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교강사비트박스

광고계의 숨은 철학 - 홍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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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47 조회1,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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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강사 비트박스에 만나게 될 교수님은 ‘광고의 이해’를 맡고 계시는 홍장선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은 이전 ‘매스컴과 현대사회’ 강사이기도 하셨으며 대학교에서 강의한지는 올해로 8년째라고 하십니다. 고려대학교를 나오셨고, 졸업 후 언론사에서 일을 하시다가 광고 쪽으로 방향을 돌려 동양매직의 광고홍보팀에서 일하셨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더 하고 싶으신 마음에 회사를 그만두고 모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신 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운영팀은 홍장선 교수님께 광고계에 관한 이야기와 꿈을 찾기 위한 과정을 듣기 위해 연락을 드렸고, 교수님께서는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햇살 가득한 오후, 우리는 교수님과 함께 학교 정문 옆 북카페에 둘러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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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 학생 시절에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A. 원래 제 꿈은 기자였어요. 대학교에선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전공 공부의 전체라기보다는 관심 가는 세부 영역을 파는 것을 좋아했죠. 저널리즘 측면과 미디어 매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을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그것도 학교 수업은 제 인생 공부의 1/3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2/3은 신문사에서 배운 것들이죠. 대학생 때 한국일보 학생기자를 했었어요. 6년 반이나 했으니까, 학생기자로선 장수한 거죠. 그때 신문의 매카니즘에 대해 알게 되면서 글 쓰는 양식이나, 팩트의 분석 방식을 배우게 됐어요. 또한 사물을 바라보거나 평가하는 척도가 많이 강화되었고요. 대학생 때도 어찌나 바빴는지, 스케쥴을 거의 분단위로 짜서 다이어리가 뺵빽했어요. 잠자는 시간은 한 세네 시간? 연애할 시간도 없었어요. (웃음) 방학이 되면 바로 해외여행을 떠나곤 했죠. 아, 물론 자유여행이 아니라 공모전 등을 통해서요. 삶의 공부를 학창 시절에 모두 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학생기자는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되었나요?
 
A.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신문을 세 종류나 구독하셨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주로 새벽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4시쯤 일어나서 비몽사몽 하다가 5시에 문 밖에 신문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쪼르르 달려나가 가져오곤 했죠. 그 땐 신문을 읽는 게 제 낙이었어요. 신문에서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는 방법, 자연스러운 전개 방식을 모두 배웠지요. 그 영향이 덕분인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미디어를 근간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글을 써서 남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을 좋아했죠. 당시(90년대) 우리나라에 포스트 모더니즘이 들어왔는데, 저는 기존의 질서나 문화에 대해 저항하는 X세대에 속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나이든 기자가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결국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던 신문사에 들어갔으나, 언론에 관한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시스템과 구조가 그 때 젊은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스로 그만두게 되었죠.
 
 
Q. 대기업에 계셨다고 들었는데, 광고계와 기업과의 관계,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위치 등이 궁금합니다.
 
A. 저는 광고홍보팀에 있어서, 주로 홍보를 집중해서 맡고 있었어요. 제 역할은 광고를 기획해서 광고대행사와의 업무를 핸들링하는, 말하자면 광고주 입장이었죠. 저희 팀과 광고GI(그래픽인테리어)팀, 프로덕트디자인팀이 같이 일했어요. 사실 광고라는 분야는 제작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에요. 디자이너는 제작 파트에 속하죠. 제작 파트의 역할은 잘 그려진 밑그림 위에 멋지게 채색을 하는 것이에요. 기획 파트가 밑그림을 그려서 방향성을 일정 수준 정해주는 것이고요. 디자이너는 그 위에 창의성을 입히는 것이죠. 그리고 사실 광고계에선 디자이너라고 하지 않고 아트디렉터라고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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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단 한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점을 위해 배우고 갖추어야 할 요소가 있나요?
 
A. 내가 갖고 있는 창의성이, 특정한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방식을 뽑아 내야 해요. 작가주의적 작가와 상업주의적 작가의 차이라고 할까요? 광고는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광고를 진행하는 매체 비용은 많으면 천억 대까지 나와요. 그걸 다 실험적으로 날릴 순 없잖아요? 소비자란 타겟 고객을 말하는데, 고객에게 얼마나 잘 어필되는가 하는 전략이 정말 중요해요. 비쥬얼이 아름다운 광고보다는 고객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되는 광고가 더 좋은 광고죠. 그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려면, 뚜렷한 방향성이나 목표에 따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기본적인 마케팅 수업도 중요하지만 많은 모니터링이 가장 필요하죠. 많은 광고를 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리하고, 광고가 이야기하는 바를 찾으며, 누구에게 이야기하는가 하는 것을 조사해야 해요. 광고 전략을 짜는 패턴을 스스로 찾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죠.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디자인 매커니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숙달 속도가 빠를 거에요.
 
