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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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 동문탐방 41호 /청년 디자이너와 더치커피의 만남,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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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46 조회2,3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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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더치커피를 좋아하시나요? 더치커피는 네덜란드풍 커피를 가리키는 것으로, 물을 이용하여 장시간 우려내는 커피를 이야기합니다. 그 추출 방식이 특이해서 추출 기구 또한 매우 정교한데요, 이러한 더치커피 추출 기구에 예술을 더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디자인방위대'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 청년 디자이너 그룹은 총 4명으로 모두가 홍익대 출신의 산업디자인, 제품디자인, 디자인경영, 건축학을 전공한 동문입니다. 우리는 디자인방위대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합정의 더치커피 전문점 카페 'Woong'에서 멤버 중 '3호'를 맡고 계시는 이승용 디자이너를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Q. 디자인방위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A. 디자인방위대는 총 4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디자인 사무실입니다. 저는 산업디자인전공 출신인데 시각 쪽도 많이 하고 있고, 한 분은 건축과, 한 분은 프로덕트디자인과에요. 어떻게 보면 여러분에게는 가까운 선배들이죠. 각각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디자인방위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저희는 보통 인테리어 일을 많이 하는데, 그 밖에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제품들이 몇 개 있고 그중 하나가 '더치랩'이라는 브랜드에요. 이렇게 화려한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젠틀 몬스터 전시 때문이었어요. 다들 홍대에 있는 젠틀 몬스터 쇼룸 아시죠? 거기가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테마를 바꿔서 전시하고 있는데, 처음 쇼룸이 생기고 저희가 두 번째 타자로 전시를 하게 됐어요. 원래는 저희가 산업 전시를 많이 했고, 항상 기능 위주의 커피 기구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젠틀 몬스터는 아예 예술 전시를 위한 공간이니 저희 색을 살려서 제품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더치랩을 세상에 선보이고, 홍콩에서 열렸던 '거침없이 한국 디자인' 전에도 참여했어요. 현광훈 형도 같은 전시에 참여했었죠. 여러분들 선배님이시죠? (웃음) 제가 학교 다닐 때 미대 회장이셨어요. 



Q. 디자인방위대의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이나 분위기가 굉장히 특이하고 자유로운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확립하게 되셨나요?


A. 경영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지 않나요? 돈을 어디다 투자하느냐, 어디다 가져가느냐. (웃음) 경영은 저희도 많이 모르는 분야고,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죠. 그래서 항상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많이 가져요. 사실 가끔은 회의가 잘 안 되기도 해요. 너무 자유로워서. (웃음) 저희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어차피 보이는 이미지도 젊고, 그러니 딱딱한 분위기는 오히려 우리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옷도 캐쥬얼하게 입고 일하고요. 



Q. 이곳 카페 'Woong'도 운영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커피와 디자인이 만나게 되었나요?


A. 예전에 더치커피가 그렇게 유행하지 않을 때도 저는 커피를 되게 좋아해서 집에서 항상 더치커피를 내려먹곤 했어요. 저희가 인테리어를 하는데, 처음 울산에서 '더치커피 전문점'이라는 컨셉을 갖고 카페를 만들어보고자 했었거든요. 그때 커피 기구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는데 너무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저희가 만들면 훨씬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만들어 보기로 했죠. 그때부터 카페 엑스포나 커피 전시도 계속 나가게 되고, 이렇게 계기가 됐어요. 



Q. 특별히 더치커피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점에서 다른 커피랑 차별화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기술적으로 따져봤을 때, 더치커피는 바리스타들 사이에서도 아직 정립이 잘 안 된 상태에요. 핸드드립은 역사가 오래됐고 몇 가지 대형 브랜드가 이미 시장을 잡고 있거든요. 지금 아직도 더치커피 기구는 직접 만들어서 쓰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그렇다 보니 접근이 쉬웠죠. 저희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커피 중에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커피도 더치커피밖에 없거든요. 유통 면에서도 더치커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저희는 기구 쪽에 손을 대기로 한 거죠. 



Q. 스팀펑크 더치 기구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이목을 끄는데, 이런 컨셉으로 디자인을 진행하시게 된 모티브나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더치 기구뿐 아니라 다른 제품을 디자인할 때 디자인 모티브나 아이디어를 얻으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디자인방위대 사이트에 들어가면 저희가 전시했던 사진이나 자료가 몇 가지 있는데, 공사장 가면 펜스 같은게 세워져 있잖아요. 저희가 그런 소재를 갖고 전시장을 직접 만들었었어요. 그런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같은 분위기를 많이 좋아하고, 저희 컨셉에도 맞아서 그쪽으로 계속 밀고 나갔었죠. 그리고 제가 스팀펑크라는 장르를 많이 좋아해요. 기왕 화려한 제품을 만들 거면 내가 좋아하는 장르랑 연관시켜보자 하는 생각에 스팀펑크 더치 기구를 만들게 된 거죠. 저는 아이디어 리서치 할 때도 패턴 같은 것에 조금 집착하거든요. (웃음) 이슬람 패턴 고딕 패턴 이런 자료 계속 찾아 모으고... 그런 취향이 제품으로 많이 표현된 것 같아요. 



