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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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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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3:57 조회9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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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유독 손재주가 있던 ‘덕희’라는 동기가 있었다. 1학년 새내기부터 졸업 때까지 아무리 그 친구를 따라 잡으려 노력해도 뭔가 항상 부족했다. 
다른 친구들이 ‘미팅이다. 여행이다’ 하며 들쁜 시간들을 보낼 때도 주말이던 휴일이던 실기실을 묵묵히 지키며 자기 작업대주변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던 아이였다. 
검은테 안경에 좀처럼 외양을 치장하지 않는, 멋을 부리지 않은 수수한 외모에도 그 친구는 수업시간에 항상 돋보이고 빛났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동기들 중에는 더러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독창성 있는 기교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감각있는 친구들이 쉽게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덕희의 손재주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저 정도 완성하면 그만 해도 될텐데...’ 하는 동기들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덕희는 항상 과제를 다시하고 또 다시했다. 모든 관심과 생각, 생활이 작업 속에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작업앞치마를 노상 착용하고 등하교를 할 정도였다. 거의 미쳐있던 덕희의 미련스러운 작업에 대한 집착은 작품의 질을 최상으로 만들어 냈다.

   얼마 전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아쉽게 놓친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였는데, 연기를 했던 배우들의 열연이 물론 한 몫을 했겠지만, 경기 매 순간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땀에서, 눈물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발휘한 투혼은 금메달이상으로 빛났다.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볼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값진 일이다. 
덕희가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얻고자 한 것을 무엇이었을까? 
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리고 아낌없는 노력을 다했던 그 시절이 덕희의 최고의 순간이었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아무튼 지금도 덕희는 어디선가 또 다른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승리 이상의 최고의 순간은 올 것이다.

   꿈과 포부로 가득한 봄빛이 찬란한 이 계절에 나의 후배들과 함께 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을 홍익에서 만끽하는 행복을 가져보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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