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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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 동문탐방 01호 /나만의 ‘빨강’ 스테빌을 찾다, 박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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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0:29 조회1,4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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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호 /나만의 ‘빨강’ 스테빌을 찾다, 박용호

 

 

 모든 시작의 순간은 항상 어려운 것이 필연일까. 운동을 시작하려 하면 장마가 다가오고, 공부를 시작하려 하면 마음잡기가 어렵고. 필연처럼 우리의 동문탐방 시작도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폭풍우를 동반한 장대비에 맞서며 어렵게 시작되었다. 

 선배님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숍을 하고 계시고, 작업실은 구리시에 있었기 때문에 작업하시는 과정을 구경도 할 겸해서 구리시에 있는 양정역까지 중앙선을 타고 마중 나오신 선배님을 뵈었다. 도착한 선배님의 작업실은 한적한 자연과 마주한, 거침없는 빗소리가 그친다면 다양한 풀벌레 소리로 가득 찰, 작업이 시작되면 금속을 다듬고 나무를 자르는 기계 소리만이 정적에 잠긴 분위기를 깨뜨릴, 그런 여유로운 공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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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의 작업실을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여러 가지 공구들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작업실은 크게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쪽은 금속을 작업할 때 쓰는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목공작업을 할 때 쓰이는 공간이라고 하셨다. 금속을 작업하는 공간에 들어서니 선배님이 직접 만드신 프레스기도 문 앞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고, 선배님께서 직접 용접하고 계시는 작업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목공작업을 하는 옆 공간엔 자동차 크기만 한 나무 자르는 기계가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한쪽 벽엔 물감과 나사 등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선배님께선 기계마다 어떻게 작동하고 쓰이는지 손수 일일이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셔서 처음 보는 생소한 기계들도 마치 다뤄봤던 것처럼 이해가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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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실에 있던 완성된 선배님의 작품은 다음날 누군가에게 보내어질 ‘터틀’이라는 작품 하나만 벽 한쪽에 세워져 있었는데, 마치 성당의 벽화를 보는 듯 곡선 하나하나가 스핀으로 만든 둥근 반구 형태의 공간을 섬세하게 나누고 있었다. 아쉽게도 나머지 작품들은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었는데, ‘신사동에 있는 매장에서 인터뷰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시는 선배님의 말씀이 우리의 안타까움을 더 자아냈다. 그래도 작업실에서 어떤 공구들과 기계들을 사용하여 작업하시는지 알 수 있었고 작업 중이신 작품들을 보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선배님의 나머지 작품들에 만족하게 되었다. 또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신사동 매장으로 찾아가 뵈어야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선배님께선 더욱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 모차르트를 꿈꾸며 작업실에서 애쓰는 대신 살리에리가 되기를 마다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집에도 못 가고 며칠 밤을 세워가며(인테리어 회사에 다니시며 여러 매장의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셨는데 최대 5일까지도 잠 한숨을 못 자고 일을 해보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직접 공장에서 기계들이 돌아가는 방법과 작업공정의 세밀한 부분까지 배우셨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예술과는 멀어질 거라고 기피했던 자신만의 브랜드 ‘스테빌(stabile)'을 만드셨다. 그러나 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공유하고 일상에서 아름다움과 가까워지는데 공헌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친근한 소재를 디자인화하여 감성적으로 치환시키고 웬만한 공정은 기계에 맡겨 하나의 작품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제작비용을 줄인 것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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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틀                                                     썸머 레인 

  

 사람들이 원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시는 선배님께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과 디자인의 프로세싱에 대해 여쭤보았는데 잠시 당황을 하셨다. 그만큼 머릿속에 아이디어와 디자인 소스가 넘쳐나시는 듯했다.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하시는 말씀은 평소에 문득문득 이미지가 떠오르신다고 하시며 디자인이 먼저 생각나서 바로 시각화되는 것도 있고, 방법이 먼저 생각나서 차츰차츰 디자인이 나오는 것도 있다고 하셨다. 우리는 작업을 시작한 지 반년~1년 정도밖에 안 되어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많이 헤매지만, 몇 년을 작업하신 선배님에게는 아무래도 디자인 프로세싱에 대한 관념이 노련하게 온몸에 스며 들으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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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보우. 화이트                                                      월넛 콘솔  

  

 마지막으로 전시회를 다닐 때 사진으로 남기지 말고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을 시키면 그때의 작품이 이미지화되어 남아, 자신의 작업을 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 속에 남아있는 전시회의 ‘빨강’이 아닌 자신만의 ‘빨강’을 찾으라고 하셨다. 방학 때는 유럽이나 중국 쪽의 디자인 박람회 같은 커다란 외국의 디자인 시장을 며칠 일정을 짜서 다녀오라고, 그쪽의 새로운 디자인이 우리나라에서는 몇 개월 뒤에서야 유행의 흐름을 탄다고 하시며 외국의 디자인 잡지를 매달 보라고 하셨다. 지금 1, 2학년인 우리가 비록 작업하는 과정이나 디자인이나 많이 미숙하고 서툴지만, 지금부터라도 잡지를 자주자주 보면 그만큼의 눈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자신만의 디자인을 할 때 높아진 안목만큼의 능력치를 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잡지도 패션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보라고 하시며, 선배님 자신도 패션잡지를 보며 디자인을 떠올릴 때가 있다고 하셨다. 

 우리의 이야기가 선배님의 열정적인 조언을 막으로 하여 끝나갈 무렵, 무섭게 내리던 비도 점차 그쳐가고 있었다. 선배님의 종이 명함 대신에 금속에 새긴 명함 하나씩을 챙겨 들고 문턱을 넘어서며 우리는 각자의 안개에 둘러싸인 꿈이 한 단계 걷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멈추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꿈을 준비하고 계신 선배님처럼, 각 단계 단계마다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며 나아가는 금디과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stabile’사이트:http://www.stabi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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