 
Q. 광고계는 제작하는 사람들과 클라이언트의 의견 사이에서 어떤 쪽의 의견을 더 크게 반영하나요? 아니면 절충을 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A. 광고 작업의 반 이상은 광고주(클라이언트)에요. 광고주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잘 만든 작품을 갖고 와도 끝없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죠. “이게 최선인가?”라는 말처럼요. (웃음) 최적의 안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광고주가 주체가 되어야 해요. 하지만 광고주 마인드가 없는 광고주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감성 이미지 광고를 만드려고 하는데 갑자기 영업적 메시지를 넣으라고 하는 경우들처럼요. 그럴 경우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도 하죠. 그럼 처음에 정해진 큰 축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자연스럽게 정리하곤 해요. 온갖 의견이 혼합되어 버리면 엉성한 광고가 될 수 있으니까요.
 
 
Q. 오늘날 순수예술과 매스컴에 관련성이 있다면?
 
A. 매스컴은 수단화에요. 그 이상은 아니죠.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고 하더라도 매스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성장의 폭이 더딜 수밖에 없어요.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매니지먼트를 할 때 여러 가지 체계가 있어요. 또 그 체계 안에는 매스컴의 영역이 꼭 존재하지요. 매스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예술 역시 꾸준한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매스컴은 수단으로써 잘 관리해줘야 하는 것이죠. 만약 의도적으로 매스컴을 이용하여 유명해지는 예술가가 있더라도, 물론 ‘어떤 것이 순수예술인가?’에 관한 논쟁이 될 수 있긴 하겠지만, 결국은 치밀한 계획을 통한 성공적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에요. 반면 작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미디어에 의해 나쁘게 평가되는 경우들도 있죠. 양날을 가진 도구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앞으로 매스컴이나 광고계의 경향을 보아서, 디자인에 관한 직종 중 더욱 부각되거나 새롭게 등장할 분야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광고에서 디자인에 관한 분야라면 제작 영역 뿐이지만, 매스컴으로 가면 그래픽 디자인 영역이 부각되고 있어요. 예능 등에 나오는 그래픽 디자인이나 방송자체의 비쥬얼 디자인 말이죠. 3D 같은 경우는 특히 일반사람들이 다룰 수 없는 영역이기에, 전문가들의 필요성이 아주 높아요. 광고계에서는 그나마 인터렉티브 광고 디자인 부분이 부각되고 있어요. 또 미디어 플랫폼(인터페이스)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디자인 사업 역시 커지고 있죠. 매스컴 분야에서는 미디어 영역이 점점 진화되고 확장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디자인 영역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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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는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생들인데,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A. 세 단계로 나누어 보자면, 첫 번째, 자신의 제 1전공이 가장 우선이에요. 본인의 전공에 대한 학습이 되어야 다음 학습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두 번째, 상상력을 위해 인문학적 서적을 많이 읽어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마케팅 공부를 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광고계에서 일하려면 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1전공이 먼저에요. 자기 전공과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할 때 마케팅 공부를 해야 하죠. 그래야 혼돈이 오지 않아요. 특히 철학이나 인문학적 소양은 전공을 떠나서라도,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끝없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성찰할 줄 알아야 하죠.
 
라틴어 문장 중에 ‘Cogito ergo sum’이라는 말 아시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당연한 듯이 해석되고 있잖아요. 이게 르네 데카르트가 해석한 방식인데, 그 해석이 가장 유명할 뿐이지 다른 사상가들이나 철학가들은 저마다 개개인의 방식으로 별도의 해석을 하곤 했어요. 장 폴 샤르트르는 이를 ‘나는 자유롭다는 것이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장 주네는 ‘나는 폭로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프로이드는 색다르게도 ‘<이드>가 있었던 그곳에서 나는 될 것이다’로 해석했어요. 저도 스무 살 즈음에 철학에 빠져서 나만의 방식으로 규정짓고 의미화하려고, 이 단순한 3단어를 가지고 무려 4달을 고민해서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 냈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오늘까지도 제 가치관을 유지시켜 주고 있고요. 생각하는 조형작가로서, 디자이너로서, 광고인으로서 꼭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문장인데, 금디과 학생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또한 알고 싶어요. 여러분도 이 문장의 의미를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세요. 디자이너라면,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문장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비록 한 시간 반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광고계의 이야기뿐 아니라 교수님의 철학까지 풍부하게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일 홍대에서 강의가 없으셨음에도 금속조형디자인과 학우들을 위해 좋은 말씀을 들려주기 위해 찾아와주신 홍장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이 기사를 읽은 학우들 모두가 교수님이 말씀하신 문장에 대해 다같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ogito ergo sum – 나의 생각과 동시에 난 존재함을 느껴야만 한다, 그건 나의 삶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홍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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