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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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조형 작업에 관한 질문과 모색 - 조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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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팀 작성일17-09-04 16:45 조회1,1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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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금속공예과 그리고 금속조형디자인과 강의를 하면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1. ‘무엇을 만들 것인가?’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 어려움은 모든 창조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기록을 통해 학생들은 아이디어의 빈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적어도 본격적인 전공수업이 시작되는 학부 2학년부터 학생들은 본인만의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할 것을 권유한다.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테크닉(technique) 기록이다. 이것은 금속공예의 기법적인 면에 관한 기술인데, 기법 관련 서적에 묘사된 내용과 실습으로 습득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비교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둘째, 비쥬얼(visual) 기록이다. 관심이 있는 신문기사, 작가의 작품, 책, 전시, 행사의 내용을 스크랩하고 내용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심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셋째, 드로잉(drawing) 기록과 작업일지다. 이것은 자신의 작업을 진행하는 발전적인 단계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위의 두 기록과는 달리 A3 크기 이상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이후에 제작하게 될 작업의 규모와 관계가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작업에서 과정과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 종류의 기록은 보관과 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 책의 형식을 가지는 것이 좋다.

2. ‘왜 기술을 배우는가?’
전공을 처음 접하게 되는 2학년이 되면 금속공예의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고 연마하는 노동집약적이고 반복적인 고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생들에 따라 개인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노동에 의문을 가진다. 이 의문의 근원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이러한 기법들이 역사적 사물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해당 기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동시대에 왜 특정 금속공예 기법과 해당 소재를 전승 또는 응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의 고미술관, 세계장신구박물관은 금속공예기법이 구현된 사물의 역사적 맥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다. 나는 학생들이 해당 전시를 관람하고 그 중 하나의 사물을 선택하여 관찰하고 드로잉할 것을 권유한다. 드로잉을 하는 사이 자신이 가졌던 질문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리고 기법을 익히는 실습 과정에서도 기예를 위한 기예가 되지 않도록 ‘똑같이 보이는 어떤 것을 세 가지 다른 기법을 통해 구현하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다르게 보이는 무언가를 xx 기법을 통해 만들기’ 등과 같은 조건에서 실습해본다. 이러한 조건은 노동집약적이고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기법 습득이 과거의 것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3. ‘공예 작업은 언제나 절대적 작업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금속을 다루는 일이 언제나 오랜 작업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숙련과 집중이다. 숙련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듯이 작업시간이 누적되면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문제는 집중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론의 개발이다. 왜냐하면, 작업실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면 좋은 작업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작업실에 오래 머무른다고 해서 항상 좋은 작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의 방법은 학생들이 주어진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효율적인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예이다. 다소 무리 있어 보이는 아래의 과제를 완수하고 나면 효율적인 작업 시간 배분의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A. 1주일 안에 에디션(edition) 개념의 물건(혹은 장신구) 12개를 만들어 본다. 평가의 기준은 각각의 작업이 얼마나 같은가이다. 금속의 비율을 50% 이상을 쓰며 주물, 스탬핑(stamping), CNC 등 복제기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자신을 표현해 보라’와 같은 매우 자유롭게 탐색이 가능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한다.
B. 1주일 안에 모두 다른 형태의 31개의 물건(혹은 장신구)을 만들어 본다. 31개 모두 재료의 사용에서 금속의 비율이 50% 이상이 되는 것을 그 조건으로 하며 자유롭게 탐색 가능한 주제를 반드시 가진다.

4. ‘내 작업의 결과물은 작품인가? 제품인가?’
작품인지 제품인지를 명확하게 나누는 태도는 동시대 예술, 디자인 환경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비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과 동료의 작업에 대해 해석과 비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평과 해석의 능력 배양만이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판매를 통해서든, 담론을 통해서든 사회에서 작업이 그 역할을 할 때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비평의 능력이다. 아래에 제시하는 세 가지는 학교가 학생들의 비평 능력배양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A. 작품비평(critique class)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제시하고, 방어하며, 창의적으로 논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비평은 비난과 질책과는 다른 논리적인 사고의 진행을 전제로 한다.  
B. 전시(exhibition)
전시는 자신의 결과물을 공적인 영역에 위치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기획력을 바탕으로 보조금 확보, 전시 디스플레이 구성, 홍보계획까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전문적 형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 과제전 형식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작품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C. 협업 (collaboration)
공예활동은 역사적으로 개인의 활동이기보다는 공동체 실천의 결과였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타분야 전문가들과 협업을 해 보는 것은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활동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5. ‘작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요약하여 제시할 것인가?’
잘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어떤 경우에서도 언제나 필수적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할 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먼저 설정하도록 한다.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 지원금 신청을 위한 국가기관, 상업 갤러리, 뮤지엄 관계자 등 그 대상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수록되는 작업의 내용과 형식을 달리해야 한다.

이상의 다섯 가지 문제의 해결 모색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조새미
201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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