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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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 동문탐방 38호 /동화 속 정원과 쥬얼리,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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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5 01:44 조회1,9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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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현 선배님의 성함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81학번 최우현 선배님은 '국내 1세대 쥬얼리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갖고 계시는, 쥬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선배님이십니다. 해외에서는 선배님의 작품에 대해 '달콤한 선'이라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하지요. 이번 9월 11일에 밀라노에서 23번째 개인전을 하시는데, D-day가 3주 남짓 남은 정말 바쁜 기간에 운영팀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였으나, 정말 감사하게도 선배님께서는 금속조형디자인과 후배들이란 말에 다른 일을 모두 제쳐 놓고서 흔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삼성동에 위치한 선배님의 사무실에 모여 단란한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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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학창 시절은 작업으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항상 수위 아저씨가 쫓아낼 때까지 작업하시곤 했는데, 그때는 지금과 달리 대공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나 큰 작업은 당시 학교라는 공간이 아니면 작업하기가 힘들었고, 반면 세공은 상대적으로 결과물이 빨리빨리 나오기 때문에 졸업할 때쯤 되자 세공을 즐겨 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꾸며주고, 빛나게 할 수 있는 세공의 매력에 빠져 대학원 과정을 끝낸 후 쥬얼리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홍대 건축과와 미대가 같이 유럽에서 공부와 여행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곳에 참여했다가 이탈리아를 보고 큰 감명를 받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학지도 이탈리아로 선택하셨고, 정통 쥬얼리로 유명한 피렌체에서 많은 것을 공부한 후 91년도에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선배님의 작품은 누가 보아도 스토리와 컨셉이 뚜렷합니다. 동화 속 정원 혹은 숲을 떠올리게끔 하는 그 이미지는 자연을 좋아하는 선배님의 성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선배님께서는 자신을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아티스트라고 하셨고, 사람의 인체는 캔버스이며 그 위에 그려지는 그림을 쥬얼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우리처럼 자연스레 좋아하는 선생님 혹은 작가의 스타일을 따라가게 되었지만 유학을 가서 자기 스타일을 찾았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교 다닐 때 사진반을 하셨는데 거기서 받은 영향 또한 컸다고 합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앵글 속에서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뭔가를 볼 때 분석하고, 잘라서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선배님은 항상 여행에서 모티브를 잡는다던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선적인 느낌보다는 곡선적인 느낌을 쓰시게 되었고, 시대적으로 말하면 아르누보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1920년대 스타일 아르누보는 너무 요란하므로 좀 더 현대적으로 바꾸었다고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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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위해 영감을 얻는 부분에 대해서 선배님은 이야기를 덧붙이셨습니다. "난 학생들에게 종이부터 펴놓고 디자인하지 말라고 해요." 이어서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문화생활이나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배님 본인 같은 경우에도 일부러 계획을 세워서라도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을 많이 보려 한다고 하십니다. 작업 시간이 80%라면 나머지 20%는 교양을 쌓아야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하신 선배님은 그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것, 정치적인 것도 많은 공부를 해야 현재 트렌드에 알맞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시대가 어둡고 지쳐있기 때문에 좀 화려한 장식과 디테일이 더 트렌드라고도 알려 주셨습니다. 또한, 장신구라는 것은 옷을 입고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션 트렌드 공부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창 시절에 작업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 외에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선배님은 보석에 대해 공부해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방학 때 종로의 조그만 보석상이든 어디든, 아르바이트를 하던가 해서 많은 보석을 눈으로 보고 많이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 때는 한국에서 많은 보석을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서 배워야 했죠." 우리나라 도서 중에 쥬얼리 디자인을 위한 보석 관련 책이 별로 없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선배님은 직접 책도 쓰셨습니다. <최우현의 보석 이야기>가 그것인데, 선배님의 성함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책이기도 합니다. 