Q. 커피 기구면 물이 닿는 제품인데 황동이나 적동이 사용되어 궁금했습니다.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나요?


A. 안 그래도 저희가 재료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겪었어요. 처음엔 황동이었다가, 스틸에 도장을 해봤다가, 이게 깨지면 안에서부터 녹슬겠거니 해서 스테인리스로 바꿨다가, 스테인리스는 또 너무 무거워서 알루미늄으로 바꿔서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도 금속은 어려워요. 솔직히 나무는 학생 때부터 산디과 애들도 많이 다뤄보거든요. 금속은 이번에 이 작업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밸브 같은 설계도 제가 다 하는데, 공대 수준은 아니고 공고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웃음) 라이노도 엄청 많이 치고, 힘들었죠. 어제도 맨날 열두 시간씩 조립하고, 조립하다 끝나요. 손톱도 지금 엄청 얼얼하네요. (웃음) 



Q. 디자인방위대의 또 다른 제품 '클립펜' 같은 경우에는 영국, 파리와 같은 해외 전시에도 참가하였는데요. 이외에도 국내 다양한 전시에 참가를 많이 하셨는데 매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 제품들을 준비할 때 고려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아아, 사실 클립펜은 아직 많이 오픈을 하지 못한 제품이에요. 2차 제품을 내고 있기도 하고요. 클립펜은 한 3번 정도 전시를 했는데, 저희는 일단 디자인 전시 쪽은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상업 전시를 많이 다닐 거에요. 저희 더치랩 기구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데, 디자이너들이 보통 디자인 전시만 가는데 그것보다 상업 전시를 가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요. 디자인 전시 아닌 엑스포 전 가보셨나요? 그런데 가면 커피 전시도 그렇고 엄청 썰렁해요. 거기에 딱 디자인적인 제품이 있으면 엄청 튀거든요. 클립펜 같은 경우도 컬러가 많고 화려하잖아요. 저희가 전시 컨셉 고민하면서, 펜을 이용해서 벽에 무지개를 만들어 버릴까? 등등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말 상업적인 마인드라면 제품이 몇 개가 팔리고, 내가 수익을 얼마나 남기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맞는데, 저희는 일단 우리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도 성공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절차를 통해서 다른 일이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Q. 동업에 관한 노하우가 있다면 어느 것인가요?


A. 일단 술을 많이 마시면 돼요. 앗, 이건 기록하지 말아 주세요. (웃음) 저는 서울 출신인데 나머지 멤버는 모두 경상도 출신이에요. 처음 디자인방위대에 들어왔을 때 경상도 사람들만 있는 곳에 처음 있어봐서 되게 적응을 못 했어요. 지금도 가끔 싸우는 줄 알고 깜짝깜짝 놀래요. 이제 디자인방위대가 함께 한지 4년 차로 접어들고 있어요. 3년이 넘게 같이 일하다 보면 누구 하나 발버둥치면서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4명 다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아직 우리가 엄청 잘 됐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더치랩도 그렇고 디자인방위대도 그렇고 돈을 벌기 위한 스튜디오라기보다는 내 새끼 돌보는 마음으로 하는 사업이니까. 잘되려면 한없이 잘될 일도 많이 남았고, 그게 저를 버티게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동업이 힘들다 하는 이유가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일 때문에 다투게 되고 그게 문제인데, 사실 누가 일하기 싫어서, 저 사람 꼴 보기 싫어서 토를 달겠어요. 다 잘되자고 하는 소리잖아요. 그걸 이해하면 싸우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다 잘되기 위해서 싫은 소리도 내고 고집도 부리는 거니까. 동업에서 어떤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으신가요?


A. 솔직히 말하면 엄청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웃음) 저희가 디자인방위대를 처음 시작할 때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우리가 돈 주고 사달라고 하자.' 한다고. 너무 억지로 내가 잘하지도 못할 디자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아이폰도 그렇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많이 유행하고 있잖아요. 저도 그런 걸 잘하고 싶지만 잘 못하거든요.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보통 트렌드를 따라 디자인을 하려 하는데, 저는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것에 손을 대고, 그걸 디자인으로 만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요. 나의 색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디자이너라면, 나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꿈을 가진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제 경험에서 이야기하자면, 너무 거창한 첫 계획이 오히려 일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뭐 하나를 만드는 데 엄청난 철학을 투자해서, 플랫폼을 밀어서 이렇게 거창하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성공한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좀 소박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는 디자이너 네 명이 모여서 어쩌다 보니 사업을 하게 됐는데, 어쨌든 스튜디오를 한다는 건 내가 내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노는 게 아니거든요. 여러분도 아실 텐데, 같이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다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나중에 회사를 갔거나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이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라고 하는데, 사실 스튜디오를 운영한다는 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에요. 다 서류 작업, 배달하고 포장하고... 할 일이 엄청 많죠. 그런 부분에서 지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있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각오하고 하면 그런 일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아요. 사실 재미있기만 한 건 일이 아니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려는 사람들도 막연히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하기보다는 내가 내 일을, 내 슈퍼마켓이나 구멍가게를 일단 열어보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면 어떤 고난이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페퍼민트 차와 함께 시작한 인터뷰는 차가 바닥을 보이면서 끝이 났습니다. 한 시간 남짓 이승용 디자이너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하나같이 너무나 알차고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는 너무 젊으셔서 놀라웠고, 훤칠한 외모에도 놀라웠었는데 디자인 역시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놀라운 제품들이었습니다. 바쁜 시간에도 선뜻 시간을 내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디자인방위대와 더치랩의 또 다른 모습들을 앞으로도 계속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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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전공 07학번 이승용

http://de-b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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