ‘카운터 스케칭’이라고 손님들과 1:1 면담을 통해 그 자리에서 원하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디자인을 만들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쥬얼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선배님의 눈빛이 반짝이었다. 가슴에 또 다른 꿈을 꾸고 계시는 선배님의 모습에 지금 우리의 꿈은 어떻게 반짝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선배님보다 더 반짝여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햇볕이 뜨거웠던지 우리의 가슴이 뜨거웠던지 동문탐방을 마치고도 그날 날씨는 계속 더웠다.
  



godo69@naver.com

34804889.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