선배님께서는 비록 작년에 절판된 책이지만 학교 도서관에서도, 국회 도서관에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고 하시며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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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학 이야기로 돌아가서,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해외 유학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냐는 우리의 질문에 선배님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러나 선배님 때는 유학을 한 번 가면 몇 년씩 있어야 해서 많이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책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국내 디자인 교육의 질도 좋아졌기 때문에 몇 년씩 갔다 올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새는 오히려 취업을 한 번 해본 후에,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파악하고 6개월~1년 사이의 단기 유학을 갔다 오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에서 배우는 것들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 해외에 다녀와야 글로벌한 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졸업 한 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에 가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선배님이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셨을 때도 우리나라에는 쥬얼리 디자이너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배님은 항상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사실 공예가들은 자신의 작품 가격을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어떨 때는 산업 쥬얼리보다도 못할 때가 있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누군가가 내 작품을 사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시절이 있었고, 언제나 그것에 용기를 얻어서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선배님에게는 아직도 그때 청춘의 빛과 열정이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당시 디자이너는 별로 알아주지도 않았고, 특히 쥬얼리 디자이너의 경우 취업하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배님께서는 항상 공방을 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팔아서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92년도부터 계속 개인전을 하셨는데, 일단 작가라면 필드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첫 번째 개인전부터 계속 초대전을 했다고 하십니다. 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갤러리를 임대해서 전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 없다고 생각하셨고, 그렇게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고도 하셨습니다. 프로라면 초대전을 해서 사람들 앞에 직접 발가벗고 나선 기분으로 순수하게 작품을 팔아봐야 자기의 정도를 알 수 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취업하고 나서도 회사 가서 몇 년은 내가 배운다고 생각해야 해요." 선배님은 또한 '배움의 자세'에 대해서 강조하셨습니다. 항상 배운다는 생각을 가져야 어느 일이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며, 대학 과정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대학에 너무 자부심을 가져서 실패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 곳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쥬얼리 업계는 구박과 압박을 견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고, 특히 홍익대학교 미대 후배들은 그걸 잘 알아야 한다며 걱정하기도 하셨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일수록 자기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선배님의 말씀에는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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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쥬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배님은 이런 지적과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아이러니한 게, 쥬얼리 전공을 하고 쥬얼리 일을 하면서 자기는 쥬얼리를 전혀 하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생들도 마찬가지." 자기가 계속 걸쳐보고, 착용해 봐야 쥬얼리를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다고 말씀하신 선배님은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쥬얼리 공부는 특히 예쁜 것이나 미, 패션에 관심이 많아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끝까지 할 수 있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단 정말 누군가를 꾸며주고, 자기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또한, 자신의 꿈이 불투명하고 힘들어 보인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라고도 조언해 주셨습니다. 선배님 또한 20대 때는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했는데, 중요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길을 믿고 걷는 지구력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요새는 '예쁜 것'보다 개성이 더 중요하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품뿐만이 아니라 디자이너 본인 또한 개성이 있어야 하고, 평범하면 안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덧붙여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없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내 디자인과 개성이 뚜렷해서,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작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쥬얼리 디자이너는 항상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말씀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고 행복할 때 자신을 꾸미고 쥬얼리를 구매한다며, 디자이너 혹은 판매자 본인이 불행하고 지쳐 있다면 누가 그 사람의 쥬얼리를 사고 싶어 하겠냐며 웃어 보이셨습니다. "쥬얼리 디자이너는 항상 싱싱해야 해요, 그런 자신감이 중요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선배님은 정말 행복한 디자이너로 보였습니다.
선배님의 배웅을 받고 나오는 길에는 올 때 내리던 비도 어느새 그쳐 있었습니다. 이번 동문탐방을 통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아무도 도전하지 않던 길을 홀로 걸으면서 한 번도 꿈과 자신감을 잃지 않으셨던 최우현 선배님,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행복하게 디자인을 하시기에 작품 또한 한결같이 로맨틱한 동화 이야기 같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밀라노 개인전이 얼마 남지 않은 바쁜 시기에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신 선배님께 정말로 감사드리며, 쥬얼리 디자이너는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는 선배님의 말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